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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롭테크 시장에 ‘제2의 타다’ 사태 재연되나…논란의 ‘직방 금지법’

팬데믹 인한 비대면 사회·IT기술로 패러다임 전환 이끌어
영역 간 경계 흐려지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확대 추세
경기 위축·경쟁 포화로 양분화 위험 높아져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등록된 국내 프롭테크 기업들 로고. [한국프롭테크포럼]
‘직방’이나 ‘다방’ 애플리케이션을 켜서 지역·평형·가격 등을 설정해 나에게 맞는 매물을 찾는다. ‘오늘의 집’ VR/3D 서비스를 이용해 인테리어 견적을 낸다. 도시재생 공간솔루션 기업 ‘글로우서울’이 탈바꿈시킨 ‘힙한’ 카페에서 주말을 보낸다. 프롭테크(Proptech, Property technology의 합성어) 서비스는 일상에 이미 들어와 있다.  
 
프롭테크는 흔히 ‘부동산 시장의 미래’라고 불린다. 부동산에 ICT 기술을 접목한 온라인 서비스를 흔히 프롭테크로 말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가상현실(AR), 증강현실(VR) 등의 하이테크 기술이 부동산에 접목돼 디지털 전환을 이룬 것이다.  
 
프롭테크는 2000년 초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공공 오픈 데이터 정책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프롭테크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 분야”로 꼽기도 했다.
 
한국에선 2015년을 기점으로 프롭테크 기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 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비대면 사회의 본격화, 최신 기술의 등장과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더해져 패러다임의 전환과 함께 큰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프롭테크 기업 현황 [자료 한국프롭테크포럼]
 

프롭테크업계 위협하는 ‘직방 금지법’

한국은 미국, 유럽, 중국에 비해 비교적 늦은 시기 프롭테크에 대한 투자가 시작돼 2018년에야 한국프롭테크포럼이 발족했다. 당시 회원사는 직방, 스페이스워크 등 26곳에 불과했다. 2022년 현재 회원사는 376개로 크게 늘었다.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이 중 162개의 프롭테크 스타트업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5조원을 크게 웃돈다. 
 
프롭테크의 사업 영역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한다. ▶중개 및 임대 ▶부동산 관리 ▶프로젝트 개발 ▶투자 및 자금조달 등이다. 중개 및 임대 사업이 전체 프롭테크 사업의 약 80%에 이르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임대차 관리와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 부동산 개발, 더 나아가 도시재생과 산업 안전 영역까지 넓혀가고 있다.  
 
프롭테크 사업 간 영역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양상도 보인다. 지난해 가장 큰 투자금을 유치한 프롭테크 기업인 상업용 부동산 중개 플랫폼 ‘알스퀘어’가 대표적인 예다. 알스퀘어는 오피스 중개부터 물류 센터, 리테일 상업 시설, 인테리어·리모델링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상업·업무용 부동산이 전체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지난해 3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공유 오피스 프롭테크 기업 ‘패스트파이브’도 최근 부동산 전문 운용사를 인수하며 부동산 자산운용업에 진출했다. 패스트파이브는 공유오피스와 거점오피 등 사무 공간을 단순 재임대하는 초기 사업 모델에서 부동산 개발업까지 발을 넓힐 예정이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위워크, 스파크플러스 등 경쟁업체들과 한정된 시장을 공유하고 있지만, 사무실 리모델링 서비스 모버스나 종합 IT 컨설팅 서비스 파이브클라우드같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해서 찾아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이러한 분야에 더욱 주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프롭테크 업계를 겨냥한 규제 법안이 발의돼 스타트업과 기존 전통업계 간 갈등이 재점화됐다.  
 
논란이 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 4일 발의한 법안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를 법정 단체로 지정하고, 앞으로 개업하는 공인중개사는 협회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한공협이 윤리규정을 신설해 중개사들을 지도·감독할 수 있고, 부동산 거래 교란 단속 업무도 위탁받아 행정처분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프롭테크업계는 법안이 통과되면 한공협이 협회의 이익에 반하는 중개사나 프롭테크 업계를 압박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한다. 이에 한국프롭테크포럼은 긴급 간담회를 여는 등 ‘직방 금지법’ 또는 ‘부동산판 타다 금지법’이라고 규정하며 항의하고 있다. 반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시장 교란을 방지해 국민 피해를 막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정보기술(IT)을 앞세운 디지털 전환 양상에 따른 기존 업계와 신생 업계 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VCNC의 ‘타다’가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로 인한 법적 제재를 받아 서비스를 중단한 초유의 사태가 그 시초다. 로앤컴퍼니의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 간 대립도 심화하고 있다. 정부가 신산업 발전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며 적극적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자 리걸테크 스타트업 전반의 사업확장이 어려워진 것이다. 신구 산업 간 갈등이 벌어지는 가운데 정부 부처의 적극적 중재자 역할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업계 간 경쟁 포화로 성장 둔화 우려 

급격히 늘어난 프롭테크 기업들로 인한 업계의 경쟁 포화와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인해 프롭테크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직방과 다방 운영사인 스테이션3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적자로 전환됐다.  
 
지난 3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9월 기준 개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918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1월 개업 건수가 1993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가량 감소한 수치이다. 인천, 강원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폐업 및 휴업 건수가 개업 건수보다 높게 나타났다. 올해 6월까지 증가세를 보이던 개업공인중개사 수도 5년여 만에 처음으로 감소 국면으로 돌아섰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 교수는 “유동성이 줄어들고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프롭테크 업계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미 기술력을 탄탄히 갖추고 있는 기업들이 아닌, 이제 투자를 받는 기술 개발 단계인 스타트업들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개 플랫폼 업체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공인중개사 광고 수익에 의존한다. 개업하는 공인중개사가 줄면 광고비 역시 감소한다. 또한 거래량 절벽으로 공인중개소 자체의 수익이 줄면 광고비를 줄여 중개 플랫폼 업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김진유 교수는 “경기 회복이 됐을 때는 기존 거대 프롭테크 플랫폼들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양분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투자전문가는 부동산 업계에서 프롭테크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입장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한국의 높은 모바일 보급률과 좁은 국토 그리고 높은 네트워크 효과 등으로 볼 때 국내 프롭테크의 발전 잠재력은 높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부동산 역 디지털화(기존 디지털화로 구축된 빅데이터 사업이 오프라인으로 진입하는 현상)로 인한 플랫폼 기업과 오프라인 사업자 간 갈등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이 더 커지기 전에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재민 기자 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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