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삼성·하이닉스 쏠림 끝나나…4700조 메가 프로젝트가 흔드는 증시판
- [호남 반도체 선택일까 선물일까]⑦
반도체·AI·로봇 투자축 확대…건설·전력·소부장까지 수혜 기대
정부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에 투자 테마 다변화 전망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정부가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 국내 증시의 투자 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반도체 투톱 장세’가 이어졌지만,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로봇과 전력설비, 건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으로 투자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자 장세’ 흔들 메가 프로젝트…투자축 다변화 기대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는 신규 반도체 팹 4기 건설을 골자로 한 470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
삼성그룹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충남권 대규모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팹, 영남권 휴머노이드 로봇과 스마트 제조 거점을 만들기 위해 총 2655조원을 투자한다. SK그룹 역시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용인·청주·호남을 잇는 AI 메모리 생산벨트를 구축하고,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사업에 총 2100조원을 투입한다.
양사 합산 투자 규모만 총 4755조원에 달해 올해 정부 예산(약 728조원)의 6.5배에 해당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 투자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증권업계에서는 단순한 산업정책을 넘어 국내 증시의 투자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사실상 시장을 이끌었다. HBM과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대형주로 자금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 전체가 반도체 업황에 좌우되는 ‘K자형 장세’가 이어졌다. 반도체 대형주가 오르는 동안 상당수 업종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시장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증권업계는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되면 이 같은 투자 쏠림 현상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이 늘어나면 메모리 기업뿐 아니라 ▲소재·장비 ▲후공정 ▲전력 인프라 ▲건설 등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투자 수혜가 있어서다.
특히 피지컬 AI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제시되면서 로봇 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커지고 있다. 피지컬 AI는 생성형 AI를 실제 산업 현장과 제조공장·물류·의료·서비스 등에 접목하는 기술이다.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현실 세계에서 직접 움직이는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제어하는 만큼 차세대 산업의 핵심 분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한국이 ‘로봇을 잘 사용하는 국가’를 넘어 ‘로봇을 잘 만드는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며 관련 산업 육성 의지를 밝혔다.
정부가 피지컬 AI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상황인 만큼 현대차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새만금 112만㎡(약 34만평) 부지에 총 9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해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 확대 역시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민보고회에서 “로봇 수요는 공장을 넘어 산업 현장·가정·병원·식당 등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삼성그룹 내부용 데이터센터와 함께 로봇 투자를 경북 구미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24년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한 이후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개발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건설·전력·소부장으로 번지는 투자 훈풍
정부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반도체 기업과 로봇 관련 업종 외에도 다양한 수혜주 찾기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종목은 호남 지역 건설사였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발표되자 광주·전남 기반 건설사인 금호건설과 남화토건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등 대형 건설주도 정부 발표 당일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공장뿐 아니라 도로와 용수·송전망·주택 등 각종 기반시설 수요가 함께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혜 기대도 커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시설인 만큼 변압기와 초고압 케이블, 송배전 설비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전력기기 3사인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업체들도 정부 발표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충청권에는 첨단 패키징 거점을 육성하겠다”며 “동남·대경권은 반도체 소부장 공급망 허브로 육성하고, 전력반도체 등 차세대 혁신 거점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첨단 패키징 장비와 소재, 전력반도체 등의 기업들까지 투자 수혜가 확산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박선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메가 프로젝트의) 투자 영역은 정부 전략과 직접 연결되는 AI 로봇 완제품과 핵심 부품, 피지컬 AI 개발 기업을 우선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제조업 실증사업의 수요 기업 및 공급 기업,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양산 능력과 고객 레퍼런스, 반복 수주를 확보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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