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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선점하라” 국내 건설사들 기술 네트워크 구축 각축전 [친환경에 꽂힌 건설사②]

현대·삼성·대우 건설, 소형모듈원자로 해외시장 진출
“국내 원전 시공력+해외 전문성으로 경쟁력 확보”

 
 
지난해 11월 29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차세대 원자력 발전사업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에 줄줄이 뛰어들고 있다. 기존 친환경 에너지 분야인 태양광·풍력 등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친환경분야 가운데 SMR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대두하면서 초기 단계인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SMR은 전기출력규모 300㎿e 이하인 소형모듈원자로를 의미한다. 소형원자로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작업을 모듈화하기 때문에 표준화가 쉽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탄소 중립 정책과 지구온난화 등 기상 이후를 막기 위해 화석 연료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럽연합(EU)에서 그린텍소노미에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하며 원전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SMR은 기존 대형 상용원전보다 안전성이 뛰어나며 방사성 폐기물 생성에도 높은 효율성을 보이기 때문에 향후 전 세계적으로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18일 SMR 제휴기업인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SMR-160의 상용화를 위한 상세설계 작업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홀텍 인터내셔널과 SMR 공동 개발과 사업 동반 진출에 대한 협약을 맺은 뒤 약 1년 만에 사업을 구체화한 것이다. 앞서 양사는 이 협약을 통해 ▶상업화 모델 공동 개발 ▶마케팅과 입찰 공동 참여 ▶국제 사업 공동 참여 등 SMR-160 공동 개발과 사업화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정했다.
 
현대건설은 기후·온도·습도 등 현지 자연환경과 특성을 고려해 SMR-160 설치에 필요한 세부 설계에 나선다. 설계를 완료한 SMR-160의 표준모델인 ‘스탠다드 디자인(Standard Design)’은 이후 홀텍사가 소유한 ‘오이스터 크릭’ 원전해체 부지에 처음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참여해 산출한 상세 설계 결과물들은 미국 내 최초 SMR 건설허가 신청을 위한 제반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향후 세계 각국에 배치할 소형모듈원자로 디자인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지역을 포함한 세계 15개국을 대상으로 공동 진출을 검토하는 등 SMR-160 모델을 국제 원전사업의 대표 모델로 확장 시킬 계획이다. 
 
소형모듈원자로 SMR-160 개발 모델은 160㎿급 경수로형 소형모듈원자로로서 사막·극지 등 지역적·환경적 제한 없이 배치가 가능한 범용 원자로다. 후쿠시마 사태, 테러 등과 같은 모든 잠재적 가상 위험 모의시험을 거쳐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또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의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 모델로 선정되는 등 안정성·상업성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캐나다 원자력위원회(CNSC)의 원자로 설계 예비 인허가 1단계를 통과했으며, 미국 원자력위원회 (USNRC)의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 원전 해체 부지 오이스터 크릭에 처음으로 도입할 예정인 SMR-160 모델 조감도. [사진 현대건설]
 

‘초기 단계’ SMR 시장…건설사, 설계·시공과 전문기업 지분 투자도

대우건설도 미래 원자력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SMR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빠르면 올해 말 입찰을 진행할 예정인 체코 원전 사업에 팀 코리아 일원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와 미국·프랑스가 3파전으로 경쟁하게 될 체코 원전사업은 두코바니 지역에 1000~1200㎿급 원전 1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사업비가 8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대우건설·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기술·한전KPS·두산중공업 등으로 구성한 ‘팀 코리아’가 체코 원전사업 수주에 참여해 한국형 경수로 원전의 우수성을 알리면서 입찰준비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대우건설은 SMR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도 진행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소규모 전력생산과 해수담수화를 목적으로 하는 소형원자로 개발에 착수해 지난 2012년 SMART100(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100) 모델을 통해 SMR 가운데 세계 처음으로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했다. 
 
대우건설은 이 SMART 표준설계인가 획득사업에서 한국전력이 주관사인 KEPCO 컨소시엄에 참여해 SMR 분야에 대한 투자에 나섰다. 이와 함께 포스코그룹 등과 SMART POWER 설립을 주도하는 등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향후 국내외 SMR 시공에서 이 모델을 활용한 사업에 진출할 때 우선공급권을 확보한 상태다.
 
현재 대우건설은 한수원을 주관으로 하는 ‘SMART Team Korea 협의체’를 통해 국내 기술력을 통한 해외 SMR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i-SMR(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 참여와 투자를 추진해 향후 해외 중소형 원자로 수출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함께 추진하는 SMR-Nuscale 파워 플랜트 디자인 조성사업 예상 조감도. [사진 삼성물산]
 
삼성물산도 세계 1위 SMR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포괄적 협력을 맺고 해외 SMR 사업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차세대 원전 기술인 SMR 시장 진출을 위해 뉴스케일파워에 2021년 2000만 달러에 이어 올해도 5000만 달러 규모의 지분투자를 추가로 단행했다. 지난 5월에는 해외 SMR 시장 확대를 위해 미국 발전사업자 UAMPS가 미국 아이다호 주에서 진행하는 SMR 프로젝트의 사전 시공계획 수립부터 기술 인력 파견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국내외 총 10기에 이르는 원자력 발전 시공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루마니아 정부와 뉴스케일파워가 공동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비롯해 동유럽 SMR 프로젝트에도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향후 SMR을 통한 전력 생산뿐 아니라 고온 증기를 활용한 수소 생산 연구와 실용화를 위해 기술과 역량도 공유할 예정이다. 
 
뉴스케일파워는 SMR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1기당 77메가와트(MW)의 원자로 모듈을 최대 12개까지 설치해 총 924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자연냉각 방식 SMR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의SMR은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이다. 전 세계 70여개 SMR 모델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계인증을 취득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아직 SMR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선점해 기업의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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