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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개선 박차” vs “인력 부족 진통” [조선업 재도약①]

2023년 선박 발주량 감소에도…친환경 선박 수요 ‘지속’

 
 
5년 만에 재가동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전경. [연합뉴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대규모 수주 실적을 기록 중인 국내 조선업계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 불황 당시 일감 확보를 위해 저가 수주를 감내했던 것과 달리, 최근 2년간 꾸준히 신조선가가 상승하면서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우리 조선업계는 상반기에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고도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하반기 들어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여 비용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3년 치 일감을 확보한 와중에 인력난은 심화되고 있다는 점, 인력난 심화 등으로 노동조합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 등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진단이다.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한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의 90%를 채우지 못한 상황인데, 연내 추가 수주를 통한 목표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양호한 수주 실적을 달성해 2~3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신조선가 상승세로 올해 들어 수주한 선박들의 수익성도 높다”고 말했다. 일감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이 아니라 충분한 일감을 보유해 수익성이 높은 선박 중심의 수주 전략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는 지속 상승하고 있다. 10월 말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61.96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8p 상승했다. 특히 우리 조선업계가 사실상 싹쓸이 수주하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신조선가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10월 말 기준 LNG 운반선(17만4000㎥급)의 신조선가는 2억4800만 달러로, 전월보다 400만 달러 증가했다. 2018년 12월 신조선가(1억8200만 달러)와 비교하면 36% 오른 수치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1월 기준 선박 건조 비용을 100으로 정하고, 매달 가격을 비교해 매기는 수치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선가가 올랐다는 뜻이다.
 
물론 내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해운‧조선업 2022년 3분기 동향 및 2023년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2200만CGT(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를 기록해, 올해 발주량 추정치(3500만CGT)보다 37.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조선업계의 내년 선박 수주량 역시 850만CGT 전망해, 올해 추정치(1460만CGT)보다 41.8%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경기 둔화와 고금리 영향 등으로 선주들이 관망세를 유지해 2023년 일시적으로 침체 수준의 발주량 및 수주가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조선업계에서는 “우려할 정도의 침체는 아니다”는 평가가 많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내년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선박 발주량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조선업만의 악재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 전반에 걸친 불황”이라며 “오히려 수주 산업인 조선업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수주를 통해 내년 일감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 강화로 기존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는 수요는 지속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조선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친환경 선박 시장의 성장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걸림돌은 ‘인력난’

조선업계는 “내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 감소보다 심각한 문제는 인력난”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정작 수주한 선박을 만들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반도체 ▶미래자동차 ▶조선(친환경 선박) ▶바이오‧헬스 등의 산업 분야 415개사(응답 기업 기준)를 대상으로 인력 수급 상황 체감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조선업 기업의 52.2%가 ‘인력이 부족하다’(‘매우 부족’, ‘부족’)고 답했다. 특히 조사에 응한 조선업 기업의 무려 96.6%는 ‘생산 직무’에서 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하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선박 건조 규모 등을 감안하면 2027년까지 조선‧해양 산업에 4만30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조선업 인력난이 심화되는 와중에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조선업 인력난 여파로 파업권을 확보한 노조가 임금‧단체협상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과 관련해 지난달 24∼26일 쟁의 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찬성 가결했다. 물론 최근 현대중공업 노사가 화요일, 목요일 등 2차례 교섭을 유지하고,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등 3차례 실무 교섭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만큼, 극적으로 연내 타결할 가능성도 있다. 대우조선 노조의 경우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 중인 한화그룹에 인위적 구조조정 금지뿐만 아니라 회사 분할 금지, 자산 매각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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