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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나혼렙’을 찾아라…콘텐츠업계의 성공 키워드 ‘OSMU’

웹소설로 시작한 ‘나 혼자만 레벨업’ 이후 웹툰·게임·애니로 재탄생
누적 조회수 142억회 ‘기염’…해외 팬들도 열광
카카오엔터, ‘노블코믹스’ 시스템으로 해외 사업 확장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포스터.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어떻게 담느냐보다, 무엇을 담느냐가 성공의 향방을 결정한다.”
 
콘텐츠 지식재산권(IP) 산업에 종사하는 직원이 최근 기자와 만나 한 얘기다. 인기를 끈 소설·웹툰 등을 지칭하는 ‘슈퍼 IP’ 발굴이 무엇보다 사업의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미 경쟁력이 증명된 IP를 게임·드라마·영화 등으로 재가공한 후, 상품의 성공 확률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원작을 재가공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 전략을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라고 부른다. 이 직원은 “OSMU는 이미 콘텐츠 제작업계에 아주 기본적인 사업 구조로 자리 잡았다”며 대표적 성공 사례로 ‘나 혼자만 레벨업(이하 나혼렙)’을 꼽았다.
 
나혼렙은 2016년 7월25일 추공 작가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다. 완결 날짜는 2018년 3월13일. 5년도 더 된 웹소설이지만 열기는 지금도 식지 않고 있다.
 

지스타서도 ‘나혼렙’ 인기 증명…확장하는 IP

실제로 나혼렙의 인기는 국내 최대 규모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2’에서도 확인됐다. 나혼렙 IP는 부산 벡스코에서 지난 20일까지 진행된 이번 행사를 통해 게임이란 옷을 입고 관객들을 만났다.
 
넷마블은 이번 행사에서 2023년 출시 예정인 ‘나혼렙:어라이즈(ARISE)’를 공개했다. 회사는 ▶스토리 모드 ▶헌터 모드 ▶타임어택 모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관을 꾸렸다. 게임 자체를 즐기려는 이도 많았지만,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으로 탄생한 나혼렙을 보기 위해 지스타를 찾은 이도 상당수였다는 후문이다.
 
넷마블이 지스타2022에 꾸린 부스 전경. [사진 넷마블]
웹소설을 원천 IP로 둔 나혼렙은 게임에 앞서 웹툰으로 재탄생, 세계 시장을 강타한 바 있다. 고(故) 장성락 작가는 원작을 바탕으로 나혼렙 웹툰을 그렸다. 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에서 2018년 3월4일 시작된 연재는 2021년 12월29일 끝났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탄탄한 스토리에 뛰어난 작화가 더해져 많은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나혼렙 웹툰은 완결 당시 글로벌 누적 조회수 142억회를 달성, 업계에서 ‘새로운 신화’라고 불렸다. 당시 ▶누적 열람자 수 1억7500만명 ▶‘좋아요’나 ‘댓글’ 등 사용자 반응 1억6500만 건을 기록했다.
 
나혼렙 웹툰은 카카오의 글로벌 확장 전략과 맞물리며 해외에서도 소개됐다. 나혼렙 IP의 매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특히 만화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일본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나혼렙은 카카오의 일본 웹툰 플랫폼 ‘픽코마’에서 일 최고 열람자 수 82만명을 기록한 바 있다.
 
나혼렙 웹툰은 일본뿐 아니라 카카오가 진출한 해외 시장 모두에서 인기를 끌었다. 11월 기준 ▶인도네시아·대만 소년·전체 장르 누적 매출 합계 1위 ▶태국 소년·전체 장르 누적 매출 1위 등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나혼렙 웹툰은 18개 국가에서 단행본으로도 출판됐는데, 독일·브라질에서 출시 첫 주 아마존 만화책 부문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나혼렙 웹툰의 이 같은 성과를 반영, 지난 2021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시상식에서 장관상을 시상하기도 했다.
 
글로벌 팬들은 웹툰을 넘어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시선을 돌렸다. 미국 온라인청원사이트(change.org)에 “나혼렙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달라”는 글이 올라왔고, 약 21만명이 여기에 공감을 나타냈다.
 
나혼렙의 판권을 보유한 웹소설·웹툰 콘텐츠 제작 업체 디앤씨미디어는 이 같은 소비자 요구를 반영, 지난 7월 애니메이션 제작을 공식화했다. 제작은 일본 영상기획 전문그룹 애니플렉스 산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에이원픽쳐스(A-1 Picutres)’가 맡는다. 2023년 글로벌 공개를 목표로 현재 제작 단계를 밟고 있다.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이 2021년 12월 완결 당시 기록한 성과.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나혼렙의 성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는 한정판 디지털 작품 유통 서비스 ‘클립 드롭스’와 함께 나혼렙 대체불가토큰(NFT)을 지난 1월 발매한 바 있다. 나혼렙 웹툰 최종화 장면을 담은 NFT 100개와 주인공 성진우의 모습을 담은 서브 NFT 200개로 구성됐다. 300개의 NFT는 공개 1분 만에 모두 팔렸다. 당시 업계에선 발생 수익이 약 1억1000만원(7만클레이코인) 수준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웹툰 NFT가 생소한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 더 큰 의미가 있다”며 “웹툰·웹소설 산업 확대 가능성을 또 한 번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웹소설 완결 후 나혼렙 IP은 ▶웹툰 ▶애니메이션 ▶게임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NFT 등 다양한 장르로 재탄생했고, 모두 성공했다. OSMU 전략의 경제적 가치를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로 나혼렙이 꼽히는 이유다.
 

“제2의 나혼렙 발굴이 해외 확장 전략”

나혼렙의 OSMU 성공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성장으로도 이어졌다. 나혼렙의 흥행은 카카오가 추진 중인 ‘콘텐츠를 통한 해외 사업 확장’의 기반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는 지난 3일 2022년 3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투자자 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 “나혼렙 등 인기 웹툰을 4분기 프랑스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프랑스에 공급해 현지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업 확대 핵심 전략으로 나혼렙 유통을 꼽은 셈이다.
 
카카오는 현재 ▶일본(픽코마) ▶미국(타파스·래디쉬·우시아월드) ▶태국·대만·인도네시아 (카카오웹툰) 등에 진출해 있다. 유럽 시장의 경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픽코마가 지난 3월에 공동으로 진출해 사업을 꾸리는 중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픽코마와 합을 맞춰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자사의 우수한 IP와 픽코마의 검증된 플랫폼 운영 노하우로 시너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해외 사업 성공 전략으로 ‘나혼렙 IP를 발굴했던 과정’을 꼽았다. 회사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노블코믹스’ 시스템을 만들어 적용한 바 있다. OSMU 전략의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해외 사업 외연을 넓히겠단 포부다.
 
‘나 혼자만 레벨업’의 애니메이션 포스터.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노블코믹스는 인기 웹소설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웹툰화하는 카카오 고유의 창작 시스템이다. 나혼렙 웹툰 외에도 ▶사내 맞선 ▶템빨 ▶도굴왕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세이렌 ▶악녀는 마리오네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대수의 작품들이 노블코믹스 시스템으로 탄생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노블코믹스 시스템을 보다 유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2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해당 자금을 통해 약 1만개의 오리지널 IP를 확보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풍부한 원천IP를 바탕으로 세계 모든 언어권을 대상으로 K-콘텐츠의 매력을 알려 사업적 성과를 이루겠단 청사진을 그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완결된 웹소설을 웹툰으로 다시 한번 선보이는 노블코믹스 시스템은 웹툰 독자가 웹소설로, 웹소설 독자가 다시 웹툰으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며 “개별 IP 라이프사이클을 크게 확장해 창작자 수익 역시 크게 확대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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