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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출신 5인 ‘어벤저스’, 한국 스타트업 ‘클래스101’에 뭉쳤다

구현서 CTO 제안에 각양각색의 아마존 출신 4명 합류
클래스101 기업문화와 구성원 ‘오너십’에 놀라

 
 
아마존 출신 5인이 스타트업 클래스101에 합류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고지원 Head of UX, 김태훈 CPO, 구현서 CTO, 김석현 Engineering Manager, 이준호 Principal Product Designer. [신인섭 기자]
2021년 매출액 4698억2200만 달러, 한화로 약 635조원을 기록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 아마존. 이곳에서 일하면 매일 영입 제안을 받을 정도라고 한다. 빅테크 기업들이 아마존 출신 영입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아마존이라는 타이틀은 그만큼 큰 힘을 발휘한다.
 
이런 혜택을 마다하고, 한국 스타트업에 함께 합류한 아마존 경력자 5명의 한국인이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 일했던 이들이 한국 스타트업에 합류한다는 소식은 종종 나온다. 하지만 아마존 경력자들이 스타트업 한 곳에 모이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5명의 아마존 경력자를 품은 행운의 스타트업은 2018년 창업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 ‘클래스101’이다. 지난해 7월 구현서 CTO의 합류를 시작으로 김태훈 CPO, 고지원 Head of UX, 김석현 Head of foundation engineering, 이준호 Principal Product Designer까지 아마존 출신 5인방이 줄줄이 클래스101에 합류했다. 미국 사무실에서 일하는 김태훈·이준호씨가 오랜만에 한국 출장길에 올라, 5명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이들을 만났다. 2시간 넘게 이들에게서 클래스101에 대한 자부심과 기업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움직일 생각 없었는데, 클래스101 구성원 만나 생각 바꿔”

아마존 출신이 한국 스타트업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구현서 CTO가 가장 먼저 클래스101에 합류했는데. 클래스101과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구현서 : 클래스101 창립 멤버들과 6개월 정도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는 영입 제안이나 클래스101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창립 멤버들은 가끔 클래스101의 어려움을 나와 공유해줬고, 나는 그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이야기해주는 식으로 인연을 이어갔다. 어느 순간 보니까 클래스101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더라.(웃음) 나중에 내가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하니까 그들이 ‘그럼 같이하죠’라고 이야기를 하더라. 
 
구현서 CTO [신인섭 기자]
구 CTO는 아마존 본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통화 변환 서비스 및 원클릭 결제 서비스 개발에 참여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아마존에 있던 시간은 4년 정도. 이후 2016년 글로벌 애드테크 기업 몰로코에 엔지니어링 디렉터로 합류했다. 이후 클래스101에 합류하기 전까지 몰로코의 아시아·태평양 전체 비즈니스를 총괄했다. 몰로코의 주력 제품인 머신러닝 기반 광고 자동화 플랫폼 개발과 론칭을 리드한 업계에서 유명한 엔지니어다. 구 CTO는 클래스101에 합류한 이후 기업 성장에 필요하다고 생각한 아마존 출신 인사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지원 : 구 CTO를 10년 전 아마존에서 봤을 때는 솔직히 별로였다.(웃음) 아마존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일 뿐인데, 4년 만에 그를 다시 보고 ‘엄청나게 성장했구나’라고 느꼈다. 아마존 같은 대기업에 있을 때는 해보지 못한 일을 스타트업에서 하면서 저렇게 성장을 했구나,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구 CTO를 통해 들었던 클래스101의 기업 문화가 맘에 들었다. 여기에 와서 팀 빌딩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훈 : 아마존에 있을 때 분야가 달라서 구 CTO랑 함께 해본 적이 없다. 말도 서로 높이는 그냥 아는 사이였다. 어느 날 보니까 몰로코에서 클래스101이라는 한국 스타트업으로 옮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야기나 하자고 해서 만났다. 내가 커리어를 바꾼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았는데, 공 대표를 포함해서 클래스101 사람들을 만나면서 관심이 생겼다. 예상보다 역량이 뛰어난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아마존에서 8년 동안 배운 것들을 클래스101에 적용하면 클래스101 잠재력이 터질 것 같았다. 
 
김태훈 CPO [신인섭 기자]
김태훈 CPO는 LG전자 글로벌 사업부터 쿠팡, 아마존 등 다양한 대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LG전자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던 시절에는 승진과 성과, 좋은 차와 집이 전부였던 직장 생활을 했다. 그는 “만일 내가 LG전자를 그만두지 않고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성공과 실패만 생각하는 획일화된 직장인의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아마존에서 200명이 넘는 멤버를 리딩하는 치열한 생활도 했지만,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지게 됐다. 
 
김석현 : 아마존에서 일하는 방식이나 협업하는 방법 등을 많이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 아마존을 나와 쿠팡 등으로 옮긴 이유도 내 능력으로 뭔가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구 CTO를 만났을 때 아마존 출신의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내 능력을 더하면 좀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스타트업의 장점인 것 같다. 경력을 쌓고 나이를 먹은 후에 스타트업에 오는 것도 괜찮은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좋은 흐름이라고 본다.  
이준호 : 아마존에서 7년 정도 일했는데, 막 승진을 했던 시기에 여기에 합류했다. 승진했을 때 남아서 일하던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하던지 그런 결정을 해야만 하던 시기에 구 CTO의 연락을 받았다. 내 마음속에 뭔가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때마침 구 CTO의 제안을 받은 것이다. 클래스101 사람들을 만나면서 결심을 굳혔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착하고 열정적이고 똑똑했다.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웃음)
 

“착한데, 똑똑하다”…이들의 눈에 비친 클래스101 구성원  

5명이 클래스101에 모일 수 있던 중심에는 구 CTO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마존’이지만, 각기 하는 일도 달라서 함께 일했던 시간도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구 CTO의 제안을 받아들인 데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지원 Head는 이에 대해 “구 CTO가 있었기 때문에 합류한 것이 맞다”며 웃었다. 또한 “여기에 있는 이들은 매일 1~2번씩 링크드인으로 제안받을 정도로 업계에서는 인정받고 있다”면서 “빅테크 기업 혹은 대기업에 있던 이들이 스타트업으로 움직일 때는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고지원 Head of UX [신인섭 기자]
고지원 Head는 한때 유행했던 ‘노마드’와 같은 삶을 살았다. 그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쿠팡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고,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으로도 일해본 경험이 있다. 그는 “한 기업에서 가장 오래 있던 시간이 5년인데, 그곳이 바로 아마존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하지 못한 이유는 수직적인 결정구조 때문이다. 대기업은 구성원들에게 자율권이 주지 않는다는 점이 항상 아쉬웠다. 그는 클래스101 구성원에 대해 “모두 클래스101의 비전에 공감하고 열정을 가지고 각자의 일을 한다. 대기업에서 풀지 못했던 아쉬움을 여기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지원 Head의 이야기에 다른 이들도 공감을 표했다. 이들은 아마존의 장점을 자율성과 개개인이 가진 뛰어난 능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아마존 내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이 마련한 프로젝트에 대해 구성원들의 ‘난도질’ 같은 비판을 견뎌야 한다. 김태훈 CPO는 “프로젝트 회의에서 내가 준비를 못한 부분이 생기면 동료들이 하이에나처럼 물고 뜯는다”면서 “그런 치열한 논쟁을 견디고 이겨내야만 아마존에서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 CTO는 “아마존은 리더의 결정이 나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일반 기업과 같다. 그런데 한국 기업과 다른 점은 구성원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훈 CPO는 “클래스101 구성원들도 아마존처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과 확신이 있어서 그런지 의견을 내는 데 거침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구성원들 각자가 오너십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 같아서 놀란 적이 많다”고 평가했다. 김석현 Head도 “쿠팡에서 일할 때와 이곳에서 일할 때 가장 차이점을 느낄 때 회의할 때다. 쿠팡에서는 나 혼자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에서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야기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김석현 Head of foundation engineering [신인섭 기자]
김석현 Head는 게임 개발자로 시작해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엔지니어다. 동료들이 김 박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는 박사 졸업 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에서 빅데이터 연구를 했고, 이후 아마존 AB testing platform 팀을 거쳐 쿠팡 시애틀에 합류해 쿠팡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 클래스101에 합류한 후 개발자들의 엄마 역할을 하는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는 “내 캘린더를 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두 미팅으로 채워져 있다. 개발자들이 일할 수 있게 마인드 관리부터 경력 관리 등 모든 것을 살피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준호 Principal Product Designer [신인섭 기]
클래스101에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이는 이준호 디자이너다. 그는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 대학에 진학했고 졸업 후 아마존에 입사해 7년을 일했다. 아마존에 있을 때 5개 팀을 거칠 정도로 다양한 일을 했고, 힘든 프로젝트도 직접 진행한 적도 많다.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한 직후에 클래스101에 합류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중이다.
 
이들이 클래스101 구성원들에 대해 공통적으로 칭찬하는 것은 ‘오너십(ownership, 주인의식)’이다. “클래스101 구성원들의 오너십은 비교 불가한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다. 구현서 CTO는 “이곳에서 1년 정도 일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게 사람들이 기업 비전에 맞게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호 디자이너도 “여기는 굉장히 수평적이고, 회사의 미션을 향해서 함께 달려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놀라워했다. 김태훈 CPO는 “각자 일하는 곳이 다를 뿐이지, 모든 이들이 마치 대표처럼 일하는 것 같다”면서 “모든 구성원에게서 강한 오너십을 느낄 때마다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스타트업에서 어떤 것을 더해주고 싶을까. 아마존에서 일했던 경험이 클래스101에 어떤 식으로 이식이 될지 궁금했다. 
 
한국 스타트업 클래스101에 어떤 것을 더하고 싶나.
구현서 : 클래스101이 현재는 온라인 교육의 형태지만, 5년 후에는 완전히 다른 서비스일 수도 있다. 비즈니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엔지니어의 성장도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클래스101 엔지니어들은 똑똑하다. 서로 리뷰해주는 문화도 잘 되어 있다. 아마존에서 배운 개발자 문화를 이곳에 잘 이식해줄 것이다. CTO로서 구독 서비스와 해외 진출을 위한 검증을 계속할 것이다. 실제로 부딪혀 보면서 가설을 검증하고 답을 찾아 나갈 것이다.  
김태훈 : 시급한 것은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으니까, 구독자 수를 늘리는 것이다.(웃음) 구독자를 늘려야 크리에이터도 정산을 많이 받고, 그러면 클래스도 늘어나고 트래픽도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유럽에도 진출해서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하게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 B2C 비즈니스 모델인데, 차츰 B2B 비즈니스로 확대를 할 것이다.
고지원 : 애플에는 27명의 핵심 디자이너 그룹이 있는데, 그들은 20년 넘게 애플에서 일했다. 회사의 프로덕트와 문화가 잘 만들어지려면 팀원들이 퇴사하면 안 된다. 그런 문화를 만들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상사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성장시킬 때 이용해야 할 사람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을 죽도록 싫어하는 데 아마존에서 5년이나 일했다. 아마존이 탄탄하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이곳 구성원들에게 잘 전달할 것이다. 
김석현 : 나는 이제 엔지니어라기보다 반쯤은 경영자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존이나 쿠팡 등에서 엔지니어 경험을 살려서 클래스101 엔지니어들이 일에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내 역할이다. 엔지니어들의 프로젝트를 관리해주고, 업무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을 하고 있다. 
이준호 : 클래스101이 놀라운 게 구독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데 5개월밖에 안 걸렸다. 대기업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곳 디자인 실력은 정말 뛰어나다. 비즈니스도 변화했으니까 이에 맞는 디자이너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고객을 유입할 수 있게 하고, 유입된 고객을 머무르게 하고, 들어와서 자신이 듣고 싶은 클래스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만들고 있다.
 

클래스101 구독 서비스 도전, 사용자 위한 다양한 혜택 마련 중

클래스101은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이라는 비전 아래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숫자 101은 대학 개론 과목 강의코드에서 인용한 것으로 배움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취미 개발에 특화된 ‘크리에이티브 클래스’, 재테크 중심의 ‘머니 클래스’, 자기 계발에 특화된 ‘커리어 클래스’,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는 ‘시그니처 클래스’ 등 25개 카테고리에 4000여 개가 넘는 온라인 클래스가 진행되고 있다. 누적 회원수는 443만명, 누적 크리에이터는 13만명을 넘었다.
 
한국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2019년 7월 클래스101 US, 2020년 3월 클래스101 JAPAN을 론칭했다. 현재 북미, 유럽, 동남아시아 등 120여 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구독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클래스101+’를 론칭했다. 월 1만9000원에 원하는 클래스를 무제한 수강 가능한 온라인 클래스 구독 서비스다. 클래스101은 이 서비스에 가입한 사용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 출신 인사들이 합류한 이유는 클래스101이 요구하는 인재상과 기업문화 때문이다. 클래스101의 가장 특징적인 사내문화는 자유로운 토론이다. 이를 위해 모든 구성원이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직급도 없다. 일반 기업의 ‘팀장’ 역할을 하는 ‘리드’라는 직책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주요 의사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역할을 한다. 오전 8시부터 11시 사이에 자율 출근 유연근무제, 승인 없는 휴가 및 분 단위 휴가 사용, 도서비 및 회식비 지원, 심리상담 및 마사지 등의 다양한 복지정책을 자랑하고 있다.
 
클래스101은 창업 후 지금까지 59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시장에서 성장을 지속하는 스타트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영진 기자 choiyj7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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