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분해되는 데 1000년 걸린다…‘불붙는’ 카드사 친환경 경쟁
PVC 소재 카드 완전히 썩는데 1000년 이상 걸려
친환경 플레이트부터 모바일 유도까지 다양한 카드사 전략
매년 발급되는 신용카드 수가 늘면서 잠자고 있는 휴면카드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불필요한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일면서 카드사들이 친환경 카드 출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생산부터 소각까지 유해한 PVC 소재로한 카드 일반적
카드 발급과 함께 ‘휴면카드’도 증가했다. 1년 이상 기간 동안 이용실적이 없는 휴면 신용카드 수는 4분기 연속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1284만8000장에서 올 1분기 1373만6000개로 늘었고, 2분기 1428만4000개, 3분기 1464만2000개로 확대됐다.
사용하지 않는 카드들이 늘어나자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한국소비자원은 ‘플라스틱 카드류 안전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유해물질을 함유한 폴리염화비닐(PVC) 카드가 매년 수백만에서 수천만장이 만들어지고 폐기되고 있으나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유해물질 함량 가이드라인 마련 및 저감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엔환경계획(UNEP)과 교보증권이 올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PVC 소재 신용카드가 완전히 썩기까지는 1000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소재로 많이 쓰이는 PVC는 유해성 논란도 이어져 왔는데, PVC는 생산 과정에서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비롯한 카드뮴, 납 등 유해 중금속을 사용하고 소각 과정에서는 유독성 물질인 염화수소 가스가 발생했다.
휴면카드가 증가하는 이유는 카드 발급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해 카드 발급을 받으려면 5분에서 10분 안에는 신청을 완료할 수 있다. 본인명의 휴대폰과 계좌, 신분증만 있으면 카드 발급은 어렵지 않다 보니 필요한 혜택이 있을 때마다 쉽게 발급받고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 캐시백이나 할인, 무이자할부 등 일회성 마케팅으로 신규 회원을 유치하려는 카드사들의 경쟁도 휴면카드를 늘리는 데 일조했다. 카드사들은 카드 신규회원 확보가 어려운 만큼 갈수록 다양한 혜택과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고, 연예인 모델 등을 앞세워 발급을 유도하는 등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폐플라스틱 소재 개발 및 모바일 카드발급 등 친환경 행보 나서
신한카드는 지난해 9월 출시한 폐플라스틱 재활용 카드 플레이트를 자사의 인기 카드 상품들을 중심으로 순차 도입했다. 해당 상품을 재활용 플레이트로 대체함으로써 1.5리터 페트병 기준 연간 약 31만개에 달하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폐플라스틱 소재로 제작하는 카드 종류를 연말까지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며 “신규 출시 상품들이 생기면 여기에도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바일 카드 발급이나 페이 결제 시스템으로 친환경 소비도 유도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플라스틱 실물 카드 없는 모바일 단독카드 발급 시 추가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등의 이벤트를 하고 있다. 지난해 탄소배출량이 적은 바이오 플라스틱 에코젠 시트 소재를 활용한 카드도 출시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플레이트에서 모바일로 결제 수단이 옮겨가고 있는 흐름”이라며 “KB페이나 곧 도입될 오픈페이를 중심으로 친환경 관련 서비스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차량인 전기차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전기차 특화 카드 상품을 내놓는 사례도 있다. 삼성카드는 자사의 ‘아이디 이브이(iD EV)’ 카드 플레이트 소재를 일회용 PVC 플라스틱이 아닌 재활용 PVC 플라스틱인 rPVC로 대체했다. 해당 카드로 전기차 충전소 등에서 충전 결제 시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는 등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카드는 “지난해까지 1.0%였던 친환경 소재 카드 발급 비중을 2026년에는 20.9%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송재민 기자 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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