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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중동 붐 기대’ 사우디 네옴시티 잡아라 [다시 뛰는 K-건설②]

유가 급등으로 사우디 재정 회복, 사업 급물살
총사업비 670조원 프로젝트에 한국 민·관 맞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과 사우디아라비아 마제드 알 호가일 도시농촌부 장관. [연합뉴스]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해외 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원전·생산시설 등 여러 사업에서, 북미·유럽·아프리카 등 다양한 나라들에서 호평을 받으며 대규모 실적을 챙기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해외 건설 수주 금액이 3년 연속 300억 달러를 달성할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에 맞춰 사우디아라비아와 초대형 프로젝트 협약들을 동시다발로 체결하면서 ‘제2의 중동 붐’이라는 찬사까지 받고 있다. 건설사들의 해외 시장 약진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글로벌 리세션(세계경기 후퇴)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설업계에는 ‘제2 중동붐’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사우디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협약과 수주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약 2만6500㎢) 부지에 사우디~이집트~요르단에 걸쳐 미래형 산업·주거·관광특구 ‘저탄소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는 5000억 달러(약 670조원)에서 1조 달러로 추산된다.  
 
네옴시티는 직선 도시인 ‘더 라인’(The Line), 바다 위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산악지대 관광단지인 ‘트로제나’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더 라인 터널 공사를 수주했고 한미글로벌은 총괄 프로그램관리(PMO)를 따냈다.
 

사우디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건설업계 ‘청신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네옴시티 더 라인 지하에 고속·화물 철도 서비스를 위한 터널을 뚫는 약 10억 달러 사업을 수주해 공사 중이다. 이 터널로 지하철·고속철도·화물운반용 철도가 지나가고 상부에 도시가 들어선다. 삼성·현대 컨소시엄은 더 라인의 추가 터널 공사와 구조물 수주를 준비 중이다. 삼성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대의 해외건설 경험을 합쳐 추가 수주를 추진하는 등 시너지를 키우고 있다.
 
한미글로벌은 최근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근로자용 주거시설 건설 용역을 따냈다. 수주액은 약 90억원이다. 지난해 6월에 국내 최초로 네옴시티 건설 프로젝트의 특별 총괄프로그램관리(e-PMO) 용역을 26억원에 수주했다. 올해 8월엔 네옴시티의 글로벌 자문 서비스 용역 공급 계약도 추가로 체결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한 11월 17일엔 사우디아라비아와 국내 건설사들의 협약(MOU)도 이어졌다. 현대컨소시엄(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 롯데건설은 이날 에쓰오일이 발주한 ‘샤힌 프로젝트’의 EPC(설계·조달·시공) 업체로 선정됐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의 국영 정유·석유화학 기업인 아람코가 최대주주(지분 63%)며 빈 살만 왕세자가 아람코의 대주주로 있다.
 
9조2580억원이 투입되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일대에 석유화학제품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국내 석유화학산업 사상 최대 규모다. 내년 1월 착공해 2026년 6월 준공을 마칠 계획이다. 현대컨소시엄은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와 에틸렌을 활용해 폴리에틸렌(PE)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올레핀 다운스트림’ 건설에 참여한다. 롯데건설은 이와 더불어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저장하는 탱크설비 21기를 짓는다.  
 
대우건설은 석유·가스·석유화학 관련 MOU를 맺었다. 대우건설은 이날 사우디 현지 종합건설사 알파나르와 MOU를 맺고 사우디 석유화학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이 협약으로 현지 ‘오일 앤 가스’ 프로젝트에 참여 기회를 확대하게 됐다. 이와 함께 네옴시티 사업 관련 토목·건축 등 각각의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대규모 사우디 사업에 대해 국내 건설사들은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기회로 보고 수주 총력전을 펴고 있다. 사우디가 석유 의존형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비전 2030’을 구체화하면서 향후 5년간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비전 2030을 발표한 것은 2016년 4월이다. 하지만 저유가 지속,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한동안 추진 속도를 내지 못했다. 비전 2030의 추진 속도가 최근 빨라진 것은 고유가 덕이다. 재원인 국부펀드에 돈이 쌓이자 때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에 발 맞춰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사우디의 초대형 프로젝트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왼쪽)와 윤석열 대통령. [사진 대통령실]

민·관 협력 강화, 건설사들 수주 낭보 잇따라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후 정부와 사우디의 주택·스마트시티 관련 협력 외교가 속도를 내면서 네옴시티 등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국내 기업의 참여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택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첫 플랫폼도 만들었다. 국토교통부는 11월 29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제1회 한-사우디 주택 협력포럼’을 열었다. 이 포럼은 최근 사우디 도시농촌주택부를 방문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제안한 것으로, 마제드 알 호가일 사우디 주택부 장관이 받아들여 성사됐다.
 
사우디는 국립주택공사가 추진하는 주요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수자원공사는 도시개발과 주택정책 사례를 소개했다. 기업들도 기술 발표에 나섰다. 포스코건설은 모듈러 건설 기술과 사례를, 현대건설은 건설 자동화와 디지털 건설 기술을 발표했다. 네이버는 스마트 빌딩 관련된 디지털 기술과 로봇·인공지능(AI)·5G·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네이버 신사옥 1784를 소개했다. KT는 통합도시운영솔루션과 스마트시티 사업을 발표했다. 직방은 모바일 모델하우스와 스마트홈을 시연했다.
 
네옴시티에도 활용되는 모듈러 주택과 스마트시티는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한국 기업과 사우디 간 MOU가 체결돼 관심이 높은 분야다. 원희룡 장관은 “이번 포럼을 주택협력뿐 아니라 네옴시티 같은 미래 스마트시티 구상을 함께해나가는 확장된 협력 플랫폼으로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원 장관은 지난달 4일부터 9일까지 건설·모빌리티·IT 분야 기업 연합 ‘원팀 코리아’를 이끌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 기업의 수주 기반을 확대에 나섰다.  
 
이번 수주전에는 ▶건설사 9곳(삼성물산·대우건설·한미글로벌·쌍용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삼성엔지니어링·코오롱글로벌·현대건설) ▶건축설계 2곳(해안건축·희림건축) ▶모빌리티 3곳(모라이·토르드라이브·포테닛) ▶IT 4곳(네이버·네이버랩스·네이버클라우드·KT) ▶스마트건설 1곳(엔젤스윙) ▶스마트시티 1곳(참깨연구소) ▶스마트팜 2곳(엔씽·포미트) 등이 참여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행사에 IT분야, 스마트 건설·시티 등 다양한 민간 기업 관계자가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는 ‘해외건설 3.0 시대’를 선언한 정부가 건설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간 기업과 함께 해외 수주를 위한 ‘원팀 코리아’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원팀 코리아는 정부간(G2G) 협력을 통해 민간 건설사들이 사업을 확보하고 단순 시공이 아닌 ‘설계~시공~운영’ 등 프로젝트 전 과정에 걸친 사업 전략을 통해 수주 규모뿐 아니라 수익성까지 모두 높이겠다는 게 원팀 코리아의 목표다. 현재 해외건설 시장이 설계·조달·시공(EPC) 중심의 도급형 사업에서 민관협력투자개발사업(PPP)으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외건설은 건설사들이 단순 시공만 따내는데 그쳤다.  
 
우리정부도 한국과 사우디 간 MOU와 관련해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지난 17일 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26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와 관련해 “내용이 구체적이고 사우디 의지가 강해 실현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최소 5000억 달러 규모의 네옴시티가 구체화하면 추가 성과가 더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26개 계약·MOU 추진 상황을 ‘비전 2030 위원회’에서 사우디와 공동 점검하고 ‘코리아 원팀’으로 진출 기업의 애로 사항 파악과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리세션 같이 경제 상황이 안 좋으면 발주를 좀 줄이거나 좀 연기하거나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데 과거보다 현재 고유가 체제하에 사우디가 지금 산업 개혁을 위해서 내용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 한국의 강점을 지니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지금 나오고 있다는 것은 우리 기업한테 청신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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