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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위믹스, 오히려 오르네?”…‘커스터디’가 뭐길래

상폐 기로 선 위믹스, 27% 이상 급등 현상
‘바이낸스 커스터디’ 이용 소식 이후 꾸준히 상승
금융자산 수탁해주는 커스터디…코인 시장서 인기
업계 “커스터디 영향 미미…위믹스 상승은 ‘상폐빔’”

 
 
지난 11월 5일 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사옥. [윤형준 기자]
국내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던 위믹스(WEMIX) 코인이 최근 급상승하고 있다. 위믹스 홀더(보유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위믹스 상폐 가처분 신청 인용 기대감에다가, 바이낸스 커스터디(수탁) 이용이 결정된 것이 주효했다. 대형 거래소의 커스터디를 통해 위믹스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려는 게 위메이드의 전략이지만, 업계에서는 그 효과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5일 암호화폐 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위믹스 가격은 1189원으로 24시간 전(931원)보다 27.71% 올랐다. 이달 1일 오전 9시 시세(567원)와 비교하면 무려 109.7%나 급등했다. 지난 11월 24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위믹스의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후 일주일간 500원대에 머물던 것과 대조적인 분위기다.
 
위믹스 가격이 급등한 건 2일 오후부터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닥사 소속 4개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를 상대로 낸 거래지원 종료 결정 효력 가처분 심문을 열었다. 재판부는 “(거래지원 종료일이) 12월 8일이므로 7일 저녁 전까지는 결정해야 한다”며 양측에 5일까지 추가 서면 제출을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위믹스 사태 피해자 협의체 관계자들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메이드가 만든 코인 위믹스의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를 결정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위믹스 투자자들이 모인 ‘위믹스 사태 피해자 협의체’는 서울 강남구 업비트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위믹스 상장폐지는 우리가 선택하고 투자한 프로젝트의 사업적 실패에 기인한 것이 아닌 닥사라는 거대하고 새로운 자본권력의 독단적이고 비합리적인 전횡으로 발생한 납득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위믹스 홀더와 위메이드 주주를 중심으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져 위믹스의 거래량이 늘고 가격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암호화폐 시장에선 여기에 위메이드가 ‘바이낸스 커스터디’ 아래로 들어간다고 발표한 점도 가격 상승세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봤다. 지난 4일 오후 위메이드는 바이낸스 기업대상 서비스(Binance Institutional Services)와 협의를 마치고 바이낸스 커스터디 서비스 이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발표 당시 위믹스는 1020~1030원대였지만, 현재는 1120원대에서 가격을 형성 중이다.
 
위메이드는 바이낸스 커스터디 이용 결정이 위믹스의 자체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는 다양한 방식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기술적 절차가 완료되면 이르면 다음 주부터 위믹스는 바이낸스 커스터디를 통한 관리 시스템으로 전환된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과 솔루션을 겸비한 바이낸스 커스터디 서비스를 통해 위믹스 생태계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의 초석을 마련하겠다”며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의 재발 우려를 원천 차단하도록 완전히 투명한 위믹스 유통량 관리 시스템을 확립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위믹스, 바이낸스 커스터디. [사진 위믹스 미디엄]

금융자산 맡아주는 ‘커스터디’, 코인 시장서 더 주목받는 까닭은?

커스터디는 금융자산을 대신 보관·관리해주는 서비스로, 우리말로 ‘수탁(受託)’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금융사들이 제공해왔는데, 주로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다루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 현재는 암호화폐 등 디지털자산 산업이 발달하면서 이에 대한 커스터디 서비스가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인 시장에서 커스터디 서비스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디지털자산의 탈취를 노리는 해킹공격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서다. 본래 암호화폐 지갑(월렛)이 위치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기술적으로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피싱을 통해 지갑에 접근할 수 있는 암호키를 탈취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보이스피싱으로 암호키를 부르도록 유도하거나, PC나 모바일에 적어둔 메모를 해킹하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양의 암호화폐를 보다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대형 금융사에 맡기려는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또 암호화폐를 투자·소유하는 법인은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기 위한 솔루션과 내부통제기준이 미비한 점도 커스터디를 이용하는 이유다.
 
암호화폐 지갑의 경우 탈중앙화로 운영돼 법인명의 지갑주소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대부분의 법인이 대표 혹은 임직원의 개인지갑을 통해 매입한 암호화폐를 보관하고 있다. 결국 암호키에 접근 가능한 임직원의 횡령, 개인지갑 소유자의 퇴사 시 소유권 분쟁 등 사건·사고에 취약하게 된다. 여기에 아직까지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이 모호하고 관련 회계기준이 급변하고 있어, 법인이 세무회계 업무를 오류 없이 수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커스터디사가 이런 법인의 디지털자산 관리, 보안 위험, 세무회계 업무 등을 관리하기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본토벨뱅크 사옥. [로이터=연합뉴스]
해외에서는 스위스 본토벨뱅크가 제도권 은행 최초로 디지털자산커스터디를 시작했으며, 뒤이어 미국과 독일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경우 신탁법에 따라 금융기관이 암호화폐 등 디지털자산을 직접 수탁할 수 없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업과 협업해 지분투자하는 방식으로 커스터디 서비스에 진출하고 있다.
 

위믹스의 커스터디 결정…업계는 “글쎄”  

이처럼 위메이드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커스터디를 이용해 신뢰도를 높이고자 했지만,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커스터디는 ‘은행에 코인을 맡긴다’ 정도의 의미가 있을 뿐이다”며 “위믹스는 거래량의 90%가 업비트에서 나왔기 때문에 해외 거래소에 커스터디는 (위믹스의 신뢰 회복에)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3일 업비트에서 상장폐지된 아인스타이늄(EMC2) 코인. 상장폐지를 앞두고 가격이 600% 이상 상승한 대표적인 '상폐빔' 사례다. [업비트 캡처]
또한 최근 위믹스의 가격이 오르는 것도 큰 의미는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간 코인 시장에서는 유의종목이나 상장폐지 지정을 받게 되면 급락 이후 급등하는 이른바 ‘상폐빔’ 현상이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 시장의 세력(Market Maker, MM)이 가격 하락이 안정되면 일제히 매수해 가격을 급등시켜 일종의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이다. 업계에선 위믹스도 여타 상장폐지 코인과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위믹스가 정말로 회생하려면 유명 거래소에 코인을 상장시키거나,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에서 거래량이 많이 늘어나는 등의 상황이 일어나야 한다”며 “가격은 위믹스의 기로를 결정짓는 지표는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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