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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세자도 눈독’ 자동차부터 도시까지 선점 각축전 [다가온 수소 경제①]

사우디 천연연료 대신 수소에 주목
대기업들 수소 시장 선제 공략 총력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고 있는 380MW 급 수소터빈의 축소모형.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수소 경제 시대가 한 걸음씩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 일상에서 수소 산업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지만, 국내 대기업들이 저마다 수소 산업에 진출하면서 수소 생태계 확장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하면서 수소 기반시설에 관심을 보인 것도 수소 산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세계적인 산유국의 실권자가 천연연료가 아닌 ‘수소’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구상하는 ‘네옴시티’는 ‘탄소 제로’ 도시로, 이른바 꿈의 도시로도 불린다. 태양광‧풍력‧그린수소(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 도시를 유지한다는 청사진이다.  
 
사우디가 2017년 발표한 네옴시티의 총사업비는 5000억 달러(약 650조원) 수준이지만, 최대 1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종 완공 목표는 2030년이다. ‘석유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빈 살만 왕세자의 의지가 드러나는 사례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한국남부발전·한국석유공사‧삼성물산‧포스코 등으로 구성된 국내 컨소시엄은 최근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65억 달러(약 8조8000억원) 규모의 ‘그린수소 플랜트 건설 추진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다. 
 
그렇다고 수소 산업이 사우디와 네옴시티에서만 가시화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한 이후 수소산업에 가장 관심을 갖는 기업 중 하나다. 현대차는 1998년 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만들고 2000년에는 싼타페 차량을 바탕으로 수소전기차 개발 모델을 처음 만들었다. 2013년에는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양산 모델 ‘투싼ix 푸얼셀’, 2018년에는 넥쏘를 출시했다.  
 
이후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전지차 판매 대수는 1만6195대, 이 가운데 현대차의 넥쏘는 9591대로 절반 이상의 판매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인 도요타 미라이(2897대)의 판매량의 3배 이상이다.
 
포스코홀딩스와 한국전력은 지난 4월 ‘수소·암모니아 사업협력 파트너십 구축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국내외 그린·블루수소 생산 프로젝트 공동개발 및 투자, 수소·암모니아 공급 유연성 확보를 위한 물량교환(SWAP),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 및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개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MOU 체결식에서 “수소는 새로운 미래 소재로써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 철강의 중요한 원재료가 될 뿐만 아니라, 탄소 제로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필수 청정에너지원”이라며 “한국전력과 협력해 수소경제 인프라의 초석을 놓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효성은 지난 8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수소 전문 전시회 ‘H2 MEET 2022′에 참가해 내년 완공 예정인 효성중공업의 액화수소플랜트 건립 현황 등을 공개했다. 효성은 올해 초 전라남도와 협력해 향후 1조원을 투자해 해상풍력 발전과 수전해를 통해 ‘그린 액화수소’ 생산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 수소 충전소 공급 부문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효성중공업은 내년 액화수소플랜트 완공 시기에 맞춰 울산에 제1호 액화수소 충전소를 건립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수소전기자동차(FCEV)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수소저장용기 상용화를 위한 파일럿 공정설비 구축을 완료했다고 지난 9월 밝혔다. 롯데케미칼이 완공한 파일럿 설비는 약 1488㎡(약 450평) 규모로 2017년부터 연구·개발한 건식 와인딩 수소 탱크 제조 기술을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7년을 목표로 대형 수소터빈을 개발 중이다. 수소터빈은 수소 또는 수소‧액화천연가스(LNG) 혼합 연료를 사용하는 수소복합발전소의 핵심 기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기계연구원과 ‘300MW급 수소터빈용 50% 수소 혼소 친환경 연소기 개발’ 국책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수소터빈 연소기의 30% 수소 혼소 시험에 성공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책과제 완료 이후에도 대형 수소 전소 터빈 개발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 현대차는 일본 승용차 시장 재진출을 발표하면서 일본 시장에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차 '넥쏘'를 투입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기대감 크지만 사업성은 아직…연구개발에 더 집중을” 

다만 수소산업이 천연 에너지를 대체할 미래 자원으로 자리잡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통한 효율을 높이고 발전 단가를 낮춰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수소 경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느냐 하는 점도 관건이다.  
 
당장 전기차보다 수소전기차 개발에 주목했던 현대차 역시 자동차 시장의 수요에 따라 전기차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10월 자동차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전기차 판매량은 10만7783대로 집계됐다. 국내 완성차 5개 기업의 전기차 내수 판매가 연간 10만대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에서만 6만573대를 팔았다.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수소차가 1만6000여대 팔린 것과 비교하면 전기차 시장의 사업성이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 에너지 시장과 사업성 등을 고려했을 때 수소 산업은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버릴 수 없는 사업이지만,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국내외 대기업이 협업을 통해 기술 개발과 시장 확대를 도모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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