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세탁 필요 없어요”…친환경 호캉스 ‘그린스테이’ 체험해보니
호텔업계, ESG 중요성 대두에 친환경 활동 전개
어메니티에 생분해성 포장지 쓰고, 비건 조식 제공
2024년 일회용품 규제법 실시, 대중화엔 시간 소요
“객실 청소랑 침구 세탁 안 해주셔도 돼요”
친환경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이 중요해지면서 산업계 전반에서 다양한 대비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호텔업계에서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자원 선순환에 기여하기 위해 다회용 디스펜서를 도입하는 한편 무상으로 제공했던 일회용 칫솔·치약 세트를 유상으로 판매하는 등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국내 다양한 호텔들은 호텔 운영에 사용되는 에너지와 일회용품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린 스테이’를 전개하고 있다. 프랑스 글로벌 호텔 체인 ‘아코르’의 4개 브랜드로 구성된 서울드래곤시티도 다양한 친환경 요소를 접목한 숙박 형태를 선보이며 환경보호에 동참 중이다. 친환경 호캉스는 어떤 모습일까. 서울드래곤시티에서 그린 스테이를 직접 체험해봤다.
그린카드부터 스톤페이퍼…일회용 규제법에 ‘만반의 준비’
객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그린카드’다. 그린카드는 그린 스테이의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로, 호텔에 머무는 투숙객이 사용했던 수건이나 침대 시트를 매일 세탁하지 않고 재사용해도 좋다는 것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린카드 사용으로 세탁물이 줄면 물과 세제의 사용량도 감소하기 때문에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서울드래곤시티 내에서 ‘그랜드 머큐어’를 포함해 취사가 가능한 호텔 객실에는 환경부 인증 업체의 친환경 주방 세제와 세탁세제가 비치돼 있으며 업무용 책상엔 플라스틱 볼펜 대신 나무 연필이 구비돼 있다. 서울드래곤시티 내의 ‘노보텔 스위트’와 ‘노보텔’ 객실에 제공되는 어메니티는 모두 생분해가 되는 돌로 만든 종이인 ‘스톤 페이퍼’로 포장돼 있었고 욕실 내에는 다회용 디스펜서 어메니티가 구비돼 있다.
객실 밖에서도 친환경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호텔 내에 있는 모든 식음업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녹말·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달걀 요리에는 방목 사육한 닭이 낳은 ‘케이지 프리’ 달걀을 사용 중이다. 또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투고 용기는 자연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친환경 밀짚 소재로 만들어졌고, 테이크아웃 컵은 대나무로 만든 종이가 사용된다. 호텔 지하 2~3층 주차장에는 20개 이상의 전기차 충전소도 설치돼 있다.
이외에도 서울드래곤시티는 아코르의 지속가능한 개발 캠페인인 ‘플래닛 21’을 전개하며 환경보호에 동참하고 있다. 플래닛 21의 일환으로 모든 객실에 무상으로 비치했던 치약·칫솔 세트를 원하는 투숙객에게만 유상으로 제공하며 치약·칫솔이 필요한 투숙객은 최소 1000원부터 원하는 금액을 기부하면 된다. 그랜드 머큐어와 노보텔 스위트 객실 내 욕실 두루마리 휴지는 재사용하며 재사용 시 아코르 플래닛 21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어메니티’를 친환경으로…“대중화엔 시간 걸릴 듯”
서울드래곤시티 외에도 친환경 실천을 위한 아이템을 포함한 패키지부터 비건 라이프 실천을 위한 객실 패키지, 그리고 호캉스를 즐기며 비건 트렌드를 체험할 수 있는 친환경 비건 콘셉트 룸까지 다양한 종류의 그린 스테이가 전개되고 있다.
특히 환경문제 관련 법안이 이르면 내년 시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호텔업계는 어메니티를 점차 대용량 디스펜서나 비건 제품으로 교체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의한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늦어도 오는 2024년부터는 일회용품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객실 50개 이상의 숙박업소는 일회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게 된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은 지난봄 ‘스프링 위드 비건 뷰티 패키지’를 선보였다. ‘스프링 위드 비건 뷰티 패키지’는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어 쓰레기가 남지 않는 고체 샴푸바와 린스바 사용을 통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기획됐다.
롯데호텔 제주는 바다 환경보호를 위해 기부도 하고 친환경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세이브 디 얼스(Save the Earth)’ 패키지를 선보이고, ‘ACE 비치코밍(Beachcombing)’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비치코밍은 해변을 뜻하는 비치(Beach)와 빗질을 뜻하는 코밍(Combing)의 합성어로 해변을 빗질하듯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활동을 의미한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비건 콘셉트 룸인 ‘비건 전용 객실’을 도입하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비긴 비건(Begin Vegan)’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불과 베개커버, 타월과 가운, 욕실 매트 모두 친환경 제품으로 구성했고, 조식에 비건 빵과 대체육 등 다양한 친환경 식음료를 제공하는 ‘비건 미식’도 제공하고 있다.
호텔업계가 친환경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진짜 친환경’을 실천하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객실 청소랑 침구 세탁이 필요 없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그린카드의 경우 장기 투숙객들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고, 브랜드 어메니티도 여전히 플라스틱병에 담겨 구비돼 있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무수한 요소들이 호텔에 포진해있다는 지적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의 ‘어메니티’를 보고 호캉스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환경 오염과 직결되는 어메니티를 어떻게 친환경으로 바꿀지가 업계의 큰 과제”라며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하이엔드 글로벌 브랜드들은 규정상 호텔에 다회용기로 제품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정부 정책과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친환경적 요소를 대중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업계도 그린 스테이가 대중화된 숙박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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