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청문회 앞두고 ‘FTX 사태’ 뱅크먼-프리드 긴급 체포
미국·바하마 검찰 범죄인 인도조약 가동
FTX 도덕해이 경영행태 입증 “기소 예정”
지난달 11일 파산 신청으로 대규모 투자 피해를 양산한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 FTX 창업자가 12일(현지시간) 바하마(북아메리카 카리브해 섬나라)에서 체포됐다고 로이터·AP 등 통신사들이 바하마 검찰의 발표를 인용해 전했다.
이에 따라 뱅크먼-프리드는 조만간 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다.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가 13일(현지시간)에 계획했던 FTX 파산 사태에 대한 청문회 일정도 미뤄질 전망이다. 바하마는 FTX 본사가 있는 곳이다. 뱅크먼-프리드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뒤 줄곧 바하마에 머물러 온 것으로 보인다.
바하마 검찰은 “미국이 뱅크먼-프리드의 금융 범죄 혐의를 통지해와 그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라이언 핀더 바하마 법무장관은 “미국이 보내온 (뱅크먼-프리드의 범죄 혐의) 통지서와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뱅크먼-프리드를 체포·구금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바하마는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하마는 미국과의 조약에 따라 범죄인 인도 요청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필립 데이비스 바하마 총리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공의 신뢰를 저버리고 법을 위반했을 수 있는 FTX 사태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데 있어 바하마와 미국은 공동의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데미안 윌리엄스 뉴욕 남부지검 검사도 “이번 체포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며 “뱅크먼-프리드가 조만간 기소될 예정”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뱅크먼-프리드 체포는 FTX가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지 한 달여 만에 전격 진행됐다. 게다가 뱅크먼-프리드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FTX 파산 사태에 대해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이번 체포 사건은 뱅크먼-프리드의 입장과 미국 검찰의 관점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파산 사태 이후 줄곧 “투자자들에게 보상하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 새로운 사업을 벌여 그 수익으로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겠다. 곧 대중 앞에 직접 나서 사태에 대해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피력해왔다.
하지만 미국 검찰은 뱅크먼-프리드의 해명에 관계없이 바하마와 공조해 FTX 파산 사태에 대한 자체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미 금융 당국도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위법 혐의를 별도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뱅크먼-프리드의 증권법 위반 혐의를 파악하는데 나서고 있다.
미국 검찰·금융 당국은 “FTX 사태와 관련해 경영 실패는 인정하지만 사기 행위는 하지 않았다”는 뱅크먼-프리드의 주장에 신뢰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FTX의 위법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뱅크먼-프리드의 의회 청문회 출석을 기다리지 않고 체포를 서두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미 검찰은 뱅크먼-프리드와 FTX의 위법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뱅크먼-프리드를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인도조약을 활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검찰·금융 당국은 FTX가 법원에 제출한 파산신청서 등의 자료들과 경영 행태를 추적하면서 ▶직원들이 개인 주택·용품 등을 구입하는데 회사 자금을 유용했는지 ▶FTX가 파산 신청 전후에 대규모 자금을 바하마에 부적절하게 송금했는지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로 자금을 옮기는 과정에서 관련 법을 위반했는지 ▶고객의 투자금으로 위험투자를 주로 하는 알라메다 리서치(FTX의 가상자산 헤지펀드 계열사)에 대출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2019년 세계적인 가상자산 거래소 FTX를 설립, 하루 거래량이 10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화제의 인물로 주목받았다. FTX 파산 신청 사건은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정 상태가 불안하다는 문서가 유출되면서 벌어졌다. 창펑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거액자산가와 기관투자자들이 FTX와 관련된 자산들을 처분하겠다고 나서자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일시에 빼는 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FTX는 충당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하게 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암호화폐 시세가 폭락하고 투자 관련 업체들의 파산과 해고가 이어졌다. 미국 검찰은 FTX와 130여개 계열사의 부채 규모는 최대 500억 달러(약 66조2000억원)에 이르며 피해자 규모가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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