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틈 파고드는 ‘스몰럭셔리’…물가 치솟자 ‘향수·화장품’에 돈쓴다
고물가에 소비 가장 먼저 줄인 품목 ‘명품’ 꼽혀
향수·화장품 등 스몰럭셔리 인기…백화점 빅3 매출 ↑
고가 헤어케어 제품, 테이블웨어도 인기
#. 최근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이유진(27)씨는 출국 전 시내면세점에 들러 ‘조말론’ 향수를 구매했다.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면세점에서 명품 가방이나 지갑을 꼭 하나씩 구매했지만, 올해는 환율이 높아 백화점과 가격이 같거나 오히려 더 비싸 명품 화장품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이씨는 “4년 만의 해외여행이자 면세점 쇼핑이라 좋은 지갑을 하나 저렴하게 장만하고 싶었는데 백화점 가격과 1만원도 차이가 안 나 금방 마음을 접었다”며 “조말론이 40% 행사를 해서 기분이라도 낼 겸 하나만 구매했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시대’에 ‘스몰 럭셔리’가 뜨고 있다. 과거 ‘욜로(You Only Live Once)’의 대명사였던 20·30세대들이 무섭게 치솟는 물가에 하나둘 지갑을 닫기 시작하고, ‘플렉스’ 대신 ‘가성비’, ‘스몰럭셔리’로 소비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명품 매출은 주춤하는 반면, 화장품·향수 매출은 고공행진 중이다.
고물가에 명품 소비 가장 먼저 줄여…화장품·향수에 눈길
실제로 물가 부담으로 소비가 줄어든 항목 1위는 ‘명품’이 차지했다. 지난 2일 롯데멤버스가 리서치 플랫폼 ‘라임(Lime)’을 통해 지난달 11~25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고물가 소비영향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26.1%가 물가 부담으로 최근 명품 소비를 가장 먼저 줄였다고 답했고, 그다음으로는 의류·패션잡화(25.8%), 전자제품(11.6%), 화장품·향수(9.8%), 스포츠·레저용품(9.1%) 순으로 소비를 많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늦게 소비를 줄인 항목으로는 응답자 절반 이상이 식품(51.8%)을 답했다. 그 외 품목들의 경우 생활잡화(12.2%), 의류·패션잡화(8.2%), 도서·문구용품(7.8%), 화장품·향수(5.9%), 전자제품(5.9%), 스포츠·레저용품(5.0%), 명품(3.2%) 등으로 응답률이 높지 않았다.
고가 명품이 줄어든 자리에 향수나 립스틱 등의 ‘스몰 럭셔리’ 제품이 파고들고 있다. 특히 국내 백화점 ‘빅3’의 향기 제품 매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 11월 발표한 잠정실적 공시에 따르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3875억원, 영업이익은 242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코스메틱부문은 딥티크·바이레도·산타마리아노벨라 등 니치 향수 브랜드의 활약으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신장했다.
현대백화점도 이달 1일부터 26일까지 니치향수와 색조 화장품(립스틱 등)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7.1%, 31.1% 늘었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향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5% 신장했다. 같은 기간 프리미엄 테이블웨어 매출도 13.2%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향수와 명품 화장품뿐 아니라 명품 접시 등 프리미엄 테이블웨어도 스몰 럭셔리 인기와 함께 매출이 계속 늘고 있다”며 “현대식품관 투홈의 하반기(7월 1일~12월 26일) 테이블웨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336%) 이상 신장했고, 12월 테이블 웨어 선물 매출 중 70% 이상이 30대 이하 고객으로부터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의 향수 매출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향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다음 달에 마스크를 벗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향수나 명품 화장품 등 뷰티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지난 6월부터 뷰티 상품군 매출이 크게 늘었고 이러한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명품백 대신 ‘럭셔리 샴푸’ 찾는다…‘스몰럭셔리’ 인기 계속
20만원 이상의 ‘럭셔리 샴푸’ 등 헤어케어 제품 수요도 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샴푸계 샤넬’이라 불리는 ‘오리베(Oribe)’를 들여와 지난 8월부터 갤러리아 압구정점에서 단독 팝업 매장을 열었는데,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정식매장으로 바꿔 운영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오리베는 20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간 매출이 360% 신장했고,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도 1036% 급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몰 럭셔리 제품 수요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명품 매출은 꾸준히 신장 중이지만 고물가 상황으로 지난해에 비해선 좀 주춤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지난해까지는 소비자들이 400만원이 넘는 명품 가방도 턱턱 구매했었다면 요즘엔 80만원짜리 지갑이나 구두, 신발, 스니커즈 등을 많이 찾아 관련 매출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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