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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강세 속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달러 강세와 엔 약세현상 강화 가능성 상승
일본 국채금리 상승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높아져

 
 
일본 도쿄에서 지난 10월 달러당 엔화 환율 표시 모니터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엔캐리 트레이드의 추억을 소환하며

국가 간의 금리 차가 벌어지면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대출을 일으켜 금리가 높은 국가의 통화 표시 자산을 사는 게 유리하지 않을까? 그런 유혹이 생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긴 하다. 실제로 국가 간 금리 차이를 이용해 투자하는 방식을 캐리 트레이드라고 한다. 특히 이 기법을 일본 엔에 적용해 활용할 때 엔캐리 트레이드(Yen-Carry Trade)라 부른다. 통상 엔화와 누군가 바꾼 통화 사이의 환율 차이에 의한 손실이 발생할 확률이 낮다는 판단으로 투자자는 엔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한다. 
 
올해 엔화가치는 안정적이지 않고 킹달러 앞에서 무릎을 꿇어 불안정했다. 비록 엔화가 불안정했지만 달러가 강세이고 엔화가 약세 추세가 이어진 상황에서 그 가능성은 더 충분하지 않았을까도 생각해 본다. ​엔을 빌려서 달러로 바꾸면, 엔을 사자는 주문보다 팔자는 주문이 넘친다. 엔 시세가 떨어지게 되니 달러 강세와 엔 약세현상이 강화될 수도 있다. 
 
기억의 저편을 소환해 보자. 1996년부터 2년 동안 월스트리트에 엔캐리 트레이드가 유행했다. 1996년 미국의 기준 금리는 5.25%였고 일본 은행의 목표 단기금리는 0.25%로 4% 차이가 난다. 당시 엔은 1998년 달러당 147.64엔까지 떨어졌다. 현재 일본의 기준 금리는 –0.1%이고, 미국의 기준금리는 4.5%로 4.6% 차이가 난다. 지난 10월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0엔까지 추락했다. 당시 니혼 케이자이 신문은 인재·자금 이탈로 인한 국력 저하로 이어질 위험을 염려했었다. 당시 엔화는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의 최저치였다. 과거만큼 엔화 약세로 수출은 늘어나지 않고, 높은 수준의 원자재 가격으로 수입 비용이 늘어나는 단점이 눈에 띄었다. 
 
인플레이션 와중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 제도를 유지하는 일본을 보며 많은 이가 의아해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일본의 국가부채로 인한 이자 부담으로 일본이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는 것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요인이다. 엔화의 급격한 약세에 놀란 일본 중앙은행(BOJ)이 급기야 엔화를 사고 달러를 파는 개입까지 했다. 엔화 약세는 주지하듯이 일본과 미국의 통화정책 차이 때문이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며 돈줄을 빠르게 죄고 있는데 일본은 금리를 계속 누르는 상태에서 이러한 처방이 오래갈 리가 없다.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한들 엔화의 추락을 진화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늘 떠올리는 이름이 있다. 와타나베 부인(Mrs. Watanabe)이다. 과거 엔저 시기에 늘 나타나는 캐리 트레이드를 감행하는 대표 이름이다. 2005년부터 시작된 엔화 약세 시기엔 호주 달러와 뉴질랜드 달러가 인기였다. 당시 호주와 뉴질랜드의 기준 금리는 6~7%로 제로금리인 일본과의 격차는 매우 컸다. 이를 이용해 와타나베로 대표되는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앞다퉈 해외에 투자했다.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린 일본의 개인투자자들은 당시 국제 금융시장에서 뜨거운 소재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엔화 부채가 인기였다. 2007년께 한국의 사업가들은 엔화 자금을 끌어들여 투자했다. 엔화로 빚을 내 아파트를 사는 경우도 허다했다.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투기 세력의 엔화 포지션을 따로 집계한다. 엔캐리 트레이드의 전성 시기엔 엔화 매도포지션이 기록적 수준에 도달했다. 올해 역시 투기 세력의 엔화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엔화 순매도 포지션도 3년 반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일본 은행의 정책 변화가 가져올 미래 

 
일본 엔화 지폐. [AP=연합뉴스]
누군가는 물론 이런 거래를 통해 성공의 단맛을 맛볼 수 있다. 불행은 우리 이웃 주변에서도 있었으나 노벨상을 탄 천재에게도 다가왔다. 러시아는 자체적인 문제에 더해 아시아 외환위기 파고까지 겹쳐 더는 돈을 갚기 힘들다며 모라토리움(지불유예)을 선언했다. 러시아 모라토리움에 놀란 헤지펀드들은 엔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고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화로 회귀했다. 엔화는 3일 만에 13%가 올랐고, 두 달 만에 달러당 147.64엔에서 112엔까지 올랐다. 
 
이 사태에 자주 거론되는 헤지펀드가 있다. 자본금의 30배가 넘는 1,400억달러를 운용하던 당시 세계 최대 헤지펀드 롱텀캐피탈(LTCM)이다. 이들의 파산이 공교롭게 이때 발생했다. 당시 LTCM은 30년 만기 신규 발행 국채와 29년 6개월 된 기발행 국채의 미묘한 금리 차에 주목했다. 신규 발행 채권의 유동성이 높고 인기가 높아 이미 발행된 채권보다 금리가 다소 낮고 채권 가격이 조금 비싼 것에 목숨을 걸었다. 이 차익거래에 원금의 약 30배나 되는 엄청난 레버리지를 사용했다.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기법(무위험 아비트리지)은 세상을 다 줄 것 같았다. 기쁨도 잠시 의기양양해진 LTCM에게 신은 저주의 화살을 보냈다. 시장 불안과 함께 변동성이 커져 천재들의 헤지펀드로 불렸던 LTCM의 높은 수익률 파티는 끝났다. 한순간에 LTCM은 파산했고 투자했던 자산은 물론 평생 쌓은 명성까지 다 날려버렸다.  
 
BOJ가 내년 상반기에 통화정책의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계속 웃돌고 있는 데다 엔화 약세 부작용이 재발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춘투를 거쳐 임금 상승세가 나타나면 BOJ가 현행 정책을 재점검할 거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BOJ 내에서 마이너스 금리 폐기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12월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는 전격적 수익률곡선 제어정책(YCC; Yield Curve Control)을 채택해 10년물 금리의 변동 허용범위를 0%±0.25%에서 0%±0.50%로 확대했다. 이후 엔화가 급격하게 강세가 되고 일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 속성상 최초 거래 시점의 엔화 수준보다 약세가 되면 환차익이 발생한다. 반면 최초 거래 시점보다 강세가 되면 환차손이 발생하는 게 일반적 구조이다. 급격한 엔화강세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유인을 자극한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떠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엔화강세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일부 커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 엔캐리 트레이드의 조달과 운용 측면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크다고 볼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본격적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시발점으로 보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하지만 차익거래는 늘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금과옥조로 새기며 명심해야 한다는 것을 과거가 말해준다. 올해 발생한 엔저 현상을 누군가는 일본 경제의 추락으로 볼 수 있겠지만 유동성이 킹달러로 미국으로 급격히 흘러갔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 환율의 오버슈팅이 펀더멘털과의 괴리를 일으켰다는 해석이 타당해 보이는 요즈음이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송재민 기자 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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