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토부, GTX-C 발주 당시 ‘은마아파트 관통’ 못 박았나
RFP에서 우회방안 배제, 주변 민원 고려해 대안설계 어려워
은마 추진위 “명백한 차별…주민 안전·재산권 침해당했다”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의 은마아파트 관통을 둘러싸고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해당 사업의 민자사업자를 뽑을 당시 사실상 주변 민원을 고려해 은마아파트 단지 지하를 통과하게 설계하라며 우회방안을 배제하도록 제안했다는 정황이 비공식 문서를 통해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이에 대해 ‘명백한 차별’인 동시에 “주민 안전과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는 입장이다.
11일 [이코노미스트] 취재에 따르면 국토부는 2021년 GTX-C 민자사업자 입찰과정에서 각 사업자에게 전달한 ‘시설사업 기본계획’을 통해 “도심지를 통과하는 노선 대 특성상 대부분의 공동주거지 분포로 우회 계획 시에도 공동주거지 저촉이 불가피하여 기 고시된 예비타당성조사(예타)안을 기본계획안으로 선정함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국토부는 2014년 예타 당시 은마아파트 지하를 지나는 노선을 계획한 바 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국토부가 2014년도 예타 때부터 은마아파트를 지나는 노선을 계획한 것은 맞으나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문서에 ‘은마아파트’라는 단지명을 직접 명시한 적은 없다”면서 “우회계획에 대한 내용은 노선 설계에 대해 일반적인 사항을 얘기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민자사업 특성 상 사업자가 국토부 방침대로 설계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국토부의 노선계획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국토부 계획에 따라 현재까지 우회안을 배제한 채 은마아파트 밑을 지나는 설계를 고수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최근 은마 주민들의 GTX-C노선 시위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며 제출한 증거자료에도 이 같은 상황이 드러난다. 현대건설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 민간투자사업’ 자료에는 시설사업 기본계획(RFP)에 따른 ‘설계반영사항’에 “역민원을 고려한 은마아파트 노선 준용”이란 문구가 포함됐다.
역민원이란 통상 ‘민원을 들어주기 위해 기존 계획을 변경했을 때 발생하는 또 다른 민원’을 의미한다. 즉 은마아파트 밑을 관통하는 설계를 변경할 경우 주변 다른 주거지를 지나게 되면서 발생하는 민원이 우려되므로 은마아파트를 지나는 노선 계획을 지키겠다는 의미다. 2021년 민자사업자 입찰 당시 은마아파트를 우회하는 노선을 제시했던 GS건설 컨소시엄은 3위로 GTX-C 입찰에서 떨어졌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최고점을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비공개 문서에 ‘은마’ 명시…은마 측 “타 주거지 비해 불이익”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 등 현재 GTX-C노선 반대시위에 나서고 있는 주민들은 “GTX-C의 삼성역~양재역 구간을 은마아파트를 관통하지 않게 직선으로 연결하거나 하천방향으로 우회하도록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주민들이 제시한 ‘하천 우회안’은 철도가 은마아파트 중심부를 지나지 않고 양재역부터 학여울역 인근까지 직선으로 이어진 뒤 탄천과 동부간선도로 등을 지나 삼성역까지 가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 3일 “GTX-A와 GTX-C가 모두 정차하는 삼성역 구조 상 GTX-C노선의 삼성역~양재역 구간을 최단거리 직선으로 연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사업자 선정 이전부터 ‘직선 연결’ 외에도 ‘하천 우회’ 등 대안 역시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국토부로부터 지자체에 전달돼 비공개 공람된 ‘GTX-C노선 기본계획(안)’에서는 해당노선의 삼성역~양재역 구간에 대해 “예타노선을 준용하여 대단위 아파트(은마A)를 하부통과한다”며 은마아파트 단지명이 직접 명시됐다. 국토부는 “아파트 단지 통과 시 영향을 최소화하는 최대심도로 통과하도록 계획한다”면서 구체적인 시공방안도 밝히고 있다.
국토부는 같은 자료에서 성동구 고층아파트와 과천3기 신도시, 과천주공단지 등 다른 수도권 주거지에 대해서는 통과를 배제하도록 계획하기도 했다. 때문에 은마 입장에선 주변 단지는 물론 다른 주거지와 달리 정부로부터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학군지 특성 상 아동·청소년이 있는 가구가 많아 소유주는 물론 세입자들도 안전에 대해 민감한 단지”라며 “국토부가 주변민원을 이유로 GTX-C 설계가 은마아파트를 관통하도록 계획했다면 이는 명백한 은마에 대한 차별이며 주민들의 안전과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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