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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 현실화…다보스 포럼 CEO 73% “올해 경기침체”

전문가 대부분 유럽‧미국 경기침체 전망
韓, 수출 부진 직격탄 우려

보르게 브렌데 WEF 회장, 응고지 오콘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스위스 다보스 알파인 리조트에서 열린 2023년 세계경제포럼에서 토론하는 모습.[로이터=연합]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Recession)의 공포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도 침체를 피하기 힘들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가한 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73%는 “올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영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CEO를 비롯해 경제 리더 441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은 “향후 12개월 동안 글로벌 성장이 감소해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기업의 위기감도 그대로 전달됐다. CEO 가운데 40%는 “회사를 변혁하지 않으면 10년 안에 회사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기적 위협 요인으로는 물가상승(40%), 거시경제 변동성(31%), 지정학적 문제(25%), 사이버 위험(20%), 보건 위기(14%), 기후변화(14%) 등을 꼽았다.

다보스 포럼 행사 주최 측이 전 세계 50명의 경제학자를 심층 인터뷰한 결과에서도 같은 우려가 이어졌다. 주최 측은 “각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들의 3분의 2는 올해 글로벌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경제의 핵심 축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최 측 인터뷰를 보면 유럽의 경우 경제학자 50명 모두가 저성장을 예상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91%가 저성장을 예견했다. 지난해 9월 다보스 포럼이 같은 내용의 심층 인터뷰를 했을 당시 올해 유럽의 저성장을 예상한 비율은 86%, 미국의 저성장을 전망한 비율은 64%였다. 4개월 만에 전문가들의 글로벌 경기 전망이 더 악화한 것이다. 유럽의 경우 고물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57%에 달했다.

아디아 자히디 다보스포럼 전무이사는 보고서를 통해 “고물가와 저성장, 많은 금융 비용 등은 성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투자 인센티브를 감소시킬 것”이라며 “각국의 리더들은 에너지·기술 혁신 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잠재력 높은 시장에 투자하면서 위기 이후의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美‧유럽 경기침체 확실시…韓 수출 부진 우려

문제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가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경기침체로 수입을 줄이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한국개발연구원은 ‘1월 경제동향’를 통해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현재 상황을 분석했다. 전반적인 수출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효자 종목 중 하나로 꼽히는 반도체가 특히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보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수출이 29.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한국 반도체 수출 규모가 1159억 달러(약 147조원)로 지난해보다 11.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의 성장 엔진으로 불리던 중국마저 성장이 주춤하면서 충격은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3.0%를 기록했다. 목표치(5.5%)에 한참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중 수출액은 112억 달러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27% 줄었다. 7개월 연속 감소세다. 2022년 한해로 기간을 늘려잡아도 대중 수출액은 1558억 달러, 전년과 비교해 4.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국 인건비가 동남아 등 신흥국보다 오르고, 보이지 않는 규제가 늘어 중소기업으로서는 메리트를 잃었다”며 “저성장(문제)까지 추가돼 중국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 대한민국 제품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이른바 ‘3고(高고)’ 현상으로 불리던 물가‧고금리‧고환율 문제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서민들의 살림살이도 팍팍해졌다. 월급 인상률은 제자리 수준인 데 반해 물가와 금리가 고공행진을 기록하면서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11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8% 감소했다. 3개월 연속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기획재정부는 “설 물가 등 민생 안정에 총력 대응하면서 수출·투자 등 경제 활력 제고와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3대 개혁 등 경제 체질 개선 노력도 가속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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