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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실패” 둔촌주공도 이 정도라니…분양시장 긴장감 ↑

정부 대대적인 규제완화 도움에도 분양성적 저조했단 평가
입지 등 안 좋은 타 분양지역 중·장기적 어려움 예상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현장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안팎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초기 계약률이 60~70%에 머문 것으로 확인되면서 업계는 사뭇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일반분양 물량 약 1400채가 미계약 되면서 사실상 ‘실패’에 가까운 성적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지적 강점과 최근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 혜택까지 업은 둔촌주공 분양 성적이 이 정도라면 다른 분양단지들은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인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등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정당계약을 진행한 결과 계약률이 60~70%로 집계됐다. 일반분양 물량 4768가구 중 약 1400가구가 미계약된 것으로 알려진다. 

수요가 많은 전용면적 59㎡와 84㎡는 계약률이 70~80%대를 보였으나, 29~49㎡ 등 소형평수는 50%대의 계약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값 하락 우려가 커진데다 금리 부담감이 큰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실패’…무순위 까지 끝내야 겨우 완판 예상

이에 따라 모집 정원의 5배수인 예비당첨자 대상 계약(예당)까지 끝내더라도 상당수가 무순위 청약 일명 '줍줍'으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둔촌주공 무순위 청약은 3월 초에 예정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내달 중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해 유주택자도 무순위 청약을 허용하고, 무주택자는 거주지역 요건을 폐지하기로 했다. 무순위 청약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최종 완판까지도 가능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시공사업단 측은 상황을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둔촌주공 재건축 정당 계약률이 70%에 근접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예당이 요즘 한 20~30% 경향을 보이니 예당까지 하면 90%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둔촌주공 재건축은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비 7500억원을 조달하기로 해서다. 이에 따라 오는 19일 만기 예정이었던 7231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비는 일반분양 정당 계약률과 상관없이 만기일에 맞춰 상환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앞서 둔촌주공 조합은 정당 계약률이 77%를 넘어야 이 단지 사업비 일시 상환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정당 계약 결과가 사실상 ‘선방했다’는 평가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앞서 둔촌주공 계약률이 생각보다 저조할 것을 우려한 정부가 자금 수혈 및 대대적인 규제완화에 나섰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계약률이 저조했다는 평가다. 

둔촌주공은 지난해 12월 청약 최종 경쟁률이 평균 5.5 대 1에 그치고 최저 당첨 가점도 20점으로 만점(84점)에 비하면 상당히 낮아 미분양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 같은 전망이 확산되자 정부는 또 한 번 규제 손질에 나섰다. 정부는 최근 1·3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과 분양가 상한제에서 해제했다. 분양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완화와 실거주 의무를 폐지했고, 분양가가 12억원을 초과해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분양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에 둔촌주공의 경우 전매제한 8년, 실거주 의무 2년 규제가 적용됐지만 전매제한은 1년으로 줄어들고 실거주 의무도 없어졌다. 기존 보유 주택을 입주 가능일로부터 2년 안에 처분해야 하는 의무도 면제됐다. 무엇보다도 둔촌주공 전용면적 84㎡는 분양가가 12억3600만~13억2040만원에 달해 이전까지 청약당첨자들은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했지만, 중도금 대출 분양가 상한선이 폐지되면서 전용면적 84㎡ 청약자들도 대출이 가능해졌다.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라는 뒷말이 나온 배경이다. 

둔촌주공 계약 성적 여파…타 분양시장 “좋지 않을 것” 

업계에서는 이번 둔촌 주공 계약 성적으로 다른 분양시장에 미칠 영향을 부정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둔촌주공 정당계약 성적은 사실상 실패라고 봐야 한다”며 “정부가 계약률이 안 좋을 것을 미리 알고 나선 것은 그 만큼 상황이 안 좋다는 반증 아니겠냐”며 반문했다. 

한 교수는 “이번 둔촌주공 계약 미달로 중·장기적으로 다른 현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 단지가 A급 입지인데다 상징성을 가진 곳인데도 분양이 안 되는데 이 보다 못한 여건의 현장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분양시장 경쟁이 정말 뜨거워서 프리미엄이 얼마나 붙느냐가 관심이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완판시킬 수 있을까’로 분위기가 너무 달라졌다”며 “입지도 좋고 정부가 도와준 것이나 다름 없는 둔촌주공도 이정도면 다른 곳에 안 좋은 영향이 크다는 얘기가 꽤 나온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둔촌주공 59타입, 예비 290번’이라고 소개하며 ‘정당예약기간이 종료되어 잔여세대에 대해 예비당첨자분들을 대상으로 서류검수 및 동호추첨이 진행될 예정이다’는 문자를 받은 사연을 공개했다. 이 네티즌은 “예비 290번인데 연락이 온거 보면 미계약이 심각하긴 한가 보다”라고 전했다. 

한편 둔촌주공 계약 결과는 올해 3만2000여 채가 예정된 서울 분양시장에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3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일반분양 1641채), 6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일반분양 497채) 등이 청약을 앞두고 있다. 

또한 입지나 분양 가격에 따라 청양 흥행여부가 판가름 나고 청약시장 양극화도 예상된다. 둔촌주공과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강동구 길동 ‘강동 헤리티지 자이’의 경우 지난 10∼12일 진행한 계약에서 일반분양 219채가 계약을 마쳐 ‘완판’에 성공했다. 이 단지 분양가는 둔촌주공보다 4억원가량 낮아 선호도가 높았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값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에 대출금리까지 높다보니 실수요자들이 계약을 주저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입지 가격에 따라 극심한 청약 양극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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