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입는 것에 이젠 ‘바르는 것’까지…고가·중저가 화장품 ‘싹 다 오른다’
국내 중저가 로드샵 브랜드 화장품 가격 줄인상
미샤·어퓨·셀라피, 더샘 등 일제히 가격 올려
고가 화장품도 올라, 주재료 팜유 가격 폭등 영향
[이코노미스트 김채영 기자] 지난해에 이어 연초까지 이어지고 있는 업계 전방위적 ‘줄인상 러쉬’가 화장품 업계까지 번졌다. 고가의 명품 화장품 브랜드부터 중저가의 로드샵 브랜드까지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각종 원부자재값이 상승했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시대’까지 오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고가·중저가 구분없이 다 오른다…팜유·오일 가격 급등 영향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로드샵을 운영하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이 화장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화장품 전문업체 에이블씨엔씨는 미샤·어퓨·셀라피 세 브랜드 제품의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미샤는 42개 제품의 가격을 최대 13% 가까이 인상했다. ‘수퍼 오프 클렌징 오일(더스트 오프·드라이니스 오프·블랙헤드 오프)’ 가격이 각각 기존 2만48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12.9% 올랐다.
어퓨는 ‘산뽕나무 잡티 앰플(대용량) 50ml’를 포함한 40개 제품의 가격을 최대 2000원 인상했고, 셀라피는 ‘에이리페어 크림 50ml’을 포함한 5개 제품의 가격을 1000~2000원 올렸다.
잇츠스킨뷰티는 이달 2일부터 ‘파워 10 포뮬라 엘아이 젤리 패드’, ‘감초줄렌 대용량’ 제품의 가격을 3000원씩 올렸다. 젤리 패드 가격은 기존 2만2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감초줄렌 대용량은 3만7000원에서 4만원으로 인상됐다.
한국화장품의 더샘인터내셔널(더샘)도 이달 2일부터 컨실러·아이브로우 등 46개 제품 가격을 최대 3000원 인상했다. 이에 커버 퍼펙션 팁 컨실러 0.5 아이스 베이지, 샘물 빵빵 볼륨 마스카라는 5000원, 4000원에서 각각 5500원, 5000원으로 인상했다.
해외 명품 화장품 브랜드들은 새해도 밝기 전 일찍이 가격 인상을 예고했던 바 있다. 샤넬 뷰티는 이달 초 화장품과 향수 가격을 평균 8%, 6.4%씩 인상했다. 대표 향수인 ‘넘버 5 오 드 빠르펭 100㎖’ 가격은 24만2000원에서 25만5000원 올랐고, ‘루쥬 알뤼르’ 등 립스틱 라인은 4만9000원에서 12.2% 인상된 5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에스티로더그룹의 고가 향수 라인인 ‘프레데릭 말’의 국내 공급 제품 전체 30종 중 15종 제품 가격을 이달 9일부터 인상했다. 영국 왕실 뷰티 브랜드로 유명한 몰튼브라운은 헤어, 바디, 핸드 라인에 걸쳐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다.
화장품업계의 가격 인상 러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인한 인건비와 물류비 폭등 때문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의 주재료로 쓰이는 팜유(글리세린)와 오일 등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원료인 ‘스테아릴 알코올’ 매입가는 1㎏당 1만691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 비싸졌다. 올해 상반기 아모레퍼시픽이 매입한 글리세린 가격도 ㎏당 194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6% 급등했다.
가격 인상에 로드샵 더 휘청일까…스몰럭셔리 열풍 타고 ‘훈풍’
이 같은 가격 인상에도 화장품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다만 국내 중저가 로드샵 브랜드의 경우 성장을 이끌던 중국몽(중국의 꿈)이 깨지고 브랜드 경쟁 심화에 설 자리가 사라져 가격 인상 요인이 작게나마 있는 부활 조짐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패션·뷰티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업계 중 특히 메이크업 시장은 마스크 착용으로 가장 어려웠던 시장 중 하나였지만, 오는 30일부턴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을 자율로 전환할 것으로 확정될 예정으로 화장품 수요는 분명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의존도가 높은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실적은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명품 화장품은 고물가에 ‘스몰럭셔리’ 열풍이 불면서 오히려 매출이 더 늘고 있어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한 해 업계 전반에 퍼졌던 ‘가격 인상’ 행렬은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먹거리 가격 인상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 의류·신발도 면화 가격이 오르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
유통제조사들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도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돼 불리한데, 글로벌 원부자재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익률 제고 차원에서라도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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