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자랑하던 홍콩 집값, 15.6%나 폭락했다
지난해 홍콩 집값, 1998년 이래 최대 낙폭
큰 손인 중국 본토 출신 구매자도 줄어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홍콩의 지난해 집값이 1998년 이래 최대 하락했다고 홍콩 공영방송 RTHK가 27일 보도했다.
RTHK는 홍콩 정부 자료를 인용해 홍콩의 집값이 지난해 15.6% 하락해, 거의 3분의 1(32.5%)이 폭락했던 1998년 이래 최대 낙폭을 보였다고 전했다.
홍콩 집값이 하락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다.
431스퀘어피트(약 40㎡·12평)∼752스퀘어피트(약 70㎡·21평) 규모 소형 집값은 16%, 대형 집값은 6.8% 각각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집값은 전월보다 2% 떨어지며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동 이후 가장 긴 7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임대료 지수는 전월보다는 소폭 올랐으나, 2022년 전체 임대료 지수는 전년보다 3.7% 떨어졌다.
홍콩 부동산의 큰 손인 중국 고객들의 거래도 줄었다. 부동산 중개업체 새빌스에 따르면 작년 1억 홍콩달러(약 158억원) 이상 고가 주택 구매자 중 중국 본토인의 비중은 29%로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홍콩은 좁은 땅에 인구 밀도가 높아 세계 최고 수준의 집값을 유지해왔다. 미국의 싱크탱크 도시개혁연구소와 캐나다의 공공정책 프론티어센터가 2020년 전 세계 92개 대도시의 주택 구입 능력을 조사한 결과 홍콩 부동산 중간값은 가계소득 중간값의 20.7배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년 이상 소득을 온전히 저축해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과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지난 2년여간 20만명가량이 떠나면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게 된 것이다.
홍콩 부동산 투자회사 포트우드캐피털은 국경이 다시 열려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주택 가격이 좀 더 떨어질 수 있겠지만 상반기 말이면 바닥을 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하반기 극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올해 중반기부터는 U자형 회복이 시작되리라 본다”며 “홍콩 정부가 투기 억제를 위해 취했던 조치를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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