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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일본, 美 ‘중국 반도체 압박’ 동참할 듯…‘슈퍼을’ ASML에 쏠린 눈

블룸버그 “일본·네덜란드, 워싱턴DC서 협의…통제 동참”
반도체 집적도 결정하는 ASML 장비, 중국 공급 끊기나
ASML 매출 15% 中 담당…“결국 스스로 장비 만들 것” 우려

ASML 직원이 극자외선(EUV)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ASML]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일본과 네덜란드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이 시행하고 있는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동참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이번 조치 시행 여부에 따라 영향권 내 들어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 독점 생산하는 기업이다. ASML 생산 장비의 확보 여부가 반도체 생산 경쟁력과 직결돼 ‘슈퍼 을(乙)’로 통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27일(현지시간)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협상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열린 논의 자리에서 양국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중국을 대상으로 발효한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에 동참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는 다만 “합의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각국 행정 절차 등을 고려하면 실제 실행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수출 통제를 발효한 뒤 ASML 장비가 중국으로 공급되는 일을 막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왔다. ASML은 지난 2019년부터 네덜란드 정부 방침에 따라 EUV 노광장비는 중국에 수출하고 있지 않는다. 다만 구세대 장비인 심자외선(DUV) 노광장치는 공급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일본 역시 니콘·도쿄 일렉트론 등에서 반도체 핵심 장비를 생산해 일부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설리번 보좌관이 네덜란드·일본과 며칠 동안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다양한 의제 가운데는 첨단 기술 안보 문제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는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이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를 못 쓰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에서 사용되는 반도체 역시 중국 기업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네덜란드 정부가 자국 반도체 장비의 수출 금지 품목을 확대한다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심각한 타격이 전망된다. 반도체의 기술력의 척도는 ‘집적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더 작은 공간에 더욱 복잡한 회로를 새기는 것이 경쟁력의 근간이 된다. ASML의 EUV 노광장비는 매우 짧은 파장의 빛을 통해 회로를 그리는 반도체 제작공정(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 과정에 필수 요소로 꼽힌다. 아직 ASML 장비 수준의 집적도를 달성한 기기는 시장에 없다.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의 폭을 확대한다면 EUV는 물론 DUV까지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ASML 측은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합류하는 데 우려를 표했다. ASML의 2022년 전체 매출 중 15%가 중국 수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25일(현지시간)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를 통해 2022년 4분기 실적과 올해 연간 사업 전망 등을 발표하며 “DUV 노광장비는 여전히 중국에 수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ASML의 대중국 수출 규제와 관련해선 “바뀐 건 없다”면서 “정부와 정치인들이 계속 대화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에 이르기를 기다려야 할 뿐”이라고 했다.

베닝크 CEO는 또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선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하기 위해 외국 장비 구매를 희망하지만, 수입이 불가능하다면 장비를 스스로 개발할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 중국은 해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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