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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남 대표 “챗GPT는 ‘데이터 활용’ 수단…‘사람’에 집중해야” [이코노 인터뷰]

[진짜가 나타났다···챗GPT, '누구냐, 넌!']④
박정남 젠틀파이 대표 “기술보단 ‘활용법’ 중요…기획 능력 주목받을 것”
“소비자 영역부터 변화 시작…속도·편의성 놀라워”

박정남 젠틀파이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마치고 밝게 웃고 있다. 그는 “챗GPT의 등장으로  ‘기술을 잘 써먹을 수 있는’ 역량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데이터가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양질의 데이터만큼이나 ‘꿰는 일’도 중요하다. 챗GPT(Chat GPT)의 등장으로 데이터를 더 잘 꿰,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박정남 젠틀파이 대표는 ‘대답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챗GPT와 같은 AI가 열풍을 일으킬수록 ‘기술을 잘 써먹을 수 있는’ 역량이 주목받으리라고 봤다.

정보기술(IT)업계에선 더 이상 AI를 목적으로 삼고 있지 않다. AI를 수단으로 활용해 제품·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숱한 사례가 등장해서다. AI 기술 고도화 그 자체보단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사업의 향방을 가르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견해가 나온다.

“AI 핵심은 사람 향한 아이디어”

박 대표를 찾아 챗GPT를 물은 이유다. 2016년 설립한 젠틀파이는 시작부터 ‘기술’보단 ‘활용’에 집중했다. 한창 AI 기술 고도화에 시장의 이목이 쏠릴 때, 박 대표는 서비스 기획 영역을 파고들었다. 도구를 도구로 봤기에 가능한 접근이다. 그는 “그림판이 포토샵으로 기능이 발전했다고 해서, 소비자가 포토샵에 어떤 기술이 적용됐는지까지 알 필요는 없다. ‘그림을 그린다’는 핵심을 편리하게 구현하는 일 더 중요하다”며 “젠틀파이 역시 ‘사람이 편한 기능’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는 곳이다. AI는 이를 달성하는데 적합한 기술일 뿐”이라고 했다.

박 대표가 젠틀파이 앞에 AI 전문기업이 아닌 AI 전문 에이전시(Agency·대행사)란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AI 기술 기업을 표방하는 기업은 많지만, 이를 통해 서비스를 만드는 전문 업체는 되레 드물다.

이런 회사의 성격은 창업 과정서도 잘 묻어난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서 공부하고, 국내 최대 광고업체 제일기획에서 디지털캠페인그룹 프로로 일했다. 자리를 옮긴 엔씨소프트에선 게임 ‘리지니’의 홈페이지 사용자 환경·경험(UI·UX) 제작을 담당했다. 전공은 이공계가 아니지만, IT 기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더욱 잘 전달할 수 있는 업무’를 담당해왔다.

박 대표는 “다음 세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을 늘 달고 살았다. AI 기술은 단순히 자료를 정리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결국 사람과 소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리라고 확신했다”며 “기업과 고객 간 새로운 소통 창구로 AI 챗봇이 주목받으리라고 봤다. 기술이 지속해 발전하는 과정에서 AI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확히 구분해 서비스를 기획한다면 시장에서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고 젠틀파이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표는 회사 설립 후 삼성전자·애터미·롯데쇼핑 등 굵직한 기업의 AI 서비스 구축 프로젝트를 따내며 자신의 접근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롯데쇼핑 AI 스피커 ‘샬롯홈’이나 삼성전자 웹사이트 챗봇이 박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구현된 대표적 서비스다.
박정남 젠틀파이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마치고 밝게 웃고 있다. [신인섭 기자]

“챗GPT도 ‘날 잘 세운 사례’…기술 활용법 중요”

박 대표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만나자마자 ‘챗GPT의 활용법’부터 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찍부터 ‘AI 활용법’에 주목해온 그가 바라본 시장의 변화가 궁금했다. 박 대표는 “회사 설립을 결정한 2010년대 중반부터 챗GPT와 같은 서비스의 등장을 확신해왔다”며 “등장한 시점이 생각보단 2~3년 빠르지만, 고도화된 대화형 AI는 다양한 전문가들도 이미 예측된 미래라고 본 기술”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챗GPT로 인한 변화가 ‘소비자 영역’부터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챗봇은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의 발전과 무관치 않다. 소통 채널이 늘어나면서 고객 응대에 대한 효율화도 고민 지점으로 떠올랐는데, 이런 업무를 AI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지속해 이뤄졌다. 이 분야에는 그간 ‘분류형 AI’(Discriminative AI·데이터에서 특정 패턴을 파악해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판단하는 기술)가 주로 활용돼왔다. 정해진 답변을 전달하는 데는 적절했지만, 문맥 이해 부족 등 소비자가 만족할 수준의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챗GPT는 ‘생성형 AI’(Generative AI·인공지능이 자체적으로 입력된 정보를 분석해 특정 분야에 대한 패턴을 학습한 후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하는 기술)라 꽤 괜찮은 수준의 대화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가 그간 챗봇에서 ‘불편함을 겪었던’ 영역을 해결하는 식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박 대표는 분류 AI와 생성 AI를 적절하게 조합, 최적의 서비스를 기획하는 기업이 향후 사업적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AI는 학습 데이터가 매우 중요한데, 개인 정보와 같은 민감한 정보는 분류 AI로 처리하는 게 적합하다”며 “대화의 질은 생성 AI로 끌어 올리고, 특정 내용은 분류 AI로 처리해 안전성을 높이는 서비스가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 때문에 ‘날을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를 만드는 건 하루가 멀다고 등장하는 새로운 기술을 조합해 ‘날을 세우는 것’과 같다”며 “결국 사람의 편의성을 높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챗GPT 역시 그간 나온 기술을 잘 활용한 사례라고도 봤다. 챗GPT는 1750억개 매개변수(파라미터·Parameter)로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는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3.5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책·논문·웹사이트 등을 통해 2021년까지 공개된 데이터에서 약 3억개 단어를 GPT-3.5로 처리,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을 내놓는다. 그는 챗GPT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를 ‘특별한 기술의 등장’이 아닌 대화·글 작성에 ‘적합한 기능’에서 찾았다.
박정남 젠틀파이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학부생 옆에 ‘졸업자 수준의 보조’가 생긴 격”

박 대표는 특별히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건 아니지만, 챗GPT가 가저온 변화는 “놀라울 정도”라고 평했다. 그는 “기능적 완성도 측면에서 이미 ‘학부생 수준’은 벗어났다고 보는데, 이로 인한 사회적 변화는 두드러질 것”이라며 “정보를 찾고, 이를 조합하는 일은 변호사·경영자 등 전문 영역에서도 비기너가 담당한다. 이를 대체할 서비스가 곧 나올 수 있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대학생 옆에 ‘졸업자 수준의 보조’가 붙은 격이라 대학원에서 가르치는 수준의 교육이 학부생으로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챗GPT의 시사점 중 하나로 ‘속도’를 꼽기도 했다. 그는 “답변의 수준도 높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이를 내놓는다는 점”이라며 “AI가 화이트칼라 직군의 단순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사례”라고 했다.

박 대표 역시 이 같은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날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인간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와 비슷한 수준의 GPT-4 등장이 이미 예고돼 있다”며 “단어를 학습해 세계에 충격을 안겨준 챗GPT처럼, GPT에 무엇을 학습시킬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정남 젠틀파이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단어를 학습해 세계예 충격을 안겨준 챗GPT처럼, GPT에 무엇을 학습시킬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젠틀파이 서비스에 챗GPT와 같은 생성 AI 기술의 접목도 고려하고 있다. 젠틀파이는 지난해 12월 업계 최초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AI 챗봇 통계분석 솔루션 ‘코코너티브’(Coconutive)를 오픈 베타 형태로 출시했다. 챗봇 사용자 특성을 분석해 관심사에 맞는 대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리타겟팅 기능이 특장점이다. 챗봇 개인화 마케팅을 위해 기획됐다.

박 대표는 “고객의 답변 역시 활용 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마련한 서비스다. 소비자 관심사와 주로 나타나는 불만 지점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라며 “이를 종합해 분석하는 월간 리포트도 서비스 중 하나인데, 이 지점에서 챗GPT와 같은 생성 AI를 접목한다면 서비스 품질과 업무 효율이 높이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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