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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조사 변호사비까지 지원’...운전자보험, 불붙은 이유[이코노Y]

손보사, 운전자보험 보장↑...시장 경쟁 불붙여
연 500만건 팔린 효자상품, 낮은 손해율 덕 팔수록 이득

[사진 KB손해보험]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최근 개정된 운전자보험 출시에 나서서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형사합의금 보장 상향 등 보장 확대에 나섰던 손보사들은 최근에 ‘변호사 선임비’ 내용을 일부 개정한 상품을 내놓고 영업시책(인센티브)까지 늘리며 운전자보험 시장 경쟁에 불을 지핀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생명보험사들도 사실상 운전자보험 판매에 나선 만큼 올해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새 특약 더한 개정상품 출시...가입자 유치 '혈안'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지난 1일 기존 운전자보험 상품을 개정해 출시했다. 개정의 핵심은 ‘변호사 선임비’ 보장 확대다. 

운전자보험은 상해로 인한 사망 및 각종 자동차 사고와 관련된 비용손해 등을 보장받는 상품이다. 자동차보험이 차량 손해와 관련된 상품이라면 운전자보험은 운전자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운전자 벌금(대인·대물)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변호사선임비용 등이 핵심 보장으로 꼽힌다. 

이중 변호사 선임비는 운전자가 사고 후 분쟁이 소송으로 커졌을 때 변호사 선임 때 드는 비용(보험금)을 지급하는 보장을 말한다.

KB손보의 변호사 선임비 특약은 ‘경찰조사 단계’ 때부터 변호사 선임비용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운전자보험은 운전자가 경찰조사를 마치고 정식 기소상태 또는 재판이나 구속 상태에서만 변호사 비용을 보장 받았다. 하지만 경찰 조사 때 변호사 선임 비용도 지급하며 보장을 확대한 것이다. 

변호사 선임비 특약은 DB손보가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먼저 출시한 바 있다. 이후 DB손보는 이 특약에 대한 배타적상품권(3개월)을 획득했고 기한이 2월부터 풀려 KB손보가 이번에 같은 특약을 출시하게 된 셈이다. 

다른 손보사들도 변호사 선임비 특약을 더한 운전자보험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변호사 선임비 보장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운전자보험은 중복보장이 되지 않아 가입자가 2~3개 상품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 결국 가입자 입장에서는 여러 보험사 중 가장 좋은 보장 내용을 갖춘 상품만 선택하면 된다. 특정 회사가 운전자보험 특약을 고객에 유리하게 개정 시, 다른 회사들도 줄줄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021년 5월, 국토종주자전거길안전지킴이단연대 회원과 시민 50여 명이 서울시 송파구 풍남초등학교 앞에서 안전하게 줄지어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운전자보험, "판매 메리트 확실하네" 

손보사들이 이처럼 운전자보험에 목을 메는 이유는 낮은 손해율(60~70%)과 높은 가입 유인성 등 여러가지 장점을 두루 갖춘 상품이기 때문이다. 

운전자보험은 연간 200만건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하다 지난 2020년, 500만건, 2021년 400만건을 돌파하며 보험업계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20년 판매량이 껑충 뛴 이유는 그해 3월, 이른바 ‘민식이법’(어린이보호구역 사고 처벌 강화 관련 법)이 시행되며 스쿨존 사고 벌금이 3000만원으로 상향됐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손보사들은 벌금 보장 확대 등 상품을 개정해 집중 판매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민식이법이 시행된 다음달인 2020년 4월, 손보사들의 운전자보험 판매건수는 83만건으로 1분기 월 평균 대비 2.4배 증가했다. 

설계사들도 영업 현장에서 활용하기 좋은 상품으로 운전자보험을 꼽는다. 보험료가 1만~3만원대로 적당해 부담없이 가입을 권유하기 좋고 도로교통법 변경 등의 이슈를 활용하면 고객영업도 수월한 측면이 있어서다. 

또한 자동차보험 가입자(약 2000만명)가 사실상 잠재적 운전자보험 가입자이기 때문에 시장도 큰 편이다. 이에 손보사들은 형사합의금 상향, 골절 및 깁스 관련 특약 신설, 자동차부상치료비 보장 확대, 보험료 페이백 등 꾸준히 보장을 늘리며 운전자보험 영업에 신경써왔다. 

최근에는 생명보험사들도 자동차부상치료비를 탑재한 상해보험을 내놓고 사실상 운전자보험처럼 판매에 나서고 있어 손보사들의 담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보험업계는 올해 운전자보험 판매에 더 드라이브를 거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손보사들은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들에게 운전자보험 판매시책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에 비해 손해율이 안정적이고 만기도 3~5년으로 짧은 상품이 많아 준비금 부담도 적은 편”이라며 “새 회계제도 (IFRS17) 하에서 보장성보험이 유리하다는 측면도 있어 운전자보험은 여러모로 손보사 입장에서 효자상품이라 영업을 꾸준히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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