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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인 듯 카톡 아닌 페북 같은 메타버스…개방적이면서 비밀스런 ‘본디’ [ET 체험기]

50명만 소통 가능, SNS 피로도 낮춰 이색
사진으로 답장하고, 아바타로 감정 표현
즐길거리 다양…차세대 ‘메타버스 SNS’ 주목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서비스와 인공지능(AI) 기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도 고도화된 기능을 장착하고 소비자를 찾고 있죠. 정보기술(IT)은 변화하기 때문에 일상에 더욱 밀접해졌습니다. 일상을 파고든 IT, 변화가 익숙지 않은 당신을 대신해 트렌드를 직접 체험합니다. 미래 경제를 이끌만한 IT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기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

메타버스 메신저 앱 ‘본디’는 자신을 “찐친들의 메타버스 아지트”라고 소개한다. [사진 본디]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싸이월드처럼 내 방을 꾸미고 배경음악(BGM)을 골라 노래를 선정한다. 인스타그램처럼 지금 뭐하고 있는지 사진을 찍어 올리고 댓글을 단다. 카카오톡처럼 상태 메시지를 설정하고 친구와 메신저로 대화한다. 페이스북처럼 친구에게 ‘콕 찌르기’를 보내서 관심을 표시한다. 이 모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메신저의 역사를 망라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메신저 ‘본디’(Bondee)를 직접 사용해 봤다. 

어색한 사람은 들어올 수 없는 ‘찐친들과의 아지트’

본디의 가장 큰 특징은 ‘적절한 개방성’을 유지하게 한다는 점이다. 본디에서는 한 사람이 맺을 수 있는 친구는 50명에 불과하다. 본디가 자사 서비스를 ‘찐친(진짜 친한 친구)들의 메타버스 아지트’라고 정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SNS의 목적이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유명인이 되는 것으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기능이다. 본디 애플리케이션(앱) 설명에도 ‘더 이상 주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요’라는 적혀있다. SNS로부터 발생하는 피로감을 줄이고 소수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소통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을 지향하는 서비스 기획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아예 차단된 것은 아니다. 내 ‘찐친’이 다른 친구를 소개해 줄 수도 있지만 더 재미있는 기능이 있다. 망망대해에 쪽지가 든 유리병 하나를 던져 누군가 봐주고 다가와 주길 바라는 심리에 공감하듯 본디에선 ‘플로팅’을 할 수 있다. ‘플로팅 하기’ 버튼을 누르면 작은 보트를 타고 끝없는 바다를 항해한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아름다운 배경과 잔잔한 바다를 즐기며 흘러가다 보면 직접 메시지를 적어 해류병을 던질 수도, 그리고 누군가가 그 메시지를 주워 답을 할 수도 있다. 

플로팅 중 다른 보트에 타고 있는 누군가를 마주쳤다. 마주친 상대의 해류병 속 메시지에 수강신청에 대한 이야기를 써 놓은 것으로 미뤄 보아 대학생으로 추정됐다. 공감대를 형성하긴 어려울 것 같아 손 흔들기로 인사를 건넨 뒤 계속 항해하기로 했다. 간단하고 부담이 없었다. 전혀 모르는 누군가의 메시지를 ‘우연한 만남’을 통해 살짝 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다.

본디에서 ‘플로팅 하기’ 기능을 통해 아이템을 찾고 내 친구가 아닌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다. [사진 본디 캡처]


추억의 싸이월드 미니룸 꾸미기 닮은 ‘스페이스 꾸미기’

본디는 여느 메타버스 플랫폼처럼 아바타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차별점은 가상 아바타가 주는 거부감이 덜하다는 데에서 나타난다. 클레이(찰흙)로 빚은 것 같은 동글동글한 외모에 ‘귀엽다’는 인상을 주는 본디 속 캐릭터는 지금까지 메타버스 아바타들의 외형과는 조금 달랐다. 가상세계의 아바타와 현실세계의 ‘나’ 사이 거리감을 줄이는 점이 메타버스 입문에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한다면, 본디는 순조롭게 그 문을 통과했다.

아바타를 완성하고 나면 나의 방 역할을 하는 ‘스페이스’를 꾸밀 수 있다. 싸이월드에서 아이템을 사서 ‘미니룸’을 꾸몄던 것과 비슷하다. 벽지와 바닥을 고르고 가구를 배치해 ‘원룸’ 크기의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이 공간에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도록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아직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크지 않지만 추후 다양한 음악들이 추가된다면 카카오톡 프로필에나 블로그에 음악을 설정하는 것처럼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기능이다.

본디는 메신저 기능도 평범하지 않다. 텍스트나 이모티콘으로 소통하는 일반 메신저와는 달리 메신저 창에 상대와 내 아바타가 함께 있어 직접 표정과 행동으로 기분을 표현한다. 함께 춤을 추거나 캠핑을 즐기는 등 대화 이상의 경험을 공유한다. 사진으로만 답장이 가능한 기능도 있어 쉽게 소통할 수 있다.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고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해 ‘빠르고 가벼운’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기존 메신저와 다르게 느껴졌다. 
본디에서 아바타를 커스터마이징하는 화면. 클레이로 빚은 것 같은 동글동글한 외모에 ‘귀엽다’는 인상을 주는 본디 속 캐릭터는 지금까지 메타버스 아바타들의 외형과는 조금 달랐다. [사진 본디 화면 캡처]

한국·일본·태국·필리핀 등 아시아서 글로벌 인기

게임을 하는 것처럼 SNS를 즐기게 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SNS 공간에선 내가 게시물을 올리거나 무언가를 공유하지 않으면 누군가의 콘텐츠를 ‘구경’하는 관점에만 머무르게 된다. 그런데 본디에선 내 아바타와 공간을 꾸미고, 이를 위한 소품을 얻기 위해 항해를 하고, 친구의 공간에 방문해 메모를 남기는 등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애플리케이션(앱)에 체류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진다.

본디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어 ‘차세대 메타버스 SNS’라고도 불린다. 싱가폴에 거점을 둔 IT 스타트업 메타드림은 지난 11월 한국에 본디를 출시했다. 출시 3개월여가 지난 3일 기준 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소셜 네트워킹 카테고리 앱 1위이며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에선 당근마켓·인스타그램·밴드·네이버 카페를 이어 5위를 차지했다. 동일 기준 일본에서도 소셜 네트워킹 카테고리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태국과 필리핀 등에서도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본디에선 아바타를 통해 직접 표정과 행동으로 기분을 표현할 수 있다. [사진 본디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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