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력 장착한 블랙 카리스마”…‘뉴 송지오’의 패션 세계관 [이코노 인터뷰]
송재우 ‘송지오 인터내셔널’ 대표 인터뷰
2018년 취임 이후 브랜드 4개까지 확장
950억원 매출 목표, 여성복 브랜드도 론칭
[이코노미스트 김채영 기자] 여기도 ‘블랙’, 저기도 ‘블랙’이다. 사무실 안에 있는 가구와 책상, 의자에 벽까지 온통 검은색. 차분하면서도 강인함이 공존하는 송지오(SONGZIO) 브랜드 특유의 아방가르드함이 느껴졌다. 올블랙 슈트를 차려입은 송재우 대표에 대한 첫인상도 그랬다.
2018년부터 회사의 조타를 잡은 송 대표는 디자이너 컬렉션 브랜드 ‘송지오’에서 더 나아가 남성복 브랜드 ‘송지오옴므’, 영 컨템포러리 아트 브랜드 ‘지제로’, 디자이너 디퓨전 브랜드 ‘지오송지오’까지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며 회사를 키웠다. 남성복 명가를 넘어 내년 여성복 브랜드 론칭과 글로벌 시장 확장까지 노리는 젊은 대표. 송 대표를 직접 만나 그가 그리는 송지오 브랜드 세계관을 들어봤다.
디자인하는 아버지, 경영하는 아들…전통과 명맥 이어간다
“30년 동안 한 우물만 파온 브랜드에요. 저희만의 차별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지오(SONGZIO)는 1993년 송지오의 아트 디렉터이자 회장인 송지오 디자이너가 설립한 브랜드로 올해 30년차를 맞은 ‘패션하우스’다. 현재 ‘송지오’, ‘송지오 옴므’, ‘지제로’, ‘지오송지오’까지 브랜드를 확장해 운영하고 있다. 송지오 회장은 디자인에 힘쓰고 있고, 아들인 송재우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으며 올해 매출 90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4년 전 대표에 취임한 송 대표는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6개월마다 꾸준히 해오던 송지오의 컬렉션 활동을 잠시 쉬고 국내 브랜드 다각화를 통해 회사를 키웠다. 지난해부터는 다시 파리패션위크에 참여하면서 컬렉션 활동에 복귀하고 사업까지 함께 병행하고 있다. 송지오 관계자는 “송지오 브랜드 컬렉션은 송 회장이 작업한 펜화나 유화 아트를 옷 디자인에 담아 시즌(6개월)마다 작업을 하고 있어 두 분 다 쉴 틈이 없다”고 전했다.
“제가 직접 그린 디자인 스케치에요.” 송 대표의 책상 위에 다음 시즌을 대비해 직접 그린 펜화가 여러 장 쌓여 있었다. “미국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해 디자인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디자인에 관심이 생겼어요.” 송 회장이 디자인에 집중하고, 송 대표는 경영을 전담한다고 하지만 송 대표는 컬렉션 디자인 작업에 매번 참여하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달 파리패션위크에서 2023 가을/겨울(F/W) 컬렉션 공개를 성황리에 마쳤고, 지난해 6월과 10월엔 파리패션위크와 서울패션위크에서 2023 봄/여름(S/S), 62번째 컬렉션을 선보였다. 3년 만에 전면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서울패션위크 당시 런웨이 관객석에는 1000여석 이상이 가득 찼고, 배우 차승원과 배정남, 모델 한혜진 등이 런웨이 모델로 등장해 큰 화제가 됐다.
“우리만 가지고 있는, 유니크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진이나 현장에서 저희 옷을 봤을 때 다른 브랜드들과 뭔가 다르단 느낌을 주는 것도 좋지만, 옷 한 땀 한 땀에 담긴 메이킹에 차별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송 대표가 강조하는 ‘우리만의 것’은 송지오 브랜드가 추구하는 패션 철학과도 맥을 같이 한다.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아트&패션 스타일로 옷을 만드는 과정부터 최종 디자인이 나올 때까지 아트적인 표현을 함께 가져가려 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 늘 새로운 스타일,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죠.”
여성복도 전개…‘오프라인’ ‘진정성’에 방점
송지오 브랜드만의 아방가르드함을 30년 동안 이어온 덕에 송지오는 2018년부터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저희 회사는 송지오 옴므를 중심으로 매년 매출이 2배씩 성장해왔어요. 지난해에는 옴므 매출이 2배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지오송지오를 새로 론칭하면서 또 2배 성장하는 계기가 됐죠. 이렇게 꾸준히 성장하면서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지치지 않게 하는 게 제 목표예요.”
송지오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900억원을 기록했다. 송 대표는 “송지오 인터내셔널에서 전개하는 4개 브랜드 중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송지오옴므 백화점 라인이고, 지오송지오, 송지오 컬렉션 라인 등 순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송지오 인터내셔널’에서 전개하는 ‘송지오’, ‘송지오 옴므’, ‘지제로’를 통해 400억원, 지오송지오 인터내셔널에서 전개하는 ‘지오송지오’를 통해 300억원, 그리고 라이센스 사업을 통해 200억원 매출을 목표하여 올해 전체 950억원 매출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내년엔 여성복 브랜드 론칭 계획도 있어 회사는 점점 더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복이 남성복보다 확실히 스펙트럼이 더 넓어요. 남성복은 바지와 이너, 상의에서 나올 수 있는 디자인에 한계가 있는데 여성복으로는 더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죠. 내년에 여성복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 있어 준비 활동의 일환으로 컬렉션에 여성 제품을 최소 5개씩은 넣고 있어요. 하지만 그동안 브랜드를 남성복 위주로 전개해오다 보니 여성 제품 비중은 아직 20% 내외 정도예요.”
엔데믹을 맞아 패션업계에 불 변화의 키워드로는 ‘오프라인’과 ‘트렌드’를 꼽았다. “엔데믹 시대가 오면서 오프라인 시장이 다시 중요해졌어요. 브랜드의 가치를 과감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죠. 오프라인을 강화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에요. 외국에 자주 나가보며 느낀 건 한국이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게 빠르다는 점이에요. 점점 더 개성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저희도 이에 맞춰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해보려고 해요.”
송지오 브랜드만의 경쟁력으로는 ‘진정성’을 꼽았다. “송지오란 회사는 오랜 기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있는 브랜드로, 그 시간 동안 쌓아온 진정성 있는 활동들이 지금의 송지오 브랜드를 만든 것 같아요. 소비자들도 저희만의 차별점을 보여주는 활동을 원한다고 믿고 있어요. 저희 브랜드만의 고전적인 모습을 보여드리되 상업화도 놓칠 수 없어요. 저희와 ‘우영미’와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으려면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게 중요해요. 저희만의 독특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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