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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하다’가 가진 힘, 수익성으로 연결될까 [기승전-플랫폼]

‘유니콘’ 당근마켓, 한 차례도 올리지 못한 흑자
‘차세대 플랫폼’ 이미 증명…가입자만 3300만명
지역 커뮤니티 기능에 맞춘 ‘광고 마케팅’ 강화

‘사람 모인 곳에 돈이 돈다.’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시장 원칙’ 중 하나입니다. 숱한 사례와 경험으로 증명된 이 명료한 문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에도 유효한 듯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스마트폰 등장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현실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여전히 돈을 돌게하고 있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을 의미하는 ‘플랫폼’은 ICT 시대를 마주하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도달하는 ‘종착역’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매력을 높여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플랫폼 기업의 생리를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당신이 머무는 종착역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마켓’의 중고 거래 서비스 관련 광고의 한 장면. [사진 당근마켓]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중고 거래 = 당근마켓

2015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당근마켓이 약 8년 만에 국내 시장에 세운 ‘공식’이다. 이미 ‘당근하다’는 말은 ‘중고 거래를 한다’로 자연스럽게 인식되고 있고, 재당근(당근마켓에서 구입한 물건을 다시 파는 일) 역시 널리 사용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회사는 국내 중고 거래 시장에 ‘절대 강자’ 지위를 확보, 이를 기반으로 빠르게 플랫폼 서비스 영역을 늘리고 있다. 순조롭게 사업 확장에 성공한 모습이지만 내실은 그렇지 않다. 창사 이래 단 한번도 흑자를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 올해 사업 키워드를 ‘수익성 강화’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까진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턴 적자 탈피 전략에 사업적 역량을 쏟아부을 방침이다.

‘차세대 플랫폼’ 노리는 당근마켓, 제2의 네카오될까

당근마켓은 자사 서비스가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의 대명사가 되기까지 다양한 성과를 써왔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확인한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거대신생 기업)에 2021년 상반기 처음으로 진입한 일이 대표적이다. 지난 2021년 8월 시리즈D 투자 유치 당시 당근마켓의 기업가치는 약 3조원으로 평가됐다. 2019년 9월 시리즈C 진행 때 3000억원에 머물렀던 기업가치가 2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당근마켓은 시리즈C로 4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시리즈D를 통해선 1789억원을 확보했다. 회사의 누적 투자 유치 규모는 2270억원에 달한다.

당근마켓이 이 같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배경으론 ‘서비스 경쟁력’이 꼽힌다. 연결성을 중심에 둔 편의 기능으로 이용자의 수를 높여온 당근마켓은 시장에서 ‘차세대 플랫폼’으로도 불리고 있다. 네이버가 포털 검색을 기반으로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고, 카카오가 메신저로 사업 외연을 키워온 과정이 당근마켓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단 평가다.

당근마켓이 2022년 한해동안 이룬 성과. [제공 당근마켓]

당근마켓의 플랫폼 매력은 단연 ‘중고 거래’에 있다. 2022년 한해에만 1억6400만건의 중고 거래가 당근마켓 플랫폼 안에서 이뤄졌다. 회사는 6577개 지역에서 중고 거래 연결 서비스를 구축하며 확실한 이용자 생태계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서비스 영역을 ▲소통(동네생활) ▲로컬 커머스(내 근처) ▲구인·구직(당근알바) ▲광고 ▲통합 비즈니스센터(당근비즈니스) ▲결제(당근페이) 등으로 넓혀 ‘로컬 슈퍼 애플리케이션(앱)’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네생활 서비스는 중고 거래 외 핵심 기능으로 2020년 9월 출시됐다.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에선 찾아보기 힘든 지역 생활 정보가 공유된다는 것이 차별화 지점으로 꼽힌다. 2022년에만 2200만건의 소통이 동내생활 안에서 이뤄지며 당근마켓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당근마켓의 이 같은 서비스 확장 시도는 곧장 플랫폼 성장으로 이어졌다. 2023년 1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3300만명에 달한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가구 수(2092만)보다 많은 수치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8년 1월 50만명에 머물렀던 이용자 수는 ▲2019년 1월 180만명 ▲2020년 1월 480만명 ▲2021년 1월 1420만명으로 증가했다. 현재 MAU는 1800만명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용자 충성도 역시 높다. 가입자 1인이 한 달에 평균적으로 당근마켓에 64회 접속해 총 2시간 7분을 보낸다. 플랫폼 이용자 수와 더불어 이 같은 장시간·고빈도 이용 추이는 광고 매출 상승을 이끌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당근마켓 동네생활 서비스 설명 이미지. [제공 당근마켓]

빠른 성장에도 수익성은 ‘숙제’

당근마켓이 설립 7년도 안 돼 ‘유니콘’에 등극하고, 거대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여전히 숙제를 안고 있다. 아직 흑자를 단 한번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상장사인 당근마켓은 1년에 한 번 감사보고서를 통해 연간 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회사는 2022년도 연간 실적을 오는 3~4월 내 공개할 방침이다. 시장에선 당근마켓이 2022년에도 적자가 지속됐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게 나오고 있다.

당근마켓의 2021년 연간 기준 영업손실은 352억1341만원으로, 2020년(133억6334만원) 대비 적자 폭이 크게 늘었다. 연간 매출은 2020년 117억5041만원에서 2021년 256억7259만원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사업 확장에 따른 영업비용 증가로 영업손실이 증가했다. 2021년 영업비용은 608억8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2.42배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손실 역시 2020년 130억2580만원에서 2021년 364억3246만원으로 올랐다.

사업 확장에 따라 직원 수가 빠르게 증가한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2015년 7월 3명으로 창업한 당근마켓의 2023년 직원 수는 약 380명이다. 2020년도부턴 직원 수가 평균 3배씩 상승했다. 회사는 2021년에 인건비로만 약 160억원을 썼다.

업계에선 당근마켓이 227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한 만큼 2022년 사업 운영까진 재정적 어려움이 없었다고 진단한다. 2023년에도 탄탄한 투자 유치금을 토대로 사업적 성장이 가능하리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올리지 못했던 기조가 유지된다면,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난 투자 위축 상황에서 당근마켓 역시 ‘반짝스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투자금 고갈에 맞춰 흑자 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네이버가 최근 C2C 시장을 ‘차세대 먹거리’로 꼽고,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이미 대형 플랫폼을 구축한 네이버의 참전으로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근마켓이 구축한 위상이 비교적 쉽게 무너질 수 있단 견해도 나온다.

플랫폼 강화 전략, 수익성 연결이 관건

당근마켓은 무료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직거래를 원칙으로 한 지역 중고 거래 플랫폼을 지향하는 만큼 거래수수료가 없다. 경쟁 서비스로 꼽히는 중고나라·번개장터 등의 주된 수익원은 거래수수료인 점과 사뭇 대조된다.

당근마켓은 ‘확실한 수익원’인 거래수수료를 포기한 대신 이를 매력 요소로 활용해 플랫폼 확장을 이뤘다. 다만 이는 당근마켓의 매출원이 ‘지역 광고’에 한정된다는 구조적 한계를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상품판매·수수료·기타수익 등을 다 합쳐도 전체 매출의 1%에도 못 미친다.

당근마켓은 이 같은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적 시도를 추진하고 있다. 2022년 8월 출시한 ‘당근비즈니스’가 대표적 수익성 강화 전략으로 꼽힌다. 파트너사에 제공하는 마케팅·광고 서비스를 웹사이트에서 통합해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광고 집행은 물론 운영·관리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꾸려 상품성을 높였다. ▲당근마켓 앱 홈 피드에 노출되는 ‘피드광고’ ▲키워드 검색 시 노출되는 ‘검색광고’ 등의 성과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당근마켓이 2022년 8월 출시한 ‘당근비즈니스’ 서비스 화면. [제공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해당 서비스 출시 후 광고 서비스 이용 고객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기준 광고 서비스 이용 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근마켓은 향후 당근비즈니스에 ▲프랜차이즈 기업이 전국 각 지점과 소통할 수 있는 ‘브랜드 프로필’ ▲일부 지역에서 테스트 중인 ‘예약’ 등을 추가해 마케팅 기능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출시한 ‘전문가 모드’ 광고 솔루션도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전문가 모드는 지역광고보다 큰 규모의 마케팅을 원하는 고객사에 특화된 서비스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서비스 고도화를 통한 이용자 기반을 성장과 동시에, 비즈니스 다각화와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지역 커뮤니티 특화 서비스란 당근마켓만의 장점을 살려 지역 내 다양한 비즈니스 연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고, 가장 효과적인 로컬 마케팅 채널로서 광고 등 비즈니스 솔루션 및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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