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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MS·메타, ‘강화’ SKT·KT…메타버스 접근법 다른 이유 [이코노Y]

‘탈 통신’ 초석 메타버스 플랫폼…B2C에서 B2B로 수익화 예정
플랫폼 구축한 빅테크와 차이…”수익성은 장기적으로 봐야”

유영상 SKT 사장과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서 SKT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SKT]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인류의 새로운 공간으로 불리던 ‘메타버스’에 접근하는 방식이 해외 빅테크와 국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간 명확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 빅테크는 메타버스 사업에 손을 떼는 기조지만, 이통 3사는 되레 사업 확장에 열중하며 서비스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이통 3사는 메타버스가 자사 혁신 기술을 묶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가교’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프라 사업에 강점을 지닌 이통 3사와 서비스 구축에 집중하는 빅테크는 접근법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져 생긴 합성어로, 아바타를 통해서 접속할 수 있는 가상세계를 뜻한다. 게임에서 주로 사용되던 이 개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았다.

대규모 투자 집행했지만, 성적 저조…손 떼는 MS·메타

빅테크는 이 같은 메타버스의 가능성에 일찍이 주목,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사업적 시도를 진행했다. 페이스북은 2021년 10월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며 메타버스 생태계를 주도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메타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장치와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을 전담하는 ‘리얼리티 랩스’에 1만명을 배치하는 등 투자를 이어갔다. 메타는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가 2022년 말까지 월간활성이용자(MAU) 수 50만명을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20만명에 그쳤다.

MS 역시 지난 1월 정리해고의 일환으로 메타버스 핵심 부서를 해체했다. 업계에선 MS가 사실상 소비자용 메타버스 사업에 손을 뗀 것으로 해석한다. 지난해부터 가속화된 글로벌 경기 위축과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으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 수요 감소했다. 회사는 이에 따라 사업 확장에서 비용 절감으로 사업 운영 기조를 선회했다. 막대한 비용과 인프라가 투입되는 메타버스 사업 대신 기존에 주력하던 플랫폼·소프트웨어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빅테크는 이미 거대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어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메타버스 사업을 비교적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신업에서 벗어나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하는 국내 통신사들과는 구조적으로 다른 셈이다.

국내 이통사는 빅테크와 달리 여전히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다. 향후 선보일 다양한 혁신 서비스들을 글로벌로 진출시키는 ‘가교’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을 느끼는 모양새다.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메타버스 플랫폼에 활용하고 있다”며 “메타버스 안에서 AI 기술을 접목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들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에 ‘기회요인’으로 사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자체보단 이를 기반으로 구축한 ‘플랫폼’ 안에 다른 기술·서비스를 계속해 붙여 나가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메타버스는 ‘탈(脫) 통신’을 추진하는 이통 3사 입장에선 사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초석이기도 하다.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서비스를 바탕으로 사용자 확대에 주력하다 이후 기업간 거래(B2B) 사업 생태계를 활성화를 이루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임용순 국제대학교 메타버스학과 교수는 “비교적 젊은 층에서 많이 이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를 확보하면 통신사에서 서비스하는 다양한 분야에서도 이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후 가상세계에서 광고 등으로 인한 수익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T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오디션을 개최한 모습. [사진 SKT]

아직은 부족해도…플랫폼 성과 나오는 이통사 메타버스


국내 이통 3사의 이 같은 접근은 일부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이통사 중 가장 먼저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든 SK텔레콤(SKT)은 그간 메타버스 공간을 각종 모임과 행사, 기업 프로모션 등으로 제공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1286만회를 기록했다. 이러한 사용자를 바탕으로 기업과 제휴를 맺어 수익화를 도모하고 있다. SKT 측은 메타버스 관련 제휴를 맺은 기업은 2500여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정보통신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서 독일 도이치텔레콤·미국 티모바일US·말레이시아 셀콤디지 등 글로벌 통신사들과 메타버스 관련 협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진출에도 나서는 모양새다. 

KT 역시 메타버스 사업을 지속해 강화하고 있다. 올해 3월 베타 버전 공개를 앞둔 KT의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도 KT가 구축해온 다양한 AI 서비스나 콘텐츠를 가상의 공간에 선보이는 데에 중점을 뒀다. 메타버스 서비스를 KT의 대표적인 AI 서비스 ‘기가지니’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를 결합한 지니버스로 이름 붙인 것 또한 이 때문이다.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를 통해 KT 대리점을 물건을 구매한다면, 실제 세계에서도 물품을 받아볼 수 있다. 가상세계 속에 구축된 AI 챗봇을 통해 궁금한 점을 묻고 답을 얻을 수도 있다.
 
KT의 메타버스 서비스 ‘지니버스’는 3월 베타 버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사진 KT]

메타버스 사업은 해외 빅테크와 달리 통신사가 진입하기 어렵지 않은 분야라는 점도 사업 확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 요소가 5세대이동통신(5G)이기 때문이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메타버스 세상에선 지연 없는 통신망이 필수 요소다. 메타버스 상에서 구현되는 AR·VR 콘텐츠도 5G를 사용해야 지연 없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다만 수익성 부문은 국내 이통사 역시 고민하는 지점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통신사들의 메타버스 사업은 플랫폼 사업의 개념으로 접근하다 보니 초반엔 사람들을 모으고 떠나지 않게끔 하는 사업 아이템들이 계속해서 필요할 것”이라며 “사람들을 집중시키는 마케팅 활동과 더불어 장기적인 전략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도 “메타버스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에 붐이 일었기 때문에 몇 년 정도 시간이 흘러야 사업이 안정기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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