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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의 계절…주가는 오르고 주주들은 웃었다

오스템임플란트·에스엠·한샘까지 줄줄이 공개매수 대상
국내 공개매수 첫 사례는 20년전 삼나스포츠
경영권 확보냐 상장폐지냐, 목적과 주가 따라 반응 갈려
결과적으로는 주가 올라 소액주주 차익실현 기회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공개매수가 최근 국내 증시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올들어 오스템임플란트를 시작으로 SM엔터테인먼트, 한샘까지 줄줄이 공개매수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공개매수에 나선 배경이나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공개매수만으로 주목받으면서 주가도 상승세다. 다만 공개매수 목적에 따라 주주들의 반응과 업계 시각은 엇갈린다.

공개매수는 특정 종목의 주식을 공개적으로 사들이는 방법이다. 주식 매수 가격과 기간을 미리 공개하고 장외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주식을 매수한다. 과거부터 공개매수는 주로 적대적 인수합병(M&A)나 경영권 분쟁에서 사용되거나 상장폐지를 위한 잔여지분 확보에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최대주주로부터 지분 일부를 확보한 후 경영권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SM 인수 목적으로 공개매수에 나섰으나 공시 직후 주가가 크게 뛰면서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 개편, 적대적 M&A 등에 사용돼온 ‘공개매수’

국내에선 미국의 나이키가 당시 합작법인이던 삼나스포츠에 대해 공개매수를 실시한 것이 첫 사례다. 1994년 4월 미국 나이키 본사는 한국법인을 미국 본사의 100% 단독출자로 전환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실시했다. 나이키는 제품 생산과 마케팅을 담당했던 삼나스포츠의 기술 계약 종료가 임박하자 시장가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공개매수에 나섰다. 

삼나스포츠의 당시 주가는 5만7000원에서 5만8000원 선이었다. 나이키는 1주당 5만6349원을 공개매수가로 제시했다. 1994년 5월 25일부터 6월 13일까지 20일간 이뤄진 공개매수에서 나이키는 삼나스포츠 지분 99.21%를 취득했고, 직후 삼나스포츠는 상장 폐지됐다. 공개매수 이후 상장 폐지된 국내 첫 사례로 꼽힌다.

공개매수는 적대적 M&A에 활용되기도 한다. 그 첫 사례는 1994년 한솔제지의 동해종합금융 인수였다. 한솔제지는 9.9%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공개매수에 나섰고 예정보다 많은 물량이 몰리면서 회사는 동해종금 인수에 성공했다. 한솔제지는 동해종합금융 주식을 1주당 3만8000원에 공개매수해 지분 15%를 손에 넣었다. 

1997년 대구종금, 신성무역, 항도종금 등이 공개매수 대상에 오르면서 적대적 M&A 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공개매수가 매번 성공하진 못했다. 2004년엔 현대엘리베이터와 금강고려화학(KCC) 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KCC측이 공개매수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미도파, 샘표식품 역시 실패했다. 발표 이후 주가가 오르면서 공개매수가를 뛰어넘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개매수가격이 현 주가보다 그리 높지 않게 설정되면 실패 가능성은 더 커진다. 소액주주들이 번거로운 공개매수 절차에 굳이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1994년 경남에너지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던 원진은 공개매수가를 시세보다 불과 2% 높은 주당 4만9500원으로 제시했다가 단 한명이 16주만을 공개매수에 응해 굴욕을 당했다.

오스템부터 SM, 한샘까지…너도나도 ‘공개매수’ 열풍

최근 사례들을 살펴봐도 목적에 따라 주가 흐름과 이에 따른 공개매수의 성패가 갈린 것을 알 수 있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 2022년 9월 경영권 안정을 목적으로 공개매수에 나섰다. SK케미칼 92만주를 공개매수를 통해 10만8800원에 추가 취득하겠다고 공시했다. 당시 공개매수는 경쟁률 1대 1.57로 성사됐다.

지난 2월 27일 국내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도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사모펀드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의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공개매수를 통해 발행주식의 최소 15.4%, 최대 71.8%까지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최대주주 지위에 머무는 게 아니라 확고한 경영권을 가져가기 위해 공개매수에 나선 것이다. 

UCK컨소시엄은 공개매수 결과 컨소시엄 측은 최 회장으로부터 넘겨받는 지분을 포함해 88.7%를 확보했다. 이같은 지분율을 기반으로 자진 상장폐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공개매수 신고서를 제출할때부터 목적 중 하나로 상장폐지를 기재한 것이 주주의 참여를 이끌었다고 보는 분석이 높다. 공개매수에 성공해 자진 상장폐지를 하게 되면 유동성이 떨어지는 만큼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고 소수 주주로 남은 이들은 주식을 제때 팔기 어려워진다. 그럴 바엔 공개매수에 응하는게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공개매수가 모두 성공적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하이브는 SM 인수 목적으로 공개매수에 나섰으나 공시 직후 주가가 크게 뛰면서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하이브는 당초 공개매수로 25%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었으나 0.98%를 매수하는 데 그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은 “하이브가 이번에 SM 공개매수에 실패했던 사례 등을 보았을 때 공개매수는 상당히 불확실성이 높은 방법”이라며 “공개매수는 주당 얼마에 몇 주를 팔겠다고 밝혀야 하는데, 그 정도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단 보장이 없고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이 얼마만큼 응하느냐에 따라 성패 여부가 갈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투자자들은 기존 주가보다 공개매수가가 높은 경우처럼 공개매수 가격이 매력적이라면 이를 활용해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단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개매수 열풍 ‘주가부양’ 위한 의도적 행보일까

최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포트폴리오 기업 한샘에 대한 추가 투자 방식으로 공개매수를 택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한샘 주식의 7.7%(181만8182주)를 주당 5만5000원에 공개매수하기로 결정했다. 공개매수 기간은 3월 2일부터 21일까지다. 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지분율 50%를 달성해 책임 경영을 실천하고 경영 안정성을 제고하고자 공개매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IMM PE의 경우 지난 2021년 10월 한샘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 등의 지분 27.7%를 당시 주가의 두배 수준인 주당 22만1000원에 인수하면서 지배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과도하게 쳐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IMM PE가 한샘을 실사하던 당시, 2대주주였던 미국 사모펀드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는 지배주주만의 사적 이익을 위해 회사의 기밀자료를 제공하면 안된다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샘에 추가로 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상황에서 공개매수를 택한 데에는 이같은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주식 시장 내에서 특정 주주에게 대량 매수를 진행하면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공정하게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공개매수가 가장 무난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MM PE의 경우 1000억원을 공개매수로 투자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공개매수의 경우 IMM PE가 저평가된 한샘 주식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매수해 지분을 확보해 경영 안정성을 제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개매수 활성화로 경영권 지분 매각 시 적용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반주주 역시 향유할 수 있어 주주평등 원칙 관점에서도 긍정적 기능을 한다”며 “지배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일반투자자 보호 원칙이 강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개매수 목적에 주가부양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일부 나온다. 공개매수를 선언한 상장사 주가가 대체로 올랐기 때문이다. 7일 카카오가 에스엠 주식을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히자 이날 에스엠의 주가는 전일 대비 14%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다만 그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황세운 연구원은 “공개매수는 지분 확보를 위해 불특정 다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공개매수 시 주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공개매수는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M&A, 상장폐지 등을 위해 지분을 확보하고자 진행되는 만큼 일시적 주가 상승은 가능하지만 기업의 펀더멘털은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 부활을 앞두고 당국의 균형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1998년 폐지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의무공개매수제도 관련 최종 입법안 제출이 올해 중으로 예정돼 있다. 향후 상장사의 M&A 거래를 위해서는 '50%+1주'에 해당하는 지분을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하게 될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자금소요 수준이 확정적으로 산출되지 않기 때문에 PEF를 통한 상장회사 경영권 취득 규모도 축소될 수 있다”며 “‘공개매수는 M&A를 통한 사회 자본의 효율적인 재배치라는 순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효율적 구조조정과 우호적인 경영권 거래를 포함한 M&A 시장 자체의 위축 가능성을 고려할 때 당국의 균형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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