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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대한민국, 인공 태양이 불타고 있을까 [한세희 테크&라이프]

‘꿈의 에너지’ 핵융합…정부, R&D 청사진 마련
2035년 실증로 설계 시작, 2050년 가동 목표
수소 1㎏으로 석탄 8t 해당 에너지 생성 가능

대전 유성구 어은동에 위치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내 마련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모습. [사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최근 정부는 핵융합 발전 실현을 위한 전력 생산 실증로 기본개념을 결정해 발표했다. 생소한 용어들로 표현되어 있지만, 결국 앞으로 만들 핵융합 발전로 데모 설비가 어떤 성능을 지니고 어떤 구조를 가져야 할지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이 청사진에 따라 2035년까지 실증로 설계 작업을 하게 된다.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50년에는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핵융합 발전을 가동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태양 모방한 핵융합 발전

태양은 내부에서 수소 원자를 융합시켜 막대한 에너지를 일으킨다. 수소 같은 가벼운 원자들이 핵과 이온으로 분리된 플라즈마 상태에서 융합해 무거운 원자핵이 될 때 질량이 줄어들고, 줄어든 질량만큼 강력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태양 내부는 초고온, 초고압 환경이라 물질이 플라즈마 상태로 있으면서 서로 충돌해 핵융합이 일어난다. 태양의 원리를 모방할 수 있다면 인류의 에너지 걱정은 대부분 덜어낼 수 있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을 지상에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공 태양을 만드는 셈이다.

지구에 무한대로 존재하는 수소의 동위원소를 원료로 삼기 때문에 자원 고갈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원자력 발전과 달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내놓지도 않는다. 수소 1㎏으로 석탄 8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낸다. 원자력 발전보다 효율이 7배 높다. 고갈 염려 없는 자원을 조금만 사용해 청정하게 사용할 수 있어 ‘꿈의 에너지’라는 표현이 과언이 아니다. 탄소중립 요구가 커지는 기후위기 시대에 꼭 맞는 발전 방식이다.

실제로 태양을 모방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어떻게 뜨겁게 불타는 태양의 내부를 지상에 재현할 수 있을까? 많은 기술적 난제가 여전히 있지만, 과학계는 핵융합 발전을 조금씩 현실로 바꾸어 가고 있다.

플라즈마를 달구고, 가두고

가장 널리 연구되는 것은 ‘토카막’ 방식이다. ‘자기 코일이 있는 토로이달 챔버’에 해당하는 러시아어 표현의 줄임말이다. 토카막은 속이 빈 거대한 도넛 모양 장치이다. 이 안에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넣어 플라즈마를 일으키고, 외부에서 중성입자 빔을 쏘아 온도를 1억도까지 올린다. 이런 초고온 상태를 견딜 수 있는 물질은 없다. 온도가 올라간 플라즈마가 장치의 내벽에 닿아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도넛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고 그 안에 자기장을 걸어 플라즈마 이온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둬 두는 것이다. 도넛 모양 관 안에 플라즈마가 떠 있는 셈이다.

자기장을 일으키기 위해 도넛의 구멍 부분으로는 초전도 자석이 지나간다. 초전도 자석은 절대온도에 가까운 낮은 기온에서 작동한다. 1억도의 고온을 품은 장치와 절대온도에 가깝게 액체 헬륨으로 냉각한 장치가 가까이 있는 것이다.

핵융합 과정에서 높은 에너지를 가진 중성자가 생기고, 이들 중성자는 외벽에 있는 블랑켓이라는 부품으로 들어가 그 안에 흐르는 냉각수를 가열한다. 이후 가열된 냉각수가 열교환기에서 수증기를 일으켜 발전기 터빈을 돌리는 과정은 다른 발전 방식과 같다.

핵융합 과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려면 플라즈마 온도를 높이 끌어올리고, 플라즈마가 내벽에 닿지 않도록 관리하는 기술이 필수다. 특히 제멋대로 움직이는 플라즈마의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진공 용기 내부 모습. [사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한국에서 불타는 별, KSTAR

이러한 플라즈마 기반 핵융합 연구의 최전선에 우리나라가 있다.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가 설치돼 있다.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고 강력한 자기장으로 가두는 자기밀폐형 핵융합 장치이다. 직경과 높이 각 10m에 부대시설까지 합쳐 축구장 4분의 1 정도 크기의 시설물이다.

2008년 본격 가동에 들어가 2018년 이온온도 1억도에서 플라즈마 운전에 성공했고, 2021년 1억도를 30초간 유지하는 기록을 달성했다. 핵융합 분야 세계 기록이다. 2026년 운전 시간 300초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는 24시간 정상적으로 플라즈마를 운용하는 기술을 실질적으로 확보했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KSRAR의 연구 결과는 핵융합 연구를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의 주요한 데이터로도 쓰인다. 한국울 비롯해 미국·유럽·일본 등 7개 국가가 참여하며, 투입 에너지 대비 10배의 산출을 내는 장치를 2035년 프랑스에 완공한다는 목표다.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실증로 계획은 2035년 ITER 완공을 염두에 둔 정책이다. ITER가 기대한 대로 10배 이상의 투입 대비 산출 에너지를 낼 수 있음이 확인되면, 곧바로 실증로를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것이다. ITER에 참여한 주요 국가들도 이미 핵융합 발전로 데모 장치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차세대 에너지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긴장감이 이들 나라를 감싸고 있고, 이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2035년 기술적 검증이 이뤄지면 2050년에는 상용 핵융합 발전이 이뤄지리라는 기대다. 원자력 발전이 실험실에서 주요 과정이 성공한 후 15년 지나 상용 발전이 시작된 것과 비슷한 시간표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프랑스에서 대한민국을 비롯해 미국·유럽연합(EU)·러시아·중국·일본·인도 등 7개국이 함께 건설 중인 시설이다. 사진은 ITER 건설 현장 전경. [사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위험하진 않을까?

이외에도 핵융합 발전을 위한 시도는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 리버모어연구소는 토카막 방식이 아니라 레이저를 연료에 쬐어 온도를 높여 핵융합을 일으키는 방식을 연구한다. 작년 말, 사상 최초로 투입보다 많은 에너지를 얻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구글과 셰브론은 핵융합 에너지 스타트업 TAE테크놀로지스에 12억 달러를 투자했고, MIT 연구자들이 주축이 된 커먼웰스퓨전시스테스는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 자석을 활용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궁금할 것이다. 내부 온도가 1억도가 넘는 장치에 문제가 생겨 고온의 플라즈마가 내벽에 닿으면 대재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그런 일이 벌어지면 대기압이 밀려 들어오면서 핵융합 과정이 즉각 꺼져버린다. 사고가 나면 처리가 힘든 원자력 발전과 다른 점이다. 다만 핵융합 시설은 우그러들며 망가져 못 쓰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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