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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는 싶고 돈은 내기 싫고...OTT, 저작권 위반에 본격 대응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 꾸려 ‘누누티비’ 형사고소
웹하드 업체·계정 공유 중개 서비스 등도 위법 소지
우회 사이트 운영 시 “원천적 불법 유통 막기 어려워”

지난 7일 CJ ENM·OTT·지상파 방송 등 미디어 사업자들이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꾸리고 방송영상콘텐츠 불법유통 사이트 누누티비를 형사고소 했다.[사진 누누티비 사이트 캡처]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불법 콘텐츠 공유 사이트 등 저작권 침해 대응에 나섰다. 그간 암묵적으로 성행해왔던 불법 웹하드 업체나 계정 공유 중개 스타트업 등에도 제한 조치 적용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독’ 서비스 이용료는 이제 일상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구독 서비스는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부터 신선식품, 온라인 클래스는 물론 전통주, 커피, 강아지 용품 등 생활 전반에 걸친 다양한 서비스들이 출시됐다. 불법 콘텐츠 유통은 구독 서비스 증가에 따른 대표적 부작용 사례로 꼽힌다.

‘누누티비’ 시작으로 본격 칼 빼든 콘텐츠 업계

OTT는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콘텐츠진흥원의 조사 결과 OTT 이용자들은 평균 2.7개의 플랫폼을 구독하고 월 평균 1만3212원을 지불한다. 넷플릭스와 디즈니+와 같은 해외 기업들의 서비스뿐 아니라 티빙·쿠팡플레이·웨이브·왓챠 등 OTT 서비스가 다양해지며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OTT 기업은 자사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가입자를 끌어 모았다. 해당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자, 이를 불법적으로 시청하려는 시도도 늘어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누누티비’다. 지난 7일 CJ ENM·OTT·지상파 방송 등 미디어 사업자들이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꾸리고 방송영상콘텐츠 불법유통 사이트 누누티비를 형사고소 했다. 국내 영상업계가 저작권 침해 근절에 본격적으로 나선 셈이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해당 OTT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라며 “소비자가 구독하지 않은 서비스에서 인기 작품이 등장했을 때 새로 신규 구독을 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시청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누누티비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지속적으로 주소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누누티비는 웹사이트에 접속하기만 하면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다. 콘텐츠 불법 공유로 저작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홍보해 수익을 얻는 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영상저작권보호협의회 측은 “누누티비의 총 동영상 조회수가 지난달 기준 약 15억3800회에 이른다”며 심각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불법 콘텐츠 유통 사례는 누누티비가 처음이 아니다. OTT 서비스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불법 콘텐츠 유통 통로로 이용되던 웹하드 업체 등에 대해서도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단 지적이 나온다. 일부 웹하드 업체는 공식으로 제휴된 콘텐츠만 판매한다며 홍보하지만 제목을 원본과 다르게 바꿔 업로드하거나 일정 시간만 불법 영상을 올렸다 삭제하는 등의 수법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불법적 통로로 콘텐츠가 유출되는 것을 막을 방안은 뚜렷하지 않다. 사이트는 언제든 새로 만들 수 있고 외국에서 우회해 들어오는 경우 원천적으로 금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근본적인 대책은 통신 사업자가 저작권이 걸려 있는 소스 코드가 있는 영상은 유통되지 않게끔 만드는 것”이라면서 “통신 사업자들이 현재로서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콘텐츠를 방치하면서 얻는 이익이 존재하는 이상 원천적으로 불법 유통을 막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정 공유 중개 서비스도 사실상 불법 소지 있어

최근엔 OTT 구독 계정을 나눠 쓸 수 있도록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중개 서비스도 성행하고 있다. 대부분 OTT 서비스의 경우 1인이 구독하는 것 보다 2인이나 4인 등 다수가 이용할 때 구독료도 저렴하고 더 높은 화질로 시청이 가능하다. 넷플릭스의 경우 한 명만 접속이 가능한 베이식 요금제의 경우 9500원으로, HD 화질로 시청이 제한된다. 2인 동시 접속 가능한 13500원의 스탠다드 요금제는 HD 화질 이용이 열려있다. 4인 동시 접속 가능한 17000원 요금제의 경우 HD보다 높은 화질인 UHD의 이용이 가능하다.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이 같은 요금제도를 이용, 계정을 공유할 사람을 모아 수수료로 이익을 얻고 있다.
최근엔 OTT 구독 계정을 나눠 쓸 수 있도록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중개 서비스도 성행하고 있다.대표적인 OTT 계정공유 서비스 스타트업 ‘피클플러스’. [피클플러스 화면 캡처]

대표적인 OTT 계정공유 서비스 스타트업 ‘피클플러스’의 경우 3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가 9일 공개한 최근 일주일 간 중개한 매칭 인원은 5793명이다. 실제 지난해 OTT 하루 이용료를 500원에 판매하는 등의 단기 이용권 판매 행위로 OTT 업계로부터 서비스 중단 가처분 신청을 받은 업체도 있다. 이 업체는 관련 서비스를 완전히 중단했다. 업계에선 피클플러스가 ‘월 단위 구독 계정 판매’라는 업계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해치지 않고 있어 본격적인 제재가 행해지지 않은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 대부분 OTT 서비스의 경우 제3자의 계정 이용이나 이를 통한 영업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규정에 포함하고 있다. 티빙의 이용약관 제 10조에도 “(회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3자가 이용하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불법적인 통로로 OTT 콘텐츠를 유통하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인기를 끄는 배경엔 서비스마다 제공하는 콘텐츠가 각각 다르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여러 콘텐츠를 보기 위해선 다양한 OTT를 모두 구독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디지털 전환 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OTT 이용 중 가장 불편한 점으로 ‘경제적 부담’(42.5%)을 꼽았다. 87.2%의 이용자는 이로 인해 유료 계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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