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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효과? 자본의 힘?…‘K-콘텐츠’ 외친 디즈니+, 성장 뚜렷 [기승전-플랫폼]

200억대 투입한 ‘카지노’ 디즈니+ 성장 견인
500억대 쓴 ‘무빙’ 출격 준비…하반기 기대작
명성 같지 않던 성과에 디즈니+, K-콘텐츠 강화

‘사람 모인 곳에 돈이 돈다.’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시장 원칙’ 중 하나입니다. 숱한 사례와 경험으로 증명된 이 명료한 문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에도 유효한 듯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스마트폰 등장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현실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여전히 돈을 돌게하고 있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을 의미하는 ‘플랫폼’은 ICT 시대를 마주하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도달하는 ‘종착역’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매력을 높여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플랫폼 기업의 생리를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당신이 머무는 종착역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시즌2 포스터 이미지. [제공 디즈니+]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의 진격이 심상찮다. K-콘텐츠 강화 전략을 본격화하자마자 주요 성장 지표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다. 200억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가 흥행하면서 가입자 유입 효과가 뚜렷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카지노가 디즈니+의 성장을 이끌 기대작이라면, 하반기 전략 카드론 드라마 ‘무빙’이 꼽힌다. 제작비로만 500억대가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OTT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토종 플랫폼에선 접근하기 힘든 방식으로, 자본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커 현재 다른 기업과의 격차는 금세 줄어들 수 있다”며 “K-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디즈니+의 글로벌 확장의 성과의 가시화는 물론 국내 시장의 판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선 조용했던 ‘콘텐츠 공룡’

‘콘텐츠 공룡’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운영하는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함께 세계 OTT 시장을 양분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꼽힌다. ▲디즈니(Disney) ▲픽사(Pixar) ▲마블(Marvel) ▲스타워즈(Star Wars)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스타(Star) 등 6개 핵심 브랜드의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며 사업 외연을 확장했다. 올해 2월 기준 세계 1억6180만명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국내 시장엔 디즈니+ 출시 2주년을 맞아 지난 2021년 11월 상륙했다. 디즈니+는 국내 서비스 출시 후 KT·LG유플러스와 제휴하며 시장 안착을 시도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서비스 시작 직후 오역이 곳곳에서 나타나며 번역 문제가 불거졌다. 일부 콘텐츠는 국내 서비스에서 포함되지 않았으며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출시 초기 ‘명성’에 기대 모았던 가입자도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실제로 디즈니+는 국내 서비스 출시 1년이 지나도록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 주요 OTT 서비스 중 5위에 머물렀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디즈니+의 MAU는 171만5982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넷플릭스(1091만8772명) ▲티빙(430만4961명) ▲웨이브(419만9649명) ▲쿠팡플레이(349만7203명)와 큰 격차를 보였다. ‘콘텐츠 공룡’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이란 평가가 OTT 업계 전반에서 나오기도 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한국 맞춤형’ 콘텐츠 제작이다. K-콘텐츠 제작에 직접 나서 국내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입자를 끌어모으겠단 취지다.

K-콘텐츠에 진심인 디즈니+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APAC(아시아태평양) 2022’ 행사를 열고 신작 라인업을 공개했다. 디즈니+ 신작 총 30편 중 한국 콘텐츠가 13편을 차지, K-콘텐츠 강화 전략을 본격화했다.

디즈니+는 앞서 ▲너와 나의 경찰수업 ▲그리드 ▲키스 식스 센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3인칭 복수 등 K-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공개했으나, 큰 인기를 끌진 못했다. 단발적으로 K-콘텐츠를 내놓았던 기존 기조를 유지하기보다 대형 작품 제작을 통해 외연 확장의 성과를 내겠단 선택을 했다. 회사 측은 당시 발표에서 “앞으로는 올해보다 더 큰 스케일, 더 우수하고 감동적인 콘텐츠들이 준비돼 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2 행사에서 무대 인사를 하는 감독과 출연진 모습.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효과는 곧장 나타났다. 제작비 200억원을 투입한 대작 ‘카지노’가 국내에서 흥행하며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카지노는 배우 최민식이 MBC ‘사랑과 이별’(1998) 이후 24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공개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2월 21일 시즌1이 공개된 카지노는 디즈니+의 성장을 이끌었다. 디즈니+의 2022년 12월 유입률은 42.5%로 직전 달 대비 6.9%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유입률은 해당 월 사용자 중 유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유입자는 직전 달 사용 이력이 없는 사용자를 말한다. 카지노의 흥행이 국내 신규 가입자 증가로 이어진 셈이다.

카지노 효과는 2023년 2월 15일 공개된 시즌2에서도 나타났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공개 첫 주 기준 최대 시청 시간 기록을 다시 쓰기도 했다.

이 같은 효과는 2월 MAU 수치에서도 나타난다. 다른 월에 비해 일수가 짧은 2월은 통상적으로 MAU가 전달 대비 하락한다. 일간활성이용자수(DAU)를 합산해 MAU가 집계되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이 하락 폭이 주요 OTT 중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즈니+의 1월 대비 2월 MAU 하락 수는 8만8905명이다. 이 기간 ▲넷플릭스 107만1418명 ▲티빙 40만3953명 ▲쿠팡플레이 37만6992명 ▲웨이브 24만9931명이 감소한 것과 사뭇 대조된다.

디즈니+의 K-콘텐츠 강화 후의 MAU 수치 상승도 두드러진다. 디즈니+는 2022년 11월 MAU가 171만5982명에 그쳤으나 12월에는 195만1740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1월에는 216만6446명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디즈니+는 카지노 외에도 다양한 K-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드라마 시리즈로는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을 비롯해 ▲‘사운드트랙 #1’ ▲형사록 시즌2 ▲레이스 ▲최악의 악 등이 준비돼 있다. 배우 류승룡·한효주·조인성 등이 출연하는 무빙의 제작비는 500억원대 수준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사랑이라 말해요’는 경우 지난 2월 22일 첫 화를 공개한 후 매주 2화씩 업로드되고 있다. 예능으론 유재석·이광수·권유리가 출연하는 ‘더 존: 버텨야 산다’ 시즌 2가 공개된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사장은 콘텐츠 쇼케이스에서 “그간 독자적인 캐릭터를 선보이며 100년을 자리매김해 왔다”며 “앞으로의 100년은 할리우드에서 한류, 마블에서 일본 애니메이션까지, 2023년에도 최고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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