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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경영’ 꿈꾸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속내는…

[고려아연 지분 전쟁 막전막후]②
‘독립 경영’ 강화해 미래 사업 육성…재생에너지‧이차전지 소재 중심 재편
미래 사업 동맹 LG‧한화 등 우군 확보…일부선 “내부 결속 다지기” 주장도

고려아연 호주 태양광 발전소 모습. [사진 고려아연]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74년간 유지돼온 동업 관계에 균열이 생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그간 장 고문 측과 최 회장 측 사이에서 세계 1위 아연 제련 업체인 고려아연 경영과 관련해 눈에 띄는 의견 충돌은 없었는데, 최 회장은 재생에너지·이차전지 소재 등 미래 사업 중심의 사업 재편을 꾀하면서 양측 집안의 입장차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 주변에선 “최 회장의 미래 사업 육성에 대해 장 고문 측이 과도하게 간섭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부에선 “지난해 회장에 취임한 최 회장이 내부 결속을 위해 장 고문 측과의 지분 격차를 줄이고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일찌감치 최 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정해진 상황이라, 내부 결속보단 미래 사업 육성을 위한 독립 경영 목적”이란 분석에 무게감이 실린다. 

최윤범 회장, 미래 사업 ‘속도전’

재계에선 “지난해 말 회장에 오른 최윤범 회장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미래 사업 중심의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최 회장은 지난해 초 신년사에서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 전략으로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제시한 이후 고려아연의 미래 사업 육성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평가다. 고려아연이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매우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힐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비철금속 제련 부문에서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누려온 고려아연은 대외적으로 사회 공헌 사업만 알리는 등 조용한 분위기였는데, 최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미래 사업 육성 추진 사항을 적극 공개하고 있다”며 “최근 고려아연의 행보를 보면, 미래 사업에 관한 최 회장의 야심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재생에너지만 사용해 생산한 수소) 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산업, 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 순환 사업 등 3대 신사업을 중점 육성하는 전략이다. 

실제 고려아연은 최 회장의 회장 승진을 앞두고 미래 사업 추진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LG화학 및 한화와 그린수소 및 배터리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세계 양대 글로벌 트레이딩 컴퍼니 트라피구라와 니켈 제련 합작 사업을 검토한다”며 “총 7868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LG화학(2576억원) 및 한화(1568억원)와 상호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3723억원은 트라피구라,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한국투자증권과 자사주 거래 방식으로 유치한다는 것이다. 지분 교환을 통해 신사업 협력 결속력을 다지면서도, LG화학과 한화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독립 경영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재계 관계자는 “수년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LG화학, 한화 등과 지분을 교환해 ‘신사업 동맹’을 맺고, 최 회장의 경영 방향성에 힘을 실어줄 우군을 확보한 셈”이라며 “향후 최 회장 측의 또 다른 우군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고려아연과 LG화학은 지난 2017년 이차전지의 핵심 원료 중 하나인 황산니켈을 제조ꞏ판매하는 켐코 설립에 참여했다. 지난해 7월 켐코로부터 황산니켈을 공급받아 이차전지 양극재의 전 단계 물질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합작법인인 한국전구체를 설립했다. 지분 교환을 기점으로 리사이클(후처리)과 전구체 연계 사업(북미), 전구체 설비 증설(국내), 리사이클 원재료 사업 등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고려아연과 한화의 경우 수소 가치사슬, 탄소 포집, 풍력 발전, 자원 개발 등의 사업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한화는 고려아연이 해외 자회사를 통해 구축할 예정인 암모니아 탱크 터미널과 암모니아 크래킹(수소 전환) 설비 건설을 비롯해 수소 연료전지 발전과 수소 가스터빈 발전 시설 건설에 참여한다. 고려아연은 한화가 미국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블루 암모니아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블루 암모니아는 생산 과정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 만드는 암모니아를 말한다. 

이 외에도 고려아연은 트라피구라와 이차전지 주요 원료인 니켈 제련 합작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협력 방안을 검토한다. 또한 세계 최대 전자 폐기물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리사이클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전자 폐기물 리사이클 기업인 이그니오를 지분 100%의 자회사로 인수했다. 이그니오가 수거할 전자 폐기물을 활용하는 리사이클 동박(이차전지 소재) 생산을 위해 자원 순한 가치사슬 구축도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다. 호주를 거점으로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재생에너지만 사용해 생산한 암모니아) 생산‧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도 꾀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인 아크 에너지는 지난해 한화임팩트, SK가스와 오는 2032년까지 연간 1000만톤 이상의 그린암모니아를 호주에서 한국으로 들여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조급함일까 절박함일까 

재계 안팎에선 최윤범 회장의 행보를 두고 “미래 사업 없이는 지속 가능성도 없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10년도 넘는 시간 동안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됐을 정도로, 고려아연 승계 구도는 명확했다”며 “일찌감치 최 회장으로 경영권 승계가 정해진 상황에서 최 회장이 내부 결속이나 조직 장악을 위해 지분 확보에 나섰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 독립 경영을 강화할 목적으로 지분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 회장이 태양광 등 미래 사업을 육성해 최근 수익을 실현하고 있는 한화그룹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미래 사업의 중요성을 실감했을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최근 행보를 보면, 미래 사업에 대한 최 회장의 진심과 야심을 엿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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