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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0조‧영업익 10조 화려한 부활 HMM…새 주인 찾기 성공할까

[HHM 민영화 안갯속]⓵
만년 적자 기업→10조 영업익 반전, 화려한 부활
최대주주 산은, 매각 작업 돌입
비싼 몸 값, 영구채, 해상 운임 하락 걸림돌

HMM 컨테이너선. [사진 HMM]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KDB산업은행(산업은행)이 국내 최대 해운업체 HMM의 매각 작업을 본격화한 가운데 HMM이 새 주인 찾기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산업은행이 그동안 실적 부진과 자금난에 허덕이던 쌍용자동차‧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성공하면서 사실상 마지막 남은 매물이 HMM으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초기부터 산은이 보유해온 기업들의 민영화 추진을 강조했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HMM 경영권 매각 관련 자문단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증권(매각자문), 삼일회계법인(회계자문), 법무법인 광장(법무자문)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산업은행은 HMM의 지분 20.7%를 가진 최대 주주다. 해진공은 HMM 2대 주주로 19.6%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두 기관은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된 자문회사들과 협상 및 계약 체결이 완료되면 HMM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자문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착수할 예정” 이라고 했다. 

HMM은 2013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채권은행 자율협약, 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 공동관리 등의 정상화 작업을 통해 정상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영업손실에 허덕이던 HMM은 2020년 980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이듬해 영업이익은 7조3775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HMM의 2022년 매출액은 18조5827억원, 영업이익은 9조9515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냈다. 부채 비율도 2021년 72.6%에서 지난해 말 기준 2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HMM이 덩치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흑자 전환 이후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히지만, 인수자가 안아야 할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HMM의 주가는 현재 2만원 수준, 시가총액으로 계산하면 약 10조원에 육박한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이 40%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가격은 약 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통상 인수‧합병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은 20~30%가량 가치가 매겨지는데, 이를 고려하면 HMM 매각가는 5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의 영구채도 이번 매각 작업의 성패를 가를 주요한 변수로 거론된다. HMM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산업은행과 해진공에 6차례에 걸쳐 총 2조6800억원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산은과 해진공은 영구채를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율은 72%까지 올라갈 수 있다.

HMM 인수를 염두에 둔 기업의 경우 영구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만약 영구채의 주식 전환 이후 지분을 사들이면 HMM의 몸값은 4조원을 훌쩍 넘어 7조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렇다고 영구채를 그대로 남겨둔채 현재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지분만 인수하면 추후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하게 될 수 있는 HMM의 지분(32%)이 껄끄럽게 느껴질 수 있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영향력 있는 2대주주로 남게 되는 셈인데, 이 지분의 향배에 따라 경영권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해상운임이 하락하는 것도 HMM에는 좋지 않은 현상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선박 신규 공급이 늘고 각국 정부는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해운 업계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해운 운임의 대표 지수로 평가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월 17일 기준 909.72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7일 기준 SCFI가 5109.60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운임지수가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 및 산업은행 부산이전, 시민 대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해상운임 하락, 올해 실적부진 전망도

SCFI는 2020년 5월 29일 920.38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1월 정점을 찍기까지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HMM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2021~2022년에 걸쳐 16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던 힘도 여기서 나왔다. 그런데 운임 가격이 내려가면 HMM의 실적이 다시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할 수밖에 없다.

실제 주식시장에서는 올해 HMM의 실적 부진에 대한 예상이 나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HMM의 매출액은 8조1586억원, 영업이익은 1629억원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56.1%, 영업이익은 98.4% 줄어든 수준이다. 1분기 영업이익이 4501억원을 기록하겠지만, 이르면 2분기부터 적자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양지환 연구원은 “HMM의 민영화를 위해 영구채 처리방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영구채 문제 해결 없이 원매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양 연구원 생각이다.

다만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많아 이를 활용하면 구매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HMM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이익잉여금이 10조5000억원 수준이고 15조원에 달하는 현금‧현금성 자산이 있다”며 “실질적인 인수 대금 규모는 2조~3조원 수준으로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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