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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의 위대한 유산과 ‘유일한 정신’ [신경수의 조직문화]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오너 상속세 문제 얽혀있어
경영자 유산이 조직문화에도 영향…가치경영 선보여야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진행한 뒤 회장직에서 전격 사퇴하고 있는 모습. [사진 김연서 기자]

[신경수 SGI지속성장연구소장] 우리나라에서 큰 기업을 경영하는 오너 경영자들의 공통된 고민 중 하나는 ‘증여세 혹은 상속세’(상속세)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에 발생한 모 증권사와 연관된 주가 폭락 사태 역시 그 이면에는 상속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소위 말하는 재벌가의 상속세와 관련해 가장 고민이 되는 지점은 자신이 보유한 재산의 50%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부분일 것이다. 평생 고생해서 일군 재산의 절반 이상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는 것에 흔쾌히 동의할 부자는 매우 드물다. 상속세가 아닌 다른 종류의 세금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온갖 꼼수를 동원해서라도 세금을 다소나마 줄여보려는 방안을 찾는 것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 아마 이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든 부자들이 자식에 대한 상속세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당하고 떳떳하게 세금을 낼 뿐 아니라 위대한 유산을 남기는 오너 경영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표 사례로 우리나라에서는 유한양행을 창업한 유일한(1895~1971) 박사가 가장 먼저 꼽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일한 박사에게 있어 기업은 부를 자식들에게 되물려 주는 창구가 아닌 나눔을 위한 수단이었다는 증거들은 쉽게 발견된다.

“정성껏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봉사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인재를 양성해 사회에 배출한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첫째 기업을 키워 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둘째 성실하게 세금을 내며, 셋째 남은 것은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한다.” 

위 내용은 유일한 박사의 평소 생활 철학이 무엇인지를 고스란히 잘 보여준다. 하지만 많은 경영자들이 자신이 가진 경영 철학을 실천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유일한 박사는 평소 자신이 가진 철학을 마지막까지 실천했기에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경영자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무엇보다 유 박사는 자신이 보유한 기업 주식 40%를 각종 공익재단에 기증하는 등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지난 1971년에 76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 그가 남긴 유언장은 우리 국민 모두를 감동시킨 우리 시대의 가장 값진 ‘위대한 유산’이 되었다. 유일한 박사가 별세한 이후 한 달 후 공개된 유언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의 재산이 사회를 위해 쓰여지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당부하는 바이다. 
첫째, 손녀 유일링에게는 학자금으로 1만 달러를 준다. 
둘째, 딸 유재라에게는 땅 5000평을 준다. 그 땅을 유한동산으로 꾸며 울타리 치지 말고 유한학교 학생들이 마음대로 드나들게 하라. 
셋째, 내 소유 주식은 전부 사회에 기증한다. 
넷째, 아내 호미리는 재라가 노후를 잘 돌보아주기 바란다. 
다섯째, 아들 유일선은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는 스스로 자립해서 살아가라.”

국내 최초의 모범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확립했다고 평가받는 유안양행 창업자, 유일한 박사. [사진 유한양행]

창업자의 정신은 구성원들의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자부심은 고객에게 전달되는 제품에 그대로 스며들 수밖에 없다. 실제 유한양행과 유한킴벌리의 매출, 영업이익은 수십 년간 업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가 열 손가락 안에 매년 꼽힌다. 그만큼 유일한 박사가 남긴 유산은 지금 이 시대에도 울림이 크다는 얘기다.

물론 모든 기업인들이 유일한 박사처럼 위대한 유산을 남길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상속세 등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꼼수는 점점 진화할 것이다. 문제는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주가조작과 같은 문제가 터졌을 때 해당 기업의 경영자뿐 아니라 그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많은 직원들도 알게 모르게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회사와 나는 별개라고 주장을 할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해당 기업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사고는 경영자가 쳤는데, 부끄러움의 몫은 직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 그동안 쌓아온 회사에 대한 신뢰도와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게 된다. 잃어버린 신뢰도를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주변을 살펴보면 오너 리스크로 인해 구성원들에게 마음의 큰 짐이 되는 기업가도 있지만, 유일한 박사처럼 위대한 유산을 남겨 오랫동안 조직원들의 로열티를 끌어 올려주는 경영자도 분명 존재한다. 창업자를 비롯해 오너 경영자가 어떤 유산을 남기는지에 따라 해당 기업의 조직문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중요한 것은 오너 경영자가 남긴 위대한 유산은 보이는 물건이나 상품은 아니지만 그 가치는 값으로 매기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가치경영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특정 기업의 가치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가장 주인공은 오너 경영자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오너 경영자가 어떤 유산을 남기는지에 큰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위대한 유산을 남기는 경영자가 더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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