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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보험, ‘자기부담금’ 20% 신설되나[보험톡톡]

부담금 20% 신설 거론, “지침 없었다”는 손보사
도덕적 해이 때문?...향후 추진 가능성 ‘충분’

지난 2020년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규제가 강화되며 운전자보험 판매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운전자보험 ‘자기부담금 신설’ 가능성이 거론되며 보험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진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보험사별 운전자보험 판매경쟁 과열로 인한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자기부담금 신설로 이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2억 받아도 4000만원 내야...보험 맞아?

1일 보험업계에서는 올 7월부터 운전자보험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변호사선임비용 담보에 ‘자기부담금 20% 적용 제도 신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운전자보험은 상해로 인한 사망 및 각종 자동차 사고와 관련된 비용손해 등을 보장받는 상품이다. 자동차보험이 차량 손해와 관련된 상품이라면 운전자보험은 운전자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의무보험이 아니다. 

운전자보험의 여러 보장 중 3대 핵심보장은 ▲운전자 벌금(대인·대물) ▲교통사고처리지원금(교사처) ▲변호사선임비용이다. 교사처는 운전자가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인도침범 등 12개 중과실 사고를 냈거나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등에서 부담해야 할 형사합의금을 지원해주는 담보다. 교사처 보장금액은 과거 1000만~3000만원 수준이었지만 보험사 판매경쟁이 과열되며 최근에는 2억원까지 상승했다. 

변호사선임비용은 운전자가 사고를 낸 후 분쟁이 소송으로 커졌을 때 법률비용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보장을 말한다. 과거에는 구속, 기소, 약식기소 후 재판회부 정식재판청구가 진행될 때에만 변호사선임비용을 보장했지만 최근에는 손보사들이 약식기소나 불기소 단계는 물론, 경찰조사(불송치) 단계까지도 보장하고 있다.

만약 자기부담금 20% 제도가 신설될 경우 운전자보험 가입자는 교사처로 최대 2억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아도 4000만원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자기부담금 비중이 적지 않아 가입자 입장에서는 운전자보험 가입 효과를 느끼지 못할 수밖에 없다.

손보사들은 운전자보험 ‘7월 자기부담금 20% 신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현업 부처에 문의했지만 당국으로부터 운전자보험 제도 관련 어떠한 지침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7월부터 제도가 시행되려면 이미 손보사들이 당국으로부터 지침을 받아 지금쯤 상품 개정이 진행되고 있어야 하지만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며 “7월 시행은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과 보험사간 운전자보험 관련 논의가 올 상반기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이때 구체적으로 자기부담금 신설 관련 논의가 진행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운전자보험, ‘실손’처럼 되나
[사진 연합뉴스]

운전자보험은 연간 200만건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하다 지난 2020년(민식이법 시행), 500만건, 2021년 400만건, 2022년 490만건 판매고를 올렸다. 단일 보험상품이 이 정도의 판매고를 올리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 같은 판매량은 2000만명이 넘는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이 모두 잠재적인 운전자보험 수요자다보니 보험사들이 적극적인 판매 마케팅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운전자보험은 효자 상품이다. 손해율이 60~70% 수준이고 보험료가 1만~3만원대로 적당해 부담없이 가입을 권유하기 좋다. 설계사들 입장에서는 민식이법, 도로교통법 등 법적 제도 변경 등의 이슈를 활용하면 영업도 수월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손보사들의 운전자보험 판매경쟁 과열을 우려해왔다. 지난 2월에도 금융감독원은 운전자보험 판매량이 급증하자 ‘의무가입 상품이 아니라’라는 내용의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최근 운전자보험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해당 상품의 ‘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보험에서 보장하는 형사합의금이 2억원으로 상향돼 피해자가 요구하는 합의금액도 높아질 수 있다. 운전자보험 가입을 이유로 피해자가 보장 한도금액 선까지 합의금을 요구하는 식이다. 병원에서 실손보험에서 진료비를 보장해준다는 이유로 고가의 의료쇼핑을 권하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자기부담금 신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과 보험사간 운전자보험 자기부담금 신설에 대해 어느정도 논의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7월 시행이 아니라더라도 향후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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