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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전통시장’ 되살린 대형마트…뜻밖의 비결 봤더니

[마트·전통시장 ‘공존법칙’] ②
체험형 콘텐츠·시장 내 환경 개선·실질적 혜택 제공
“전통시장·대형마트, 다변화 시장 적응력 키워야”

강원 강릉시 중앙시장에 많은 관광객이 찾아 북적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이마트 노브랜드의 ‘상생스토어’가 주목받고 있다. 지역경제와 상생하는 협력 모델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상생스토어는 판매하는 상품과 소비자층이 서로 다른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힘을 합쳐 지역 상권을 부활시키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상생스토어는 단순히 전통시장의 물건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편의시설, 이벤트 등을 선보여 소비자들이 다시금 전통시장을 찾게 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이마트의 이같은 행보에 유통업계는 잇따라 전통시장과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택하며 상생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경쟁관계로 여겨졌던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새로운 협력을 통해 상생 파트너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이다.

상생 선순환 모델…침체된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 톡톡

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대형마트는 저마다 전통시장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해 젊은 고객의 유입을 이끌고 있다. 2018년 4월 오픈한 이마트 경동시장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동대문구의 도움으로 약 2000권의 책을 기증받아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또 어린 자녀가 있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신세계 이마트 어린이 희망놀이터도 운영 중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상생스토어가 들어선 2층 상인들의 매출이 평균적으로 20%가량 증가했으며, 놀이터 옆 위치한 미용실은 월 매출이 50% 증가했다. 삼척 중앙시장 상생스토어도 젊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라운지와 키즈라이브러리 등을 마련했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한 것은 물론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기반시설 확충으로 2030세대의 젊은 부모 고객들이 시장 방문이 증가하는 효과를 낳았다. 

최근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5호점이 위치한 경동시장에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한 스타벅스 ‘경동1960점’이 들어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인기 명소가 됐다. 레트로 콘셉트의 스타벅스 경동1960점을 체험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젊은 세대가 많아진 것이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사진 스타벅스 코리아]

노후 시설 보수 및 시장 안내 부스를 운영하는 등 시장 내 쇼핑 환경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전통시장이 노후되고, 비위생적이라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다. 

롯데마트는 2014년부터 ‘1점 1전통시장’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1개의 점포에서 1개의 전통시장과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점포 휴무일 전통시장 이용을 독려하는 공동 마케팅과 시장 내 노후 시설 보수 및 컨설팅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시장 안내 부스 운영과 함께 시장 방문 고객에게 ‘친환경 장바구니’ 증정 이벤트 등을 진행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안전한 전통시장 만들기를 목표로 지난달 11일 대구 서구 신평리시장에서 ‘전통시장 화재 예방을 위한 소화기 전달식’을 진행했다. 소화기 120개를 대구 관내 전통시장에 전달하고 안전한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10일 대구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대구목련시장에서 롯데중앙연구소 안전센터 관계자들과 위생 안전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지역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에도 나섰다. 마트들은 전통시장 전용 매장을 구성하고, 입점 수수료를 완화하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전통시장 제품 판로 확대 지원에 나섰다. 홈플러스 남대구점에 봉덕신시장 떡집 제품을 판매하는 전용 매장을 구성, 입점 수수료를 완화해 지역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줬다. 또 지난해 7월에는 경북 영주시와 ‘우수 농∙축∙특산물 판로 확대 및 직거래 활성화’ 업무 협약을 체결해 홈플러스 칠곡점 등 전국 10개 매장에 농∙특산물 전용 상설매장 ‘The 영주’를 개설해 지원하고 있다.

이마트는 인근 전통시장과 협력해 각 시장마다 특성에 맞는 마케팅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마트 대구 만촌점은 지난 3월, 기존 이마트 행사를 소개하기 위해 발행해 온 전단에 대구 동구시장을 알리는 내용을 싣고 매장에 비치했다. 

상생 전략,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마트 노브랜드 경동시장 상생스토어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은 필수적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그 상생 효과는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한국 유통학회가 2020년 조사한 ‘노브랜드가 주변 점포 및 전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전통시장인 여주한글시장, 당진어시장, 안성맞춤시장의 매출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입점 후 모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생 스토어 출점 전과 1년, 2년차 매출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여주한글시장은 출점 1년차에 17.8%, 2년차에 20.2%매출이 상승했으며, 당진어시장은 1년차에 23.3%, 2년차에는 46.6%, 안성맞춤시장은 1년차에 91.2%, 2년차에는 321.4% 상승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생은 필수”라며 “전통시장 활성화 및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가 있어 ‘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상황이 여의치는 않지만, 지자체와 전통시장, 대기업이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진정한 의미의 상생을 실현해 낼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에 살아남을 수 있는 공존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권과 소비자도 변하고 온라인 채널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는 다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살아남을 수 있는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상호간에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서로 돕고, 새롭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정보도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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