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대신 매각으로 선회?”…SK스퀘어, 적자 11번가 큐텐에 팔까
큐텐, SK스퀘어 접촉…11번가 인수설 솔솔
11번가 5년 내 IPO 조건…상장 기한 임박
기업가치 저평가에 3년 연속 적자 상황
인수 성사시 이커머스 생태계 지각변동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SK스퀘어(402340)가 11번가의 엑시트 전략을 기업공개(IPO)가 아닌 매각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IPO가 무산됐던 SK쉴더스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을 택하고 투자 성과를 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티몬·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를 보유한 큐텐이 11번가 인수 의향을 밝혔다고 알려졌다.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하면 네이버와 쿠팡의 대항마로 떠올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큰 변동이 예측된다. 거래가 성사되면 11번가와 큐텐 양사는 지분을 교환하는 주식 스와프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예고된 11번가의 상장 기한은 임박한 상태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에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H&Q 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5년 내 IPO를 약속했다. IPO에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금에 8%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 조건대로라면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이뤄져야 하는데 상반기 내 청구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서 연내 상장이 아닌 다른 방안을 택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커졌다.
11번가가 IPO 기한을 연장하고자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증시가 얼어붙어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IPO를 예고했던 컬리도 상장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프리IPO에서 4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현재 몸값은 8000억원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8년 투자를 받을 당시 11번가의 기업가치는 2조7000억원으로 평가됐지만 현재는 1조원 안팎으로 몸값이 거론되고 있다. 큐텐도 11번가의 기업가치를 1조원 대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3년 연속 이어진 11번가의 적자 행진도 상장 여부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소다.
11번가의 모회사 SK스퀘어는 최근 IPO가 무산된 또 다른 자회사 SK쉴더스의 몸값을 키워 성공적으로 매각한 바 있어 11번가 매각설에 무게가 더해진다. 지난해 5월 상장을 시도했다가 철회한 보안 전문업체 SK쉴더스는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인 발렌베리그룹 산하 PEF인 EQT인프라스트럭처에 2조원에 매각됐다. SK스퀘어는 SK쉴더스 인수 당시 3조원 대의 기업가치를 매각 과정에서 5조원으로 인정받는 등 투자 성과를 냈다. 여기에 매각을 통해 약 8646억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신규 확보해 빅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1번가의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자 지난 2월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의 발언도 주목을 받는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3) 기자간담회에서 박 부회장은 “재무적투자자(FI)와 약속한 시간에 엑시트를 해야 하는데 11번가도 마찬가지”라며 “11번가도 똑같이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IPO가 아닌 매각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큐텐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11번가를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큐텐이 최근 인수를 거듭해온 만큼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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