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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강국’ 인도에 주목하는 韓 기업…“성장성 매력적”

[‘포스트 차이나’ 인도가 뜬다]③
14억 인구, 평균 연령 28세…풍부한 IT 인재 ‘장점’
세계 서비스 수출 4.4% 차지…삼성SDS·네이버·미래에셋·한컴 등 진출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도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도에 주목하고 있다.

인도 시장의 매력은 ‘높은 성장성’으로 압축된다. 14억 인구의 평균 연령은 28세. 경제 규모가 크고 젊은 국가라 생산·소비 분야에서 성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인도가 신흥국 중 가장 강력한 경제 성장 동력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인도 정부가 발표한 2023-2024 회계연도 연방 예산안이 인프라 개발·소비 촉진·포용적 성장·디지털 기술 개발·녹색에너지 개발에 중점을 둬, 높은 생산성과 성장을 견인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S&P가 제시한 2023년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6%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신흥국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4%인 점을 고려하면, 인도의 성장성이 얼마나 높게 평가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인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 여파를 빠르게 극복하기도 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가 발간한 ‘2023 인도 진출전략’에 따르면 인도의 실질성장률은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마이너스(-) 6.7%였으나, 2021년엔 8.8%를 기록했다.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도 2016년 1598달러에서 꾸준히 성장해 2021년에는 2283달러를 달성했다. 코트라는 인도의 1인당 명목 GDP가 2023년엔 2745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인도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특히 ICT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은행·세계무역기구(WTO)가 공동으로 발표한 ‘개발을 위한 서비스무역’(Trade in services for development)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서비스 수출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4.4%로 추정됐다. 2005년 2.0%에서 영향력이 두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ICT 발전에 따라 인도의 서비스 수출 규모는 이 기간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은행·WTO는 보고서를 통해 “인도는 필리핀과 함께 주요 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BPO) 수출국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BPO는 회사의 핵심 업무를 제외한 과정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방식을 말한다. 높은 수준의 ICT 역량을 지닌 인도 인재를 값싼 인건비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과 교류도 활발하다.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관에 따르면 양국의 무역 규모는 2022년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양국의 무역 규모는 총 278억 달러로, 2021년 237억 달러에서 크게 증가했다. 2022년 한국이 인도에 수출한 금액은 189억 달러다.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했다. 이 기간 한국의 인도 수입 규모는 89억 달러로, 10.5% 올랐다. 인도 무역흑자가 100억 달러를 돌파한 건 5년 만이다.

인도 시장 노리는 韓 IT 기업 증가…투자도 활발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도 이에 따라 활발하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인도에 설립된 한국 신규 법인은 45개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대유행 때 침체했던 현지 투자도 회복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한국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인도 시장에 투자한 금액은 신고액 기준 3억4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최근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대유행 후 인도가 중국 대체 공급망 거점으로 부상했다”며 “인도의 현지 제조업 장려 정책에 따라 전기·자동차·화학 등 제조업 중심으로 한국 기업의 투자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제조업 외에도 식품·섬유·진단키트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네이버·미래에셋은 이 같은 인도 성장성에 일찍이 주목한 기업으로 꼽힌다. 양사는 지난 2017년 6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상호 교환 후 다양한 협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3월 결성한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쓰펀드’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네이버와 미래에셋이 50%씩 공동으로 출자해 2000억원 규모로 시작, 현재 조 단위 금액을 운영하는 펀드로 성장했다. 해당 펀드는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고 있다.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쓰펀드는 그랩에 1억5000만 달러 투자를 시작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인도 시장에 특히 집중하는 모습이다. ▲빅바스켓(2019년·이커머스) ▲섀도팍스(2019년·물류) ▲조마토(2020년·배달) ▲크레디트비(2021년·핀테크) ▲트렐(2021년·동영상 플랫폼) ▲셰어챗(2021년·SNS) 등 다양한 인도 스타트업에 베팅했다.

이 중에서 ‘인도판 배달의민족’으로 불리는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조마토가 인도 증시에 상장한 바 있다. 또 ‘인도판 마켓컬리’로 알려진 빅바스켓은 인도 대기업인 타타그룹에 2021년 인수됐다. 빅바스켓은 2년 내 인도 증시에 상장이 예상된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쓰펀드 자금의 약 30%가 인도 시장에 투자되고 있다”며 “유망 분야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에 주목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시장에서 직접 발을 들이는 ICT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삼성SDS는 자사 블록체인 플랫폼을 확장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인도 기업 ‘테크 마힌드라’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바 있다. 또 인도에 리전(Region·독립적이고 지리적으로 격리된 서버의 물리적 위치. 통상 여러 데이터센터의 묶음을 뜻함)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사업의 외연도 확장하고 있다. IT 역량을 통해 고도화한 디지털 물류 플랫폼 ‘첼로스퀘어’도 연내 인도·말레이시아 등에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구일 삼성SDS 물류사업부장(부사장)은 지난 5월 18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첼로스퀘어(Cello Square)의 진출 예정 국가 중 하나로 인도를 소개했다. [사진 삼성SDS]

한글과컴퓨터(한컴)는 2016년 인도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한 뒤 다양한 현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도 기업 ‘HCL테크놀로지’와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하고, 현지 사업 확장은 물론 인재 육성·소프트웨어(SW) 고도화 등을 진행 중이다. 국내 스타트업 ‘살랑코리아’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한 뒤 ‘한국어 교육사업’의 인도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한컴은 인도 기업용 이메일 서비스 기업 ‘레디프’와 계약을 맺고 자사 문서 솔루션인 ‘웹오피스’와 ‘모바일오피스’를 2년간 현지에 공급한 바 있다.

스타트업 중에선 리메세코스메틱이 인도 시장에 진출한 기업으로 꼽힌다. 인도에서 K-뷰티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주목, IT 플랫폼을 통해 국내 화장품을 인도에 수출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재 인도로 수출되는 한국 화장품의 15% 정도가 이 기업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사격도 이어진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4일(현지시간) ‘경기도 기업의 기술 협력과 수출 지원’을 목적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한국·인도 수교 50주년 기념해 이뤄졌다. 김 도지사는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장관과 인도 상공부 장관을 차례로 만나 실무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바이쉬나우(Ashwini Vaishnaw)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장관은 즉석에서 이를 수락했다. 협의체는 ▲인도 정부 ▲경기도 ▲국내 대기업 ▲반도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형태로 꾸려질 전망이다. 김 도지사는 “IT 등 우수한 인도 인력이 경기도 기업과 함께한다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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