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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신약 ‘레켐비’ 정식 승인…삼성바이오로직스 CMO 수주할까

가속 승인 후 반년만…보험 적용 범위 확대 기대
상업 생산 앞둔 만큼 CMO 업체 선정 시장 촉각
존 림 대표 “알츠하이머병 신약 수주 기회 올 것”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6일(현지시각)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를 정식 승인하면서 이 약물을 생산할 위탁생산(CMO) 업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미국에서 정식으로 승인됐다. 올해 초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된 지 반년만이다. 레켐비의 국내 입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개발사인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이 약물의 허가를 신청한 가운데, 연내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6일(현지시각)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를 완전히 승인(full approval)했다. 앞서 FDA는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월 레켐비를 가속 승인한 바 있다. 임상 결과가 좋은 만큼 최종 승인 결정이 날 가능성은 컸다. FDA 자문위원회도 지난 6월 이 약물의 승인을 만장일치로 권고하면서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탄생에 힘을 실었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단백질이 플라크 형태로 뇌에 쌓이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레켐비의 성분인 레카네맙은 플라크를 제거해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아밀로이드 베타 프로토피브릴’ 항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1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3상에서 레켐비를 투여한 임상 참여자는 질병의 진행 속도가 가짜약(위약)을 투여한 사람들보다 27%가량 낮았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의 테레사 부라키오 신경과학 부문 사무국장은 레켐비가 미국에서 정식으로 승인된 데 대해 “여러 연구를 통해 레켐비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번 허가는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실제 치료 효과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보험 업체들도 레켐비에 대한 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CNN 등에 따르면 미국 보험청(CMS)은 이날 레켐비의 보험 적용 범위를 넓혀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100만명가량의 환자들이 레켐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켐비는 가속 승인을 받긴 했으나, 그동안 미국 보험청의 결정으로 인해 보험 적용 범위가 제한됐고 많은 환자에게 레켐비를 처방할 수 없었다. 레켐비의 연간 처방 비용도 2만6500달러(약 3500만원)에 달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승인, 삼바에도 기회”

레켐비의 정식 승인 소식에 국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가 여러 차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치료제 등 혁신 신약을 생산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빨라지는 만큼 의약품 시장에서도 관련 치료제가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서 “유럽 등에서 뇌전증과 알츠하이머병 신약이 나온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수주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레켐비는 이번에 정식으로 승인된 만큼 상업 생산을 앞두고 있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일본과 중국, 캐나다, 영국 등에도 레켐비를 승인 신청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레켐비를 상업 생산한다면 해당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CMO 업체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레켐비의 임상 물질을 생산해 온 업체와 관련한 CMO 기업이 수주를 맡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실제 레켐비를 위탁생산(CMO)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레켐비의 개발사 중 한 곳인 바이오젠과 10여 년 동안 협력해 왔다. 이 회사가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설립한 기업이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 지분을 모두 사들이며 합작 관계가 마무리됐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레켐비의 생산 물량을 수주할 것이란 기대는 여전하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좋은 트랙 레코드를 보유한 데다, 생산 능력은 현재 60만4000만ℓ로 세계 1위”라며 “29개 기업과 44개 제품에 대한 계약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품종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글로벌 기업이 생산을 맡기엔 효율이 높지 않아 위탁을 결정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런 다품종 바이오시밀러 생산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비롯한 신약 출시로 또 다른 수주가 기대된다”고 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레켐비가 정식으로 승인되면 이 약물의 보험 급여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며 “잘 팔리는 신약이 등장할수록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확장되기 마련”이라고 했다. 또한 “최근 미국 내 휴미라 시장도 열린 만큼 바이오의약품의 접근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업황이 더 호조를 보일 것이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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