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줄줄이 올리더니…‘가성비’에 입지 좁아진 대형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 한판에 4만원 육박…가격·배달비 2~3차례 줄인상
피자헛·도미노피자·미스터피자, 대형 프랜차이즈 ‘적자전환’
가성비 내세운 1만원대 피자 각광...외식 프랜차이즈 출사표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저가 프랜차이즈 피자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피자헛·도미노피자 등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고물가에 가격을 잇따라 올리면서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은 데 이어 배달 수요 급감, 높아진 원가 부담까지 그야말로 ‘삼중고’에 신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까지 잇따라 저가 피자 시장에 출사표를 내던지며, 피자 시장 선점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국내 프랜차이즈 피자 시장 하향세...적자 전환 속출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 업체들이 잇따라 적자로 돌아서며 사면초가 위기에 몰렸다. 한국피자헛은 지난해 영업손실 2억5600만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피자알볼로를 운영하는 알볼로에프앤씨 역시 지난해 매출이 422억원으로 10.1% 감소했고, 영업손실 12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는 적자는 면했지만 영업이익이 159억원에서 지난해 11억원으로 93% 급감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적자로 돌아섰다.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는 매출이 7.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59억원에서 11억원으로 93% 급감했다.
피자 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쪼그라든 시장 규모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기 시작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피자 시장 규모는 계속해서 하향세다. 2017년 2조원을 기록한 뒤 2020년 1조5000억원 규모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1조2000억원 규모로 떨어졌다.
위기에 빠진 피자 업체들이 빼 든 카드는 가격 인상이다.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1월과 8월 두차례에 걸쳐 약 1000원 올렸고 올해 2월부터 5만원 이하 배달 주문 시 배달료를 2000원씩 받기로 했다. 피자헛·파파존스도 한 차례씩 가격을 올렸다. 미스터피자는 올해 2월 피자를 비롯한 전체 메뉴 가격을 4~5%가량 올렸다.
피자헛은 지난달 28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추가 가격인상 통보를 공지한 바 있다. 가격 조정 내역은 프리미엄 메뉴, 사이드 메뉴 일부다. 라지 사이즈는 1000원씩, 미디움 사이즈는 600원씩 각각 올랐다. 한국파파존스는 올 3월 피자를 제외한 사이드 메뉴 가격을 최대 18% 올리고, 배달료를 1000원 인상했다. 앞서 지난해 2월 일부 피자 제품 가격을 평균 6.7% 올린 바 있다. 2014년 이후 8년 만의 가격 인상이다.
피자 한 판에 4만원 시대, 1만원대로 新시장 공략
이 같은 가격 인상은 소비자 외면의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그간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여러 차례 인상하면서 일부 피자 업체의 경우 라지 사이즈 피자 한 판이 배달비까지 포함해 4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 틈을 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성비를 앞세운 피자 시장을 공략하고 나서면서 소비자 발길이 저렴한 피자에 꽂히고 있다.
가성비 피자 시장 공략에 나선 업체들은 피자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올해 사업을 본격화 하겠다는 복안이다. 맘스터치, 더본코리아는 각각 ‘맘스피자’, ‘빽보이피자’ 의 가맹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 업체들의 피자 가격은 모두 1만원 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피자헤븐’ 인수에 이어 이번 맘스피자 가맹사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피자사업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 전국 주요 상권에서 총 약 80여 개의 피자 매장을 운영 중인 맘스터치는 2024년까지 전체 200여개의 피자 매장 달성을 목표로 피자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경쟁력 확대에 나선다.
무엇보다 ‘가성비와 맛’ 전략을 이어간다. 맘스피자는 11인치 단일 사이즈로 메뉴를 구성한다. 바삭한 뉴욕 스타일 숙성 도우에 한국식 식재료를 토핑으로 올린다는 전략이다. 가격은 한판에 1만4900원~1만7900원 대다. 피자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추후 모든 피자 사업을 맘스피자 중심으로 전개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기존 피자헤븐도 맘스피자로 전환할 예정이다.
더본코리아의 외식 브랜드 ‘빽보이 피자’는 지난해 5월 말 가맹 1호점 오픈 이후 1년 사이 폭발적인 성장으로 지난 5월에 150호점을 돌파했으며, 연내 200호점 이상 출점을 전망하고 있다. 1만원대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피자 한판을 앞세운 것이 시장에서 통했다는 평이다.
신세계푸드도 노브랜드 피자의 가맹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노브랜드 피자를 론칭하고 테스트 매장으로 대치점을 오픈했다. 노브랜드 피자는 아메리칸 빈티지 콘셉트로 글로벌 피자 브랜드 대비 가격이 약 20% 저렴한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가맹점주 모집을 위한 가맹사업 정보공개서 등록을 완료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현재 노브랜드 피자 매장의 경우 직영점으로 한해서 운영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가맹사업 관련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외식프랜차이즈들이 잇따라 피자 가맹 사업에 본격 진출하면서 국내 피자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고물가 시대를 맞아 가성비를 내세운 피자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업체들의 진입으로 시장 파이가 확대되는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자에 대한 수요가 빅브랜드 중심에서 중소형 브랜드와 간편식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이라며 “1인 가구의 증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낮은 선호 등 달라진 환경을 고려할 때 가성비 좋은 신규 피자업체들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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