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도 가세, CJ올리브영 ‘독점거래 의혹’ 재점화…주요 쟁점은
햇반에서 뷰티…쿠팡 vs CJ 싸움 확전되나
관건은 'H&B 시장 지배적 사업자'…공정위 판단은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헬스앤뷰티(H&B) 시장 강자로 통하는 CJ올리브영의 ‘독점거래 의혹’이 재점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리브영의 독점거래 의혹을 조사 중인 가운데, 쿠팡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신고하면서다. 대규모유통업법 13조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는 부당하게 납품업자등에게 배타적 거래를 하도록 하거나 납품업자 등이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관전 포인트는 쿠팡의 이번 신고가 올리브영에 대한 공정위의 기존 조사에 변수로 작용하느냐다. 올리브영을 H&B 분야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판단인 만큼, 현재 시점에서 쿠팡의 이 같은 움직임이 민감한 요인으로 작용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쿠팡vs올리브영, '납품업체 갑질' 여부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4일 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쿠팡 측은 “올리브영이 쿠팡에 납품을 막기 위해 중소 온라인 화장품 업체를 대상으로 ‘갑질’을 해왔다”며 올리브영이 납품업자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올리브영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80%가 국내 중소 납품업체에서 수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CJ올리브영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CJ올리브영 측은 “CJ올리브영은 쿠팡을 포함, 어떤 유통 채널에도 협력사의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공정위 신고가 접수된 만큼 공정위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2021년 4월부터 올리브영이 GS리테일의 ‘랄라블라’와 롯데쇼핑의 ‘롭스’ 등 경쟁업체에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불공정 거래를 강요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내달 중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것이 유력시된다.
조사의 핵심은 올리브영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것인지다. 공정거래법상 같은 갑질 행위라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는 더 무거운 제재를 가한다. 다만 올리브영 측은 화장품 유통채널은 온·오프라인 등 다양하게 존재하고 단순히 H&B로 시장을 획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자신들이 ‘시장지배자’가 아닌 ‘경쟁업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은 71.3%에 달한다. 그러나 시장 영역을 온라인으로까지 확대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온·오프라인을 합쳤을 때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 지배적 지위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올리브영, H&B 시장 지배적 사업자냐 vs 아니냐
과징금 문제도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인정되면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올리브영의 경우 지난해 매출(2조 7800억원)의 6%를 계산하면 1600억원이 넘는다. 반면 시장 지배적 지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최대 5억원의 과징금에 그치게 된다.
일각에선 이번 저격은 쿠팡의 ‘뷰티 사업’ 확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은 이달 출범한 ‘로켓럭셔리’ 전문관을 론칭했고, 메이크업 브랜드 바닐라코와 함께 만든 단독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뷰티 제품은 구매 주기가 빠른 데다 일반 신선식품 등보다 단가가 높아 마진이 높다.
올리브영은 2021년부터 당일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을 선보이고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올 1분기 기준 온라인 판매 비중은 약 30%에 이르게 됐다. 여기에 최근엔 사업 목적에 통신판매목적업을 추가해 쿠팡, 네이버처럼 오픈마켓 사업까지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직접적인 경쟁자가 아니었던 쿠팡이 공정위 신고라는 강수를 두며 올리브영 견제에 나선 것이다.
계속된 햇반 갈등 속, 쿠팡-CJ 갈등 확전 가능성
쿠팡과 CJ그룹 사이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납품가 갈등을 이어오다 최근 전면전을 시작한 제일제당과의 싸움을 CJ그룹 차원으로 확대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제일제당은 컬리와 손잡고 ‘햇반-골든퀸쌀밥’을 출시하는 등 ‘반(反)쿠팡 연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에게 그룹을 물려주기 위한 승계 작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핵심 계열사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제당과의 사태에 이어 올리브영를 향한 공정위 신고까지 더해지며 CJ 전체 싸움이라고 보일 수 있다”라며 “하지만 이는 무관해보인다”라고 말했다.
제일제당, 올리브영에 이어 CJ대한통운 저격 가능성도 나온다. 현재 쿠팡은 배송 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를 통해 자체 물류를 해소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쿠팡의 신고가 지난해부터 이어온 납품가 갈등으로 일명 햇반 싸움을 하고 있는 쿠팡과 제일제당에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라며 “쿠팡과 CJ그룹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쿠팡의 공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HD현대, 페루와 방산 협력 확대...잠수함 공동개발 MOU
2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강원도 찾아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3LG엔솔, 美 ‘베어로보틱스’에 배터리 단독 공급
4'성인용품 구경해볼까' 김성령, 출연 결심한 이유는
5더 말보리스트, 드링크 비즈니스 선정 ‘쇼비뇽 블랑 마스터즈’ 금메달 수상
6주가 반등 계기?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에 '갑론을박'
7내부 부진 장기화에 팬데믹 수준 '고용한파'…청년층 '직격'
8‘대세’된 미국 주식…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말한 최고 수혜주는
9강남역 뚫고 인천문학경기장 땅 만든 ‘발파왕’...광산에서 도심 발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