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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알바몬·알바천국, 구직 안 될수록 수익성↑…‘갑질’에 업계 시름

[갑질·담합에 멍든 ‘긱’ 이코노미 시장]①
무료 서비스 줄이고 광고비 일괄 상승…치밀한 ‘담합’
플랫폼인데 편의성 어디에…연결 어려워야 수익성 확대
알바 급한 업종은 ‘무료 공고’ 불가…‘잡보드’가 근본적 문제

알바몬(위)과 알바천국 광고 이미지. [제공 각 사)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그래도 광고주잖아요. 그런데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컴플레인을 걸면 ‘불편하면 이용하지 말라’는 식으로 응대해요. 아주 배짱 장사라니까요.”

최근 기자와 만난 한 물류 기업 직원의 토로다. 그가 일하는 현장은 업종의 특성상 필요한 하루 인력이 채워지지 않으면, 당일 업무를 모두 처리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알바몬·알바천국의 이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양사가 사실상 단기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서다. 그는 “가격 상승을 통보해도, 시스템이 불편해도, 심지어 집행한 광고가 누락되더라도 알바몬·알바천국에 불만을 제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잡코리아 자회사인 ‘알바몬’과 미디어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알바천국’은 국내 긱 경제(Gig Economy·정규직보다 임시 고용이 적합한 시장)를 돌아가게 하는 데 꼭 필요한 ‘연결 서비스’를 양분하고 있다. 구인자와 구직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주는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물류 센터와 같이 일일 구직자가 필수적인 업종에선 ‘없어선 안 될 서비스’인 셈이다. 문제는 양사가 지배적 지위를 구축한 뒤 이를 토대로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양사의 서비스를 구직자 대다수가 이용하는 점을 빌미로 ‘갑질’을 벌이고 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양사는 담합을 통해 가격과 거래조건을 조정한 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 결과, 알바몬·알바천국은 2018년 5월부터 2019년 3월까지 무료 서비스 범위 축소와 유료 서비스의 가격 인상을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료 서비스 축소는 유료 전환을 유도하는 수단이 됐다.

공정위 측은 “알바몬·알바천국이 관련 시장을 복점하는 구조”라며 “1개 사업자가 단독으로 유료 전환을 추진하면, 다른 플랫폼으로 이용자가 이탈할 수 있어 2개 경쟁사가 담합으로 대응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잡코리아와 미디어윌네트웍스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26억7900만원(잠정치)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잡코리아에 15억9200만원이, 미디어월네트웍스엔 10억8700만원이 각각 부과됐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2020년 매출액 기준 알바몬이 64%, 알바천국이 36% 관련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2개 사업자가 단기 아르바이트 연결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양분하는 구조는 현재도 유효하다는 게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치밀한 ‘담합’보다 더 큰 문제는…

알바몬·알바천국의 담합은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전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는 2018년 최저 시급이 8350원으로 전년 대비 ‘역대 최고’ 수준(10.88% 인상) 오르자, 2차례에 걸쳐 유료 서비스 가격 인상 등을 합의했다. 모임은 물론 휴대전화·문자를 통해 거래조건 변경과 가격 인상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양사는 2018년 5월 1차 합의를 통해 무료 서비스 범위를 축소하고 유료 상품의 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또 담합에 따른 이용자 반발을 고려, 도입 시점도 약 일주일간 차이를 두게끔 운영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양사는 이 같은 담합 행위에도 매출 증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2018년 11월 2차 합의를 통해 무료 서비스 범위를 더욱 축소했다. 두 차례에 걸쳐 ▲무료 공고 게재 기간 10일에서 5일로 축소 ▲ID당 무제한으로 지원하던 무료 게재 건수 3건으로 축소 ▲무료 공고 불가 업종 확대 ▲12시간이던 무료 공고 사전 검수 시간 24시간으로 연장 ▲31일이던 유료 공고 게재 기간 14일로 축소 등을 시행했다.

특히 양사 간 차이가 있었던 ‘이력서 열람 서비스’와 ‘알바 제의 문자’ 상품 가격도 건당 440원으로 동일하게 인상했다. 채용 공고 즉시 등록 상품 가격도 기존 7700원에서 8800원으로 약 14% 올렸다. 2차 합의 내용 역시 2019년 1월께 시차를 두고 양사 플랫폼에 도입됐다.

긱 경제에 밀접한 업종에서 종사하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양사의 담합보다 ‘수익 구조’가 본질적 문제라고 짚는다. 구직자와 구인자 간의 연결이 더 복잡하고 불편할수록 수익이 극대화하는 구조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IT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서비스 산업 본질은 ‘편의성 제공’에 따라 이용자를 모집한 뒤, 이를 토대로 수익을 올리는 데 있다”며 “국내 단기 구인·구직 플랫폼은 ‘광고를 집행해야 겨우 연결이 되는’ 이상한 구조를 안착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알바몬·알바천국의 주요 서비스는 실제로 잡보드(Job Board·구인자가 채용 광고를 내고 구직자가 지원하는 방식)에 국한된다. 채용 공고를 나열하는 형태라 ‘구직자의 눈에 띄지 않으면’ 단기 아르바이트 채용이 어려운 식으로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 하루하루 인력 수급이 급한 업종의 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이 “에이전시까지 이용하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광고를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이는 담합을 통한 무료 공고 축소만으로도 광고 유입 효과가 상당했던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알바몬·알바천국은 매출 대다수를 채용 광고에서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종업계(정규직 채용 연결 서비스) 기업은 전체 매출 중 약 65%를 채용 광고에서 올리고 있다. 단기 구인·구직 시장에선 채용 광고의 매출 의존도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심지어 일일 구직자를 통해 사업이 운영되는 특정 업종은 ‘광고를 집행해야’ 채용 공고를 올릴 수 있다. 한 인사 담당자는 “알바몬과 알바천국은 상당히 포괄적인 범위의 직무를 ‘무료 등록 불가 업직종’으로 제한해 놓고 있다”며 “인재파견·아웃소싱·배달대행·택배와 물류·텔레마케팅·학습지 교사 등은 단기 아르바이트가 업무 대부분을 수행하는 업종임에도 유료로만 채용 공고가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무료 공고 불가’ 대상으로 고질적 구직난을 겪고 있는 업종을 선정, 채용 광고 집행을 사실상 강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현재는 무료 서비스 범위가 2019년보다 더욱 줄어 1일 1회 게재만 허용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24시간 심사 후 게재가 가능해 ‘급한 상황’에선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알바몬·알바천국은 광고를 집행하면 공고가 즉시 게재된 후 심사가 이뤄지는 식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공고의 적합성을 심사하는 과정마저도 ‘수익성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알바몬에서 지정한 무료 채용 공고 등록 불가 업직종 목록. [제공 알바몬 홈페이지 캡처]

알바몬·알바천국의 이 같은 행태는 광고 구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양사의 ‘상품’은 구인 공고를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게재하는지에 집중돼 있다. ▲줄글형(특별한 규칙이나 형식이 없는 게시글로 유료의 경우 즉시 등록 후 검수) ▲배너형(첫 화면 혹은 게시판 상단 노출) ▲점프(일정 기간마다 줄글형 공고를 게시판 상단에 위치) ▲강조(공고 제목에 색·반짝임 등의 효과 첨부) 등으로 구성된다. 알바몬·알바천국 모두 ‘연결 서비스 고도화’보단 구직자가 급한 업체의 생리를 이용해 채용 광고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도 ▲이력서 열람 ▲알바 제의 문자 등도 유료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다.

한 물류 기업에서 인사 관련 업무를 약 10년간 담당한 직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정위가 알바몬·알바천국이 담합을 통해 가격 인상을 지적한 시기는 2019년 3월까지인데, 이후로도 연결 서비스의 품질이 점차 낮아졌다”며 “무조건 이용해야 하는 광고 상품의 가격이 체감상 양사 모두 2020년부터 매년 10%씩 인상됐고, 실제 연간 광고비 집행 금액도 그 정도 올랐다. 가격이 올랐음에도 배너형 공고 등의 노출 빈도가 줄어들어 실제 효과는 적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직자가 급한 업종일수록 치열한 광고 경쟁에 놓이도록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 또 ‘불만을 제기할 거면 이용하지 말라’는 식의 태도가 유지되고 있다”며 “오랜 시간 광고를 집행했음에도 인상 금액은 늘 통보식이다. 무엇보다 알바몬·알바천국을 제외하곤 다른 대안 플랫폼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알바몬 주요 상품 목록. [사진 알바몬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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