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우산’ 아래 KB인베 업계 선도…글로벌 확장 잰 걸음
[금융그룹 VC 줌인]③
운용자금 2조원…공고한 금융지주 VC 선두 자리
2500억원 규모 신규 펀드 조성…글로벌 투자 조준
계열사가 출자자로 나서 자금력 조달 비교적 쉬워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투자 혹한기 가운데 비교적 다른 벤처캐피탈(VC)보다 자금 동원이 수월한 금융지주 VC들은 투자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그 중 KB인베스트먼트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KB금융지주와 은행·카드·증권 등 계열사이자 출자자(LP)들의 든든한 우산 아래 업계를 선도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4대 금융지주 VC 중 1위 우뚝
KB인베스트먼트는 국내 4대 금융지주 VC인 우리벤처파트너스(우리금융지주)·신한벤처투자(신한금융지주)·하나벤처스(하나금융지주) 중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990년도 창업중소기업지원을 목적으로 하며 납입자본금 100억원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2008년 KB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운용자금(AUM)만 2조원 수준으로 국내 6위에 이르렀다. 그 역사가 오래된 만큼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올해 상반기는 운용사들에게 투자금을 모으기 힘들었던 시기임에도 KB인베스트먼트는 신규 펀드를 결성하며 2조3000억원이 넘는 AUM을 기록했다. KB인베스트먼트의 운용자산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 1조2189억원에서 3년여만에 1조원 가까이 AUM이 커졌다. 신한벤처투자와 우리벤처파트너스가 KB인베스트먼트의 뒤를 이으며 추격했지만 각 사의 AUM은 1조5000억원, 1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전신은 다올인베스트먼트로, 지난 3월 우리금융이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KB인베스트먼트를 경쟁 상대로 삼은 바 있다. 계열사인 우리은행, 우리PE 자산운용등과 연계해 5년 내 업계 1위를 목표로 했지만 아직까지 운용자금 분야에서 KB인베스트먼트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KB인베스트먼트가 운용 규모를 2조원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던 건 올해 결성한 신규 펀드 때문이다. K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2500억원 규모의 ‘KB 글로벌 플랫폼 펀드 2호’를 결성에 나섰다. 이 펀드에는 KB국민은행·KB증권·KB손해보험·KB국민카드·KB캐피탈 등 KB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약 2000억원을 출자하고 글로벌 전략파트너로서 콜마그룹의 5개 계열사들이 약 500억원을 출자하는 형식으로 조성됐다.
이처럼 KB인베스트먼트가 보인 운용사로서의 행보에선 KB금융 그룹 내 시너지가 눈길을 끈다. 같 은 금융지주 계열사가 LP로 참여하는 방식은 금융지주 VC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지난 2019년 조성 및 운용한 2200억원 규모의 ‘KB 글로벌 플랫폼 펀드 1호’에도 KB의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했다. 당시 해당 펀드로는 동남아판 우버로 유명한 ‘그랩’(Grab)과 인슈어테크 등 동남아 지역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글로벌 투자 정조준…하반기 투자 기대감
이번 2호 펀드의 운용을 맡은 KB인베스트먼트는 해외 바이오 분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지역 스타트업, 미국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해외투자를 공략할 재원을 마련한 KB인베스트먼트는 다가올 하반기에는 해외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스타트업은 물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내 스타트업에도 펀드 운용 재원의 30% 수준을 배정할 예정이다.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내 VC들도 해외투자를 줄인 가운데 해외 투자 채비를 마친 KB인베스트먼트의 행보에 기대가 모인다. 금융투자(IB) 업계에선 KB인베스트먼트의 이번 펀드가 미국 법인의 가동과도 연결돼 있다고 추정한다. 해외 바이오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설립한 해외지사인 미국 법인이 2호 펀드를 이용한 투자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플랫폼 펀드는 김종필 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체제 아래서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KB인베스트먼트에서 가장 오랜 기간 대표직을 맡는 기록을 갱신하고 있기도 하다. 김 대표는 지난 2018년 3월 KB인베스트먼트에 영입된 이후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대표는 1970년생으로 다올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을 거치며 VC 업계에서 심사역으로 탄탄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국내외 경제 위기 속에서 모험자본인 벤처투자가 가장 먼저 위축되면서 위기를 겪었지만 올해도 대규모 펀드 결성에 성공하며 버텨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KB인베스트먼트의 탄탄한 성장세는 올해 상반기 발표된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KB금융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KB인베스트먼트의 당기순이익은 156억원으로 전년 동기 34억원에서 크게 증가했다.
KB인베스트먼트의 이 같은 실적이 부각되는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부터 시작된 벤처·투자 업계 혹한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집행된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 가까이 줄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는 584건, 투자금액은 2조3226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투자건수는 998건에서 584건으로 줄었고 투자금액은 7조3200억원에서 2조3230억원으로 감소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 지주사들의에게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벤처투자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돈줄이 마른 스타트업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며 “비교적 유동성 확보가 쉬워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혹한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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