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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리스크’ 장기화 남양유업…멀어지는 경영정상화

홍원식-한앤코 분쟁 장기화…경영정상화 오리무중
SPA체결 당시 주당 82만원 계약…남양주가 반토막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오너리스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남양유업의 기업가치가 안갯속에 갇혔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 사이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조짐을 보이면서 실적과 주가 모두 곤두박질치는 모양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홍 회장 일가와 한앤코의 주식양도소송의 대법원 정식 심리가 최근 시작됐다. 대법원이 심리불속행기간 도과를 고지하면서 정식 심리에 들어갔다. 

앞서 이 사건은 1심과 2심뿐만 아니라 2021년부터 이어진 세 차례의 가처분 소송에서 홍 회장 측이 모두 패했다. 이에 법조계와 투자업계 등에선 상고심에서도 한앤컴퍼니의 승소를 점쳤던 만큼 이번 대법원 심리결정이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심리불속행은 민사소송에서 특정 사유가 드러나지 않으면 추가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이 기간이 도과했다는 것은 기각 판단을 내리지 않고 계속 심리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홍 회장의 상고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홍 회장과 한앤코의 법적 분쟁은 더 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 경영권은 양측의 극적 합의가 없는 한 1~3년이 소요되는 대법원 결정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문제는 양측의 길고 긴 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도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오너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하면서 회사의 적자 폭은 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20년 767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이 2021년 779억원, 2022년 868억원으로 증가했다. 만약 소송에서 패소하게 된다면 소송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더욱이 남양유업은 최근 몇 년간 불미스러운 구설수에 휘말리며 기업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남양유업은 2013년 물량 밀어내기 등 대리점 갑질사태로 부정적 이미지가 쌓였다. 2019년엔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혐의로 체포되면서 불매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이후 홍 회장 일가는 2021년 4월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선전한 불가리스 사태로 악화된 국민정서는 정점에 이르게 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같은 해 5월 홍 회장은 자신이 가진 지분을 한앤코에 모두 매각하기로 한다. 한앤코가 인수하기로 한 지분은 홍원식 회장의 지분 51.68%를 포함한 오너 일가 지분 53%로, 총 37만 8938주다. 한앤코는 경영권과 함께 이를 매수하면서 남양에게 3107억2916만원을 지불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홍 회장은 한앤코의 계약미이행을 이유로 무효화를 선언한 뒤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홍 회장의 법률대리인 LKB앤파트너스가 밝힌 계약 해제 이유는 한앤코의 부당한 사전 경영간섭, 비밀유지의무 위반, 신뢰 훼손 책임이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한앤컴퍼니 손을 들어 준 가운데, 반전을 노리는 홍 회장의 노력도 계속됐다. 1심은 LKB앤파트너스가 담당했으나 2심부터 법률 대리인을 법무법인 바른으로 바꿨다. 또한 상고장 제출 후엔 홍 회장 측 인사가 제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원서가 수십 차례 대법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번 대법원 정식 심리 시작으로 홍 회장 측은 한 숨을 돌리게 된 셈이다. 

업계에선 한앤코가 기존 계약대로 남양유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나온다.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되더라도 경영정상화를 통한 주가 회복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한앤코는 2021년 당시 홍 회장과 가족들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를 주당 82만원의 가격에 매입했다. 그러나 3일 기준 남양유업의 주가는 44만7000원이다. 양측이 법적 분쟁이 장기화 되면서 주가는 거의 반토막 수준이 됐다. 이에 주주들도 불만도 커진 상태다. 소송이 빨리 진행되기를 바라는 주주들의 청원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펀드 만기가 보통 10년인 PEF로선 수년씩 걸리는 법정 소송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심리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다시 홍 회장 측과 매각 협상에 나서는 등 한앤코가 인수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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