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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쿠팡 납품, 우리 허락 받아야”…쿠팡, 올리브영-납품업체 ‘독소계약 자료’ 공정위 제출

쿠팡, 올리브영 갑질 정황·증거 담긴 추가 자료 제출
“올리브영, 납품업체·계약서에 쿠팡 등 경쟁사 명시”
‘쿠팡-올리브영’ 조사 속도 붙나...공정위, 불공정 거래행위 집중 점검

쿠팡이 최근 올리브영의 갑질 정황과 증거가 담긴 추가 자료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국내 헬스앤뷰티(H&B) 1위 기업인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납품업체 갑질’로 신고한 쿠팡이 최근 올리브영의 갑질 정황과 증거가 담긴 추가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리브영은 납품업체와 계약서에 상품명과 쿠팡 등 경쟁사를 명시하고 “납품하려면 사전 협의를 받아야 한다”고 적시한 계약서를 포함해 올리브영에 납품해온 업체들이 쿠팡 납품이 가로막힌 정황이 추가 자료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가 다음달 22일까지 국내 유통업체와 납품사 대상으로 유통사가 납품업체가 타 사업자와 거래를 방해하는 불공정 관행을 파악하기로 나서면서 쿠팡과 올리브영 갈등에 대한 조사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열렸다.

올리브영, 쿠팡 등 타 유통사 거래 막은 ‘독소조항’ 계약서 있었나

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쿠팡으로부터 올리브영이 A납품업체의 쿠팡 진출을 막는 증거 자료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코노미스트’ 확인 결과, 쿠팡은 올리브영이 특정 협력사와 상품 계약서에 쿠팡에 마음대로 물건을 납품할 수 없다는 ‘독소조항’이 담긴 계약서 자료를 제출했다.

A 업체가 올리브영 측과 체결한 것으로 보이는 상품공급 계약서의 ‘상품의 납품’ 항목에는 “올리브영과 협력사는 일정 기간 동안 판매 촉진을 위해 타 채널(쿠팡 등) 운영 시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며 특정 상품명과 용량, 경쟁사명을 명시했다. 올리브영이 사실상 자사를 제외한 다른 온·오프라인 채널 거래를 불가 방침으로 묶어둔 것 아니냐는 것이 쿠팡 측의 주장이다. 쿠팡 말고 다른 오프라인 대형업체가 해당 계약서에 명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쿠팡은 올리브영에 납품 중인 뷰티업체들이 경험한 갑질 정황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쿠팡에 상품을 납품하면 “매장 확대 계획을 취소하거나, 이미 입점된 상품도 철수하겠다는 등 올리브영이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한다”는 내용이 담겼거나, 수년째 소비자 선호도 1위를 차지한 베스트셀러 상품의 쿠팡 납품을 하고 싶어도 올리브영 측이 타사 입점시 불이익을 암시하는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헬스앤뷰티(H&B) 1위 기업인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납품업체 갑질’로 신고한 쿠팡이 최근 올리브영의 갑질 정황과 증거가 담긴 추가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쿠팡 ‘와우 멤버십’ 앱 화면. [사진 쿠팡]

CJ올리브영 매장 전경. [사진 CJ올리브영]

이에 공정위가 올리브영이 A업체 제품의 판매를 독점하기 위해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쿠팡 납품을 방해했는지 여부 등을 살펴볼 가능성이 열렸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말 “지난 2019년부터 4년간 뷰티 시장에 진출한 쿠팡을 막기 위해 올리브영이 영세한 화장품 업체의 쿠팡 납품을 금지하거나 거래 불이익을 주면서 막대한 지장과 피해를 초래했다”고 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쿠팡 측은 공정위에 올리브영을 신고하면서 보도참고자료로 “올리브영이 힘없는 중소 납품업자를 상대로 쿠팡 납품과 거래를 막는 ‘갑질’을 지속해왔고, 올리브영의 배타적 거래 강요행위로 업체들이 쿠팡과 거래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올리브영 측은 “납품업체들의 쿠팡 입점을 막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해왔다.

이에 대해 올리브영 측은 “해당 계약서는 올리브영과 협력사 간에 작성된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며 “자사는 거래 계약서에 타 유통사를 명시하지 않으며 현재 진행 중인 조사에서 협력사와의 계약서는 모두 공정위에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중소 뷰티 업체들의 올리브영 굴레…“타 유통채널에서 상품 못찾아”

유통업계에서는 올리브영에 입점했지만 다른 유통채널로 판로를 넓히지 못한 중소업체들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속출했다. 단적으로 CJ올리브영은 올해 초 ‘연 매출 100억원’ 브랜드 38% 늘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연 매출 100억원을 넘긴 브랜드 수는 21개이고, 이 가운데 중소기업은 19개로 올리브영과 협업으로 인지도 등을 높여 매출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사례로 소개된 다수 중소 업체들은 상당수 브랜드 제품들을 올리브영과 일부 오픈마켓에서만 팔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선크림을 파는 B업체는 올리브영과 일부 오픈마켓과 CJ온스타일 등에 입점해 있고, 립스틱·립밤 등 여러 인기 브랜드를 파는 중소 뷰티업체들은 판로가 올리브영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이 브랜드들은 주요 온·오프라인 채널 직매입 유통업체에서 찾기 어렵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직매입 유통업체는 제조사의 물건을 사들여 가격을 직접 설정할 권한을 갖는다”며 “올리브영 입장에서 자체 자사몰과 제조사 자사몰 등을 제외한 다른 유통업체에 해당 뷰티제품이 싼 가격에 팔리면 곤란하기 때문에 쿠팡을 포함한 여러 유통채널 입점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올리브영에서 파는 뷰티 제품을 다른 유통채널에서 찾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대규모유통업법 13조에서는 유통업체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납품업자가 다른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 배타적 거래 강요를 금지하고 있다. 

쿠팡이 올리브영을 신고하면서 공정위 조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올리브영은 현재 오프라인 경쟁업체인 랄라블라, 롭스 등 경쟁 H&B스토어에 상품을 공급하지 않도록 납품업체에 독점 거래 등을 강요한 의혹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에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조항 적용을 검토해 오는 8월~9월 심의를 앞두고 있다.

한편, 공정위는 오는 14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34개 유통브랜드와 7000여개 납품, 입점업체 대상으로 유통 분야 실태 조사를 진행 예정이다. 온라인 업체 간 입점 업체 확보 경쟁 과정에서 ‘배타 조건부 거래 요구’ 행위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쿠팡이 증거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함에 따라 쿠팡과 올리브영 사건을 참고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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