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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장마에 취약한 건설 현장…속 타는 건설업계

[K건설사 여름나기] ① 지구온난화로 여름 고온·집중호우 심화
콘크리트 양생·자재 보관 신경 써야

롯데건설 박현철 부회장(왼쪽 앞에서 두번째)이 지난 3일 경기도 용인 주상복합 건설 현장에서 혹서기 물품을 나눠주며 근로자의 온열질환 예방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롯데건설]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지구온난화로 한반도가 들끓는다. 정부는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엔 4월부터 초여름 더위가 시작됐고 중부지방에 장맛비와 8월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등 이상고온과 이상강수 현상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겨울철에는 늦가을과 초겨울부터 강한 한파가 몰아친 이후 2월까지 강추위가 지속됐다. 

기존에 4계절이 뚜렷했던 한반도 기후가 점차 여름과 겨울 특성이 강화하는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 한마디로 날씨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뜻이다. 

이 같은 기후변화는 철근콘크리트 건축공법(Reinforced Concrete)이 대다수인 국내 건설현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짧은 공기를 맞춰야 하는 국내 현장 여건 상 근로환경이 열악해짐은 물론, 시공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더 신경 써야할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더위 문제와 함께 수해 위험도 도사리는 여름 작업 난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오락가락 국지성 호우, 건설현장 변수 돼


날씨에 따라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콘크리트 양생이다. 콘크리트는 시멘트, 모래, 물 등이 섞인 혼합물로 양생이 제대로 될 경우 건물 하중 등 압력에 강하고, 철근이 배근된 상태에서 타설되면 철근이 부식하지 못하도록 보호한다. 즉 콘크리트 타설 및 양생, 건조 작업은 건축물 품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에 통상 공사비용을 절감하거나 부족한 시멘트 물량을 채우기 위해 일명 ‘물탄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것은 대표적인 부실공사 행위로 꼽힌다. 콘크리트에 필요 이상 물이 섞이면 강도가 약해지고 철근과 결합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이와 유사하게 여름철엔 장마나 태풍으로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물이 섞이는 사례가 많다. 건설현장에선 이를 막기 위해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강수 예보가 있는 날에는 콘크리트 타설 및 레미콘 주문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 공기를 맞추거나 이미 주문한 레미콘 비용 때문에 콘크리트 타설을 진행하는 행위 역시 부실공사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지난달 서울 소재 H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폭우 속 콘크리트 타설이 진행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국지성 호우가 빈번해지면서 이 같은 사례는 증가할 전망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 현장에선 일기예보를 확인한 뒤 콘크리트 타설 계획을 짜고 레미콘을 발주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일기예보 전망과 달리 갑자기 비가 와서 공사를 중단하면 이미 주문한 콘크리트를 비용만 지불한 채 버려야하고 기존 타설 진행 부분과 나중에 타설한 부분을 접합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폭우 상황에서 작업을 진행하면 타설이 연속되지 못하고 접합된 부분의 강도를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콘크리트, 너무 빨리 말라도 문제

높은 기온 역시 공사에 악영향을 준다. 여름철엔 고온이 이어지며 운반과정에서부터 콘크리트가 덩어리지는 등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 

철골구조가 설계된 건축물 시공 현장에선 조립해야 할 철골자재가 팽창하며 규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금속뿐 아니라 난방배관 등 PVC자재 역시 고온과 자외선 등으로 손상되면 시공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주요 건설사들은 창고에 자재를 보관하거나 현장에서 덮개로 보양하고 있다. 한 중소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와 달리 영세업체가 관여하는 공사 현장에서는 오래된 자재를 쓰거나 자재보관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불량 자재들로 인해 자잘한 하자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연이은 폭염 속 온열질환이 늘면서 현장 근로자를 관리하는 업무 역시 필수가 되고 있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 김회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는 이달 일제히 자사 건설현장을 방문해 고용노동부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인 ‘물, 그늘, 휴식’을 근로자에게 제공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이밖에 지반침하와 토사면 붕괴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현장도 점검했다. 

이 같은 문제의 해법으로 건설업계에선 PC(Precast Concrete), 모듈러 등 탈현장(OSC) 시공방식을 일부 도입하고 있다. PC는 철근 기둥, 보, 슬라브 등 건축물 시공에 필요한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이다. 기후와 상관없이 시공이 가능하고 공사기간이 짧아지며 필요한 현장 인력도 감소시킬 수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반도는 비교적 온화한 기후를 유지해 공사 환경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면서 “지난 몇 년 간 급격히 기온이 상승하며 중동 등지에서 야기됐던 시공 관련 문제들이 국내 현장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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