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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라이크’만 따라 했더니…“게임사끼리 유저 가로채기 혈안”

[넥슨의 독주, 위기의 게임사들]②
일반 유저 국내 게임 시장에 피로감…게임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리니지M 이미지 [사진 엔씨소프트]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현재 국내 게임사들은 넥슨을 제외하곤 대부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게임업계에서는 ‘리니지라이크’ 성공 방정식을 답습한 것이 독이 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니지라이크는 ‘리니지’와 ‘like’의 합성어로 ‘페이투윈’(Pay to win) 요소와 극한의 PvP(이용자간 대전), 변신 카드 등 리니지 시리즈의 특징과 시스템을 최대한 벤치마킹해 만든 게임들을 의미한다. 

8월 23일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1~10위 게임 가운데 7개 게임이 ‘리니지’ IP 혹은 ‘리니지라이크’ 게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가 매출 2위를, 카카오게임즈의 ‘아레스:라이즈 오브 가디언즈’가 매출 4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리니지라이크 게임의 매출이 잘 나오다 보니 게임사들은 리니지라이크 성공 방정식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리니지라이크 게임의 경우 극한의 PvP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대방보다 강해지길 원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많은 과금을 통해 캐릭터 장비 등을 강화하게 된다.

문제는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즐기며 많은 돈을 쓰는 이른바 ‘고래 유저’의 숫자가 일반 유저에 비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10대~20대는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과거 ‘리니지’를 즐겼던 세대도 아닐뿐더러 많은 과금을 해야 하는 MMORPG보다는 가벼운 캐주얼 게임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관련해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결국 엔씨가 리니지 IP로 벌어들일 매출을 나눠 먹는 그림이 됐다”며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의 숫자는 한정된 상황에서 게임사들끼리 유저 가로채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라고 밝혔다.

그는 “게임사들이 기존 리니지 IP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을 사로잡기 위해 ‘우리 게임에서는 적은 과금으로도 고레벨 장비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결국 유저풀은 크게 변하지 않는 상황속에서 새로운 리니지라이크 게임이 나올 때마다 기존 유저들이 해당 게임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게임사들이 한정된 숫자의 고래 유저들을 차지하고자,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게 되면서 일반 유저들은 국내 게임 시장에 대해 높은 피로감을 느끼게 됐다. 이는 게임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데이브 더 다이버 [사진 넥슨]

특히 리니지라이크 게임은 한국을 비롯해 대만, 중국 등 일부 아시아권 시장에서만 인기가 높은 장르다. 일본만 해도 리니지라이크 게임의 인기가 높지 않다. 오히려 서브컬처 게임인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가 일본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역시 리니지라이크를 비롯한 모바일 MMORPG로는 더 이상 시장 공략이 어렵다고 말한다.

게임사들도 리니지라이크 게임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사의 게임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매출 순위가 증명하듯, 다른 장르 대비 돈을 벌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관련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넥슨의 민트로켓이 최근 선보인 ‘데이브 더 다이버’의 글로벌 성공은 국내 게임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데이브는 지난 6월 28일 글로벌 동시 출시 후 1일 만에 스팀 내 유가게임 기준 글로벌 판매 1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7월 8일 기준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는 넥슨 패키지 게임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자 기념비적인 성과다.

데이브의 흥행 가도에는 완성작 형태로 선보이는 패키지 게임 형식과 밀도 높은 콘텐츠가 어우러진 점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로 전개되는 ‘데이브의 여정’과 메인 퀘스트를 따라가지만 자유도가 높은 플레이 방식 등 독창적인 게임성이 성공적인 안착을 이끌어냈다. 

전 세계 유저들로부터 데이브가 주목받는 데에는 게임의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도 큰 몫을 차지한다. 넥슨 관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과 대전이 게임의 주요 문법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데이브는 독보적인 게임성만으로 글로벌 게임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내로라하는 굵직한 글로벌 신작들 사이에서도 ‘데이브’만의 ‘하이브리드 해양 어드벤처’라는 새 길을 개척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데이브의 경우 패키지 게임이라는 점에서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을 이끌고 있는 모바일게임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국내 게임업계 맏형인 넥슨조차 독창적인 신작 개발을 위해 ‘민트로켓’이라는 서브브랜드까지 선보이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넥슨은 그동안 ‘듀랑고’ 등 독창적인 실험작들을 계속해서 선보여 왔다. 대부분 실패로 끝났지만 이번 데이브를 비롯한 일부 성공작들은 넥슨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데 큰 공을 세우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메이플스토리’나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등도 출시 당시에는 굉장히 참신한 게임들이었다”며 “앞으로 넥슨이 선보일 여러 실험작 중 일부는 향후 넥슨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오위즈 'P의 거짓' [사진 네오위즈]

네오위즈의 ‘P의 거짓’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 싱글 플레이 액션 RPG다. 19세기 말 벨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실적인 그래픽과 고전 명작 ‘피노키오’를 잔혹동화로 각색한 독특한 세계관, 뛰어난 액션성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콘솔 및 PC 플랫폼으로 개발 중이며 오는 9월 정식 출시 예정이다.
 
특히 P의 거짓은 지난해 열린 ‘게임스컴 어워드 2022’에서 한국 게임사 최초로 3관왕을 달성했다. ‘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과 ‘최고의 롤플레잉 게임’에 선정됐으며, ‘가장 기대되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에도 올랐다. 이는 게임스컴 어워드 2022 최다 수상으로, 한국 게임 최초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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