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DAO’가 미래의 대안 조직이 될 수 있을까 [김기동의 이슈&로]
탈중앙화 자율조직 ‘다오’…민주적인 플랫폼 평가
DAO 참여자 180만명, 자본금 10년새 10배↑
대리인 문제·구제책 규정 모호…한계점도 명확
[김기동 법무법인 LawVax 대표변호사] 데이터의 위·변조를 불가능하게 하는 ‘분산형 디지털 원장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 거래를 위해 개발된 이 기술이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해 주는 NFT(대체불가토큰),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예금, 송금,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Defi(탈중앙화 금융)를 세상에 등장시켰다.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공급망 추적, 투표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다.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1000만명 이상 주민의 동시 온라인 투표시스템, 1000여종의 자격증 등을 모바일 ‘배지’ 형태로 발급하는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수평적 조직구조, 익명성·투명성 특징
그런 변화의 와중에 최근 탈중앙화 자율조직인 DAO(다오,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즉 DAO가 미래의 대안 조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4832개의 DAO가 존재하고 참여자는 18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2021년 5월 DAO의 자본금 규모는 9.26억 달러였지만 2022년 3월 95억 달러로 10개월 동안 약 10배 늘어나는 등 DAO의 성장세가 확연하다.
얼마 전에는 신당을 추진하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당원 가입, 후원금 관리, 의사결정 등 모든 당무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탈중앙 자율조직(DAO) 정당’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일도 있었다.
DAO는 수평적 조직구조, 참여자의 익명성, 운용의 투명성이라는 뚜렷한 특징 덕분에 투자, 수집, 캠페인, 사회운동 프로젝트 등에 활용돼 왔다.
모든 계약이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프로그래밍된 조건에 따라 계약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 전 과정이 훼손 불가능한 기록으로 남게 되고, 누구나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즉 주식회사의 분식회계와 같은 회계 조작 등 문제는 애초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의미이다.
또한 자금조달과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이 중앙의 관리자나 중개자 없이 보유한 토큰의 수 등 지분에 따라 참여자들의 투표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가장 민주적인 플랫폼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따라 주주들의 의사보다는 CEO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 ‘주식회사의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DAO의 한계와 취약점을 주장하는 의견도 강하다. 토큰의 최초 발행자들이나 다량 보유자들이 사실상의 ‘중앙’이나 ‘관리자’로서 전체 전략과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토큰 보유자들이 의결권을 타인에게 위임하는 일이 잦아지면 주식회사의 대리인 문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DAO 역할 커지는 데…법적 책임 모호
문제는 DAO의 설립과 활동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데도 그 법적 지위, 사고·분쟁 시 책임 주체와 구제책을 규정할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The DAO’사건이다. 2016년 4월 독일의 스타트업계 종사들이 ‘The DAO’를 설립해 1억5000만 달러 상당의 이더리움을 투자금으로 모았다가 한 달 만에 3분의 1 상당의 이더리움이 해킹에 의하여 탈취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나 법적 책임이 스마트 컨트랙트의 설계자, DAO 구성원, 금융시스템 참여자들 중 누구에게 있는지 등에 대하여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DAO는 내부 의사결정과 업무 집행이 모두 온라인에서 자율·자동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부동산 취득 등과 같은 대외적인 거래나 투자를 위해서는 오프라인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와 같은 DAO와 관련된 법률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테네시주 등 미국 3개 주가 DAO 관련 법률을 제정했다. 미국의 DAO 입법은 유한책임회사 설립과 비슷한 절차에 따라 DAO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여 DAO에 법인격을 부여했고, 구성원들에겐 예측 가능하게 유한책임을 지웠다. 또한 최근 미국에선 DAO를 연방 상품거래법(CEA)에 따라 비법인 사단(unincorporated association)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불법이나 과실에 대해 개인이나 법인처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연방법원 판결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DAO에 관한 법률이나 판결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2024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지만 여기선 DAO를 다루지 않았다. 국내에서 DAO는 상법상 회사로 인정될 수 없고, 실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민법상 조합의 법리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데, 해결할 수 없는 불명확한 점이 많을 것이다.
정부의 감독이나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대규모 자본 조달이나 투자가 이루어지는 조직 형태가 양산되면 대형 사기 사건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관련 부처도 DAO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미국의 예와 같이 DAO 입법도 검토해 볼 시점이다.
입법의 쟁점은 DAO에 법인격을 부여할지 여부, 구성원의 책임을 제한하면서도 참여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등이다. DAO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부작용을 막는 DAO 입법을 우리나라가 선도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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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공급망 추적, 투표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다.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1000만명 이상 주민의 동시 온라인 투표시스템, 1000여종의 자격증 등을 모바일 ‘배지’ 형태로 발급하는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수평적 조직구조, 익명성·투명성 특징
그런 변화의 와중에 최근 탈중앙화 자율조직인 DAO(다오,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즉 DAO가 미래의 대안 조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4832개의 DAO가 존재하고 참여자는 18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2021년 5월 DAO의 자본금 규모는 9.26억 달러였지만 2022년 3월 95억 달러로 10개월 동안 약 10배 늘어나는 등 DAO의 성장세가 확연하다.
얼마 전에는 신당을 추진하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당원 가입, 후원금 관리, 의사결정 등 모든 당무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탈중앙 자율조직(DAO) 정당’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일도 있었다.
DAO는 수평적 조직구조, 참여자의 익명성, 운용의 투명성이라는 뚜렷한 특징 덕분에 투자, 수집, 캠페인, 사회운동 프로젝트 등에 활용돼 왔다.
모든 계약이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프로그래밍된 조건에 따라 계약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 전 과정이 훼손 불가능한 기록으로 남게 되고, 누구나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즉 주식회사의 분식회계와 같은 회계 조작 등 문제는 애초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의미이다.
또한 자금조달과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이 중앙의 관리자나 중개자 없이 보유한 토큰의 수 등 지분에 따라 참여자들의 투표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가장 민주적인 플랫폼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따라 주주들의 의사보다는 CEO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 ‘주식회사의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DAO의 한계와 취약점을 주장하는 의견도 강하다. 토큰의 최초 발행자들이나 다량 보유자들이 사실상의 ‘중앙’이나 ‘관리자’로서 전체 전략과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토큰 보유자들이 의결권을 타인에게 위임하는 일이 잦아지면 주식회사의 대리인 문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DAO 역할 커지는 데…법적 책임 모호
문제는 DAO의 설립과 활동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데도 그 법적 지위, 사고·분쟁 시 책임 주체와 구제책을 규정할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The DAO’사건이다. 2016년 4월 독일의 스타트업계 종사들이 ‘The DAO’를 설립해 1억5000만 달러 상당의 이더리움을 투자금으로 모았다가 한 달 만에 3분의 1 상당의 이더리움이 해킹에 의하여 탈취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나 법적 책임이 스마트 컨트랙트의 설계자, DAO 구성원, 금융시스템 참여자들 중 누구에게 있는지 등에 대하여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DAO는 내부 의사결정과 업무 집행이 모두 온라인에서 자율·자동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부동산 취득 등과 같은 대외적인 거래나 투자를 위해서는 오프라인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와 같은 DAO와 관련된 법률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테네시주 등 미국 3개 주가 DAO 관련 법률을 제정했다. 미국의 DAO 입법은 유한책임회사 설립과 비슷한 절차에 따라 DAO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여 DAO에 법인격을 부여했고, 구성원들에겐 예측 가능하게 유한책임을 지웠다. 또한 최근 미국에선 DAO를 연방 상품거래법(CEA)에 따라 비법인 사단(unincorporated association)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불법이나 과실에 대해 개인이나 법인처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연방법원 판결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DAO에 관한 법률이나 판결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2024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지만 여기선 DAO를 다루지 않았다. 국내에서 DAO는 상법상 회사로 인정될 수 없고, 실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민법상 조합의 법리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데, 해결할 수 없는 불명확한 점이 많을 것이다.
정부의 감독이나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대규모 자본 조달이나 투자가 이루어지는 조직 형태가 양산되면 대형 사기 사건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관련 부처도 DAO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미국의 예와 같이 DAO 입법도 검토해 볼 시점이다.
입법의 쟁점은 DAO에 법인격을 부여할지 여부, 구성원의 책임을 제한하면서도 참여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등이다. DAO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부작용을 막는 DAO 입법을 우리나라가 선도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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