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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멈춘 열풍인데…게임에 다시 눈독 들이는 엔터사, 왜?

[게임·엔터 경계 사라진다]②
매력적인 K-팝 IP, 활용처로 게임 산업 주목…2010년대 진출 러시
그쳤던 게임 진출 열풍, 다시 불 지핀 하이브…“개발 역량 내재화”

블랙핑크 지식재산권(IP)의 첫 공식 게임인 ‘블랙핑크 더 게임’ 소개 이미지. [제공 테이크원컴퍼니]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그쳤던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이번에도 과거처럼 ‘찻잔 속 태풍’으로 끝이 날지, 신규 먹거리의 탄생일지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게임 시장 진출에 관한 얘기다.

지식재산권(IP)의 매력도는 게임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세계관·캐릭터 등은 게임 몰입을 돕는 핵심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이미 팬덤을 형성한 IP를 게임에 접목하면, 초반 흥행은 물론 장기 사용자 확보에도 유리하다. 글로벌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K-팝(POP) 아이돌 IP는 게임 사업에서도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수 있다.

대형 연예 기획사는 이 때문에 게임 사업에 일찍이 관심을 기울였다. 2010년대 초중반 아이돌 IP를 활용한 게임이 대거 출시됐다. 그러나 당시 출시된 대다수 게임은 ‘반짝 흥행’ 후 시장에서 사라졌다. 기대와 달리 특별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고, 2010년대 후반부턴 엔터사와 게임 기업의 협업 소식도 뜸해졌다.

‘재진출’ 불 지핀 하이브…IP 활용 범위↑

업계에선 당시 엔터사의 게임 시장 진출의 실패 원인으로 ‘낮은 이해도’를 꼽는다. IP만큼이나 ‘게임성’ 역시 성패를 결정짓는 요인인데, 이 지점을 챙기지 못하면서 장기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성을 저해하면서까지 IP 활용에만 집중해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이라며 “2010년대 초중반 활황이던 엔터사와 게임사 간 협업 시도도 2019년쯤엔 대다수 끊겼다”고 말했다. 가능성만 보고 진출을 타진했던 대형 연예 기획사들이 실패의 ‘쓴맛’을 본 뒤로 사업을 철수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전략에 다시 불을 붙인 건 하이브다. 하이브는 계열사 하이브IM을 통해 2022년부터 게임 사업을 본격화,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아티스트로 자리 잡은 방탄소년단(BTS) IP를 활용한 게임이 ‘대박’을 터뜨리며 사업성을 입증했다.

하이브의 성공을 지켜본 다른 엔터사는 최근 발을 뺐던 게임 시장에 점차 다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K-팝이 비교적 아시아권에서만 돌풍을 일으켰던 2010년 초중반과 달리, 지금은 미국·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재진출’의 배경으로 꼽힌다. 또 기업별로 팬덤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면서 정보기술(IT) 역량을 쌓으면서 온라인 콘텐츠 유통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는 점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엔터의 게임 진출 현황 ‘4社 4色’

하이브IM의 성공으로 굵직한 엔터사들의 게임 시장 관심도가 높아졌지만, 온도 차는 여전히 관측되고 있다. 이른바 ‘엔터 빅4’로 불리는 하이브·JYP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모두 게임 산업에 발을 담근 정도가 다르다. 하이브가 단연 가장 적극적이고, YG는 계열사 YG PLUS를 통해 IP 확장의 일환으로 게임 시장을 다시 주목하는 모양새다.

SM은 카카오그룹에 인수되면서 IT 역량과 아이돌 IP를 연계한 다양한 사업적 시너지 창출을 살피고 있지만, 아직 게임 산업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내놓지 않았다. JYP는 2010년대 초중반 게임 산업 추진을 타진하다 발을 뺀 뒤로, 현재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

하이브가 과거 엔터사의 게임 진출 실패를 답습하지 않았던 배경으론 ‘기술 내재화’가 꼽힌다. 하이브는 2019년 리듬 게임 개발사 수퍼브를 인수했다. 하이브 품에 안긴 수퍼브는 각 레이블 IP를 활용한 게임 ‘리듬 하이브’를 출시, 나름의 성과를 냈다. 해당 게임의 누적 가입자는 현재 850만명, 해외 비중은 93%에 달한다. 가능성을 확인한 하이브는 2021년 11월 해당 기업을 흡수합병하면서 게임 개발 역량을 완전히 내재화했다.

하이브IM은 수퍼브를 모태로 탄생한 기업이다. 인터랙티브 미디어(Interactive Media)의 앞 글자를 따 2022년 4월 출범했다.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경계를 확장하는 콘텐츠 사업 전개’를 목적으로 한다.
2022년 6월 ‘BTS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게임’이란 수식어로 이목을 사로잡은 모바일 매치3 퍼즐 게임 ‘인더섬 with BTS’ 소개 이미지. [제공 하이브IM]

하이브IM은 하이브 소속 레이블 아티스트의 IP를 다각도로 활용해 게임 산업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2022년 6월 ‘BTS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게임’이란 수식어로 세간의 이목을 사로잡은 모바일 매치3 퍼즐 게임 ‘인더섬 with BTS’를 출시해 성공을 거둔다. 이 게임의 누적 가입자 수는 현재 800만명을 넘어섰고, 해외 비중은 96%에 달할 정도다.

퍼블리싱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마코빌 신작 게임 ‘프로젝트OZ’와 플린트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의 서비스 판권을 확보했다. 하이브IM은 지난 8월 30일 하이브와 함께 아쿠아트리에 총 3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 MMORPG ‘프로젝트A’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YG 역시 YG PLUS를 통해 게임 사업에 진출을 타진하고 있지만, 하이브와 달리 직접 개발을 진행하는 구조는 아니다. YG는 최근 대형 IP인 ‘블랙핑크’를 활용한 두 서비스를 내놨다. 지난 5월 게임 개발사 테이크원컴퍼니와 협업해 ‘블랙핑크 더 게임’을 선보였다. YG PLUS는 블랙핑크 IP를 제공하면서 기획을 도왔다. 약 3년의 개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이 게임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다운로드수 300만을 넘어섰다. 블랙핑크 IP를 활용하는 첫 공식 모바일 게임이란 점에서 초반 이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지난 8월 25일 해당 게임의 OST ‘더 걸스’ 음원이 발매되는 등 확장을 꾀하고 있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도 블랙핑크 공간이 마련됐다. 개발은 영국 런던 소재 메타버스 전문 스튜디오인 카르타(Karta)가 담당했다. YG PLUS 측은 “블링크(블랙핑크 팬덤)가 언제 어디서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고, 지속해서 새 콘텐츠가 추가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이브·YG에 반해 SM·JYP는 게임 산업에 비교적 미온적이다. 다만 두 기업은 사업목적 정관에 ‘게임’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구체적으로 SM은 사업 목적에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각종 영상, 음반, 캐릭터, 게임물 등의 제작, 수출입, 배급 및 기타 관련 사업’을 영위 중이라고 게재했다. JYP는 ‘게임 소프트웨어(SW) 개발, 기기의 제조 유통 판매’를 사업 목적에 올려두긴 했지만, 현재는 미영위로 분류하고 있다.

SM은 지난 2014년 달콤소프트와 손잡고 리듬 게임 ‘슈퍼스타 에스엠타운’(SuperStar SMTOWN)을 선보였다. 여전히 SM 소속 아티스트의 IP를 통해 서비스가 전개되고 있다. 이 밖에도 2015년 아이돌 육성게임 ‘스타팝’, 2016년 러닝게임 ‘엑소런’, 2017년 모바일 보드게임 ‘다이스슈퍼스타’ 등을 출시했으나 대부분 ‘반짝 인기’에 그쳤다. 지난 3월 카카오그룹에 인수된 뒤로 다양한 영역에서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카카오그룹 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 등이 SM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로 꼽힌다.

JYP는 2013년 스마일게이트와 당시 인기 그룹인 미쓰에이(Miss A)와 2PM IP 활용을 골자로 한 사업 협력을 추진했으나, 게임 출시로 이어지진 않았다. 2016년 달콤소프트와 협력해 출시한 리듬 게임 ‘슈퍼스타 제이와이피네이션’(SuperStar JYPNATION)은 여전히 서비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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