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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줄인 샌드박스, 본업에 집중”…이필성의 ‘초심 경영’ [이코노 인터뷰]

MCN업계 1위 샌드박스, 지난해 투심 한파로 위기
직원 수 줄이고 신사업 정리…포트폴리오 재정비
인물에서 지적재산권(IP) 중심으로 수익 다각화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김설아 기자] 야심차게 문을 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10곳 중 7곳은 5년 안에 사라진다. 국내 스타트업의 5년 생존율은 29.2%에 불과하다는 게 대한상공회의소의 2020년 기준 집계다. 심지어 1년 내 사라지는 기업도 25%에 이른다. 10년 이상 살아남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스타트업이 저마다 위기에 빠지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어느 순간 투자금이 마르고 사업이 안착되기를 견뎌야 하는 이른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에 다다르게 된 것이 패인으로 꼽힌다. 그만큼 성장하며 살아남기가 어려운 시장이라는 얘기다.

국내를 대표하는 MCN(다중채널네트워크) 기업인 샌드박스네트워크(이하 샌드박스)도 한 차례 위기를 겪었다. 지난해 창립 이래 최대 매출(1514억원)을 찍었지만 늘어난 손실 폭과 벤처 시장에 불어닥친 투심 한파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결국 지난해 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550명에 달하던 직원 수를 300여 명으로 줄였다. 신사업을 정리하고 주력 사업군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면서 기업 체질도 바꿨다.

샌드박스는 그렇게 제2의 기회를 잡았다. 이 난관 극복을 주도한 인물은 이 회사를 설립해 10여 년간 이끌고 있는 이필성 대표다. 샌드박스는 재정비 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 대표가 비상경영을 마친 후 ‘이코노미스트’와 첫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8월 30일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지난해 ‘비상’이라는 단어를 안 쓴 기업이 없을 정도로 모든 기업이 비상시국이었다”면서도 “경영자로서 회사 사이즈가 줄고 신사업을 정리하는 게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경험한 해였다”고 회고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가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사인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Q. 지난해 비상경영에 구조조정까지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었나.

A. 우리와 같은 MCN기업들은 콘텐츠를 만들어 자생 가능한 사업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콘텐츠를 브랜드화면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하다 보니 투자에 의존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투자도 굉장히 활발하게 이뤄졌다. 샌드박스도 그런 기조로 경영을 해왔는데 지난해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벤처 투자 시장이 얼어붙는 외부 변수와 마주하게 된 거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되는 시기가 지난해 왔다고 본다. 

Q. 올 한해는 어땠나. ‘적자를 보더라도 성장’이라는 키워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나. 

A. 혼란기에 중심을 잃지 않고 기존 사업을 잘 영위하면서 지켜내려고 노력해 왔다. 샌드박스가 사실 첫 2개년은 흑자를 냈고, 적자를 많이 안 보면서 성장한 회사였는데 어느 시점부터 적자를 보더라도 성장 위주로 가자는 전략을 세웠던 것 같다. 올해는 그 적자를 없애고 손익분기점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엔 한 달에만 수십억 가까운 적자를 내기도 했지만 올해는 거의 적자가 없는 상황으로 전환했다. 비상 경영이 성공적으로 잘 전환돼서 이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Q. 평소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강조해 왔는데 특히 주력하는 사업 분야나 콘텐츠가 있나. 

A. 1인 미디어가 성장하면서 사업 기회도 많아지고 있고 콘텐츠에 대한 눈높이도 많이 올라가는 추세다. 그만큼 리스크에 많이 노출되기도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회사도 더 고도화돼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최근 주력하는 것은 브랜드에게 신뢰 있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요즘 브랜드에게 콘텐츠 마케팅은 굉장히 중요한데 샌드박스는 이들에게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더 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경쟁기업과 다르게 샌드박스 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A. 콘텐츠 회사라는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그 특색과 경쟁력이 생겨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비슷한 일을 비슷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다 시간이 쌓이면서 위치가 달라지는데 그런 측면에서 샌드박스는 MCN 업계의 종합지 같은 느낌이다. 크리에이터들을 관리해 매니지먼트하면서 사업 기회도 다채롭게 제공하는 것이다. 단순 광고가 아니라 굿즈를 만들고 출판과 라이센싱 등으로 확장해 다채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하고자 한다. 여기에 버티컬 조직으로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과 크리에이터라는 신념 자체를 잃지 않는 철학적인 측면도 또 다른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Q. 샌드박스에서 ‘올해의 크리에이터 상’을 준다면 누구인가. 

A. 여행 크리에이터 곽튜브(곽준빈)와 빠니보틀(박재한), 이 두 분이 정말 핫했던 것 같다. 유튜브뿐 아니라 김태호 PD가 설계한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올 정도였으니…. 몇 년 전부터 방송에서도 크리에이터의 등장을 쉽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일어나 게 된 것이다. 여성 크리에이터 중에 꼽자면 해쭈님이다. 호주에서 남편이랑 사는 일상을 다루는 유튜버인데 주로 한국에서 전통적인 여성상을 파괴하는 인물이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색을 입혀가는 모습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Q. 벌써 창업 9년 차다.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시장의 성장과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느꼈을 것 같은데 그간 MCN 시장이 걸어온 길은 어땠나. 또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나. 

A. 경제와 산업 관점에선 항상 핫했고, 항상 어려웠다. 산업의 시작 단계에서는 규칙도 없고 구조도 안 나왔던 것 같다. 이제는 규칙이 조금 생기고 접어드는 단계에 진입하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존 자체가 어려운 시기가 됐다. 앞으로 2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보인다. 그 와중에도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한 시장 전망은 밝다. 과거 콘텐츠 사업이 프로그램 중심에서 광고 중심의 수익구조로 돼 있다면 이제는 인물 중심에서 지적재산권(IP) 중심으로 수익화가 이뤄질 것이다. MCN기업으로서 이 사업구조를 잘 정립해 나가면 미래는 밝다고 본다.

Q. MCN 1위 업체로써 ‘이것만은 이루겠다’하는 목표가 있나. IPO 계획도 밝힌 바 있는데

A. ‘크리에이터 기반의 콘텐츠 회사가 유의미한 산업을 만들 수 있겠냐.’ 사업을 하는 내내 이러한 질문을 끊임없이 받고, 그것을 증명해 오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지난해 비상경영을 겪었고, MCN업의 수익 구조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를 찍는 시선도 있지만 시장 자체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샌드박스가 단순 크리에이터 마케팅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IP 업체로 자리 잡게 된다면 그 해답은 찾은 것으로 보고, 팬덤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 그 목표를 이루면서 내실을 다져나가면 그게 곧 IPO랑 연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최대 MCN기업인 UUUM이 샌드박스와 비슷한 규모로 상장돼 있고 지속 가능한 사업을 잘하고 있다고 본다. 

Q. 스타트업을 이끌어 오면서 후회와 보람도 교차할 것 같다. 스타트업 대표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 

A. 스타트업에는 성장과 속도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속도감 있게 성장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여전히 성장을 빠른 속도로 하는 회사들이 더 많은 투자를 받게 되는데 그 양가적 감정 속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기업인으로서는 성장과 속도만 보면 안 된다. 스타트업 시기가 지나면 기업인으로 계속되는 삶이 이어진다고 보는데 그런 측면에서 내실 있는 기업으로 세상에 잘 자리잡는 게 궁극적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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