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실탄’ 챙긴 LX인터…조 단위 유상증자 나서나

[HMM 인수전 3사3색]②
최대 8조원 몸값…자금조달 능력 변수로 작용
LX그룹 자금력에 유상증자 동원 시 ‘고점’선점
물류 시너지·그룹 외형 확장 등 도약 기회

HMM 인수전이 LX·하림·동원그룹의 3파전으로 좁혀지는 가운데 인수후보들의 자금조달 능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LX판토스 물류창고. [사진 LX판토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HMM 인수전이 LX·하림·동원그룹의 3파전으로 좁혀지는 가운데 인수후보들의 자금조달 능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 중 LX그룹은 계열사를 동원할 수 있어 현금 마련에 수월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LX그룹이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LX그룹은 HMM 인수전의 유력 후보군으로 급부상했다. 그 배경에는 인수를 위한 실탄 확보에 있어서 LX그룹이 다른 후보군들에 비해 유리할 거란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HMM의 매각가격은 최소 5조원에서 최대 8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HMM의 시가총액이 8조원 대로 평가되기 때문에 인수대금으로만 최소 5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수 자금력 측면에서 LX그룹이 앞서

인수 후보 3사는 모두 인수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외부의 힘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그 중 LX그룹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 LX그룹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인수 후보라고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 상반기 기준 LX그룹이 보유한 현금은 약 2조2000억원으로 순수 자금력 측면에서 동원산업(5169억원) 하림(1조1076억원에)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LX그룹은 그룹 내 계열사들의 자금력을 동원하면 2조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LX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의 현금성 자산을 살펴보면 ▲LX인터내셔널 1조2000억원 ▲LX세미콘 2000억원 ▲LX판토스 4700억원 ▲LX하우시스 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LX그룹이 LX인터내셔널의 유상증자를 통해 부족한 인수 자금을 동원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LX인터내셔널의 조 단위 유상증자가 이번 인수전의 중요한 카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LX인터내셔널은 발행 주식수를 기존 대비 2배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기존 8000만 주에서 1억6000만 주로 발행 주식수가 확대됐다. LX인터내셔널이 주식 총수를 변경한 건 1999년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려는 사전 준비작업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당시 대규모 자금 조달 필요성이 없었던 LX인터내셔널이 정관 변경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정관 변경으로 LX인터내셔널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자본금은 최대 2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추가 발행 가능한 주식 9200만 주와 최근 주가를 고려해 계산한 금액이다. LX인터내셔널이 유상증자를 결정하면 LX그룹이 자금 조달 가능성 측면에서 다른 그룹에 비해 앞서게 된다. 유상증자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LX인터내셔널의 주가는 최근 3개월 기준 최저가인 2만9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LG그룹이 LX그룹을 도울 가능성도 있다. LX그룹은 지난 2021년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회장이 일부 계열사를 분할 받아 출범했다. 오너일가 간 관계가 있고, 사업적으로도 시너지를 내고 있는 만큼 LG그룹이 자금 지원에 나설 수 있단 관측이다. LX의 국내 최대 물류회사인 LX판토스는 LG전자와 LG화학의 물류 부문을 소화하고 있고 이로 인한 매출이 지난해 전체의 절반을 뛰어넘는 등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M&A로 몸집 키워온 LX…외형 확장 야망

LX그룹은 출범 이후 독자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왔다. 출범 3년차에 재계 순위 44위까지 올라섰을 만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X그룹이 외형 성장을 이루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다름 아닌 인수·합병(M&A)이다. 

LX그룹의 중추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는 LX인터내셔널은 올해 초 한글라스(한국유리공업) 지분 100%를 5904억원에 인수하고 지난해 4월에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파워를 인수했다. LX판토스는 지난해 북미 물류업체 트래픽스에 311억원의 지분 투자를 진행하는 한편 LX세미콘은 국내 차량용 반도체 설계회사인 텔레칩스 지분 10.9%를 취득한 바 있다. 

M&A로 몸집을 키우던 LX그룹이 다음 목표로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을 점 찍은 건 물류 자회사 LX판토스와의 시너지 효과와 사업 확장 등이 주요한 이유다. 일각에선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보유하고 있는 하림과 물류·항만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동원에 비해 사업적 시너지가 뚜렷하지 않은데도 인수전에 뛰어든 LX를 두고 의문을 품기도 했다. 통상 해운사가 물류업체를 인수하는 사례는 있어도 그 반대의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LX판토스의 사업을 확장해 물동량을 늘리고 운임비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 시너지를 기대해 볼 만하다. 또한 사업적 시너지 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도 HMM 인수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LX가 재계 순위 19위인 HMM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단숨에 13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된다. 또한 HMM이 보유하고 있는 12조원 가량의 현금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LX인터내셔널 등 인수전에 참여한 3개사에 대해 매각 측은 내달부터 2개월간 실사 기회를 부여하고 이어 본입찰을 진행한 뒤 연내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LX는 삼정KPMG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유상증자를 비롯해 재무적투자자(FI) 섭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자금을 유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뉴진스님 디제잉’ 말레이 불교계는 질책…“입국 막아 달라”

2맥쿼리자산운용 이수진 전무, 해외 PEF 첫 한국인 여성대표로 승진

3정부, 법원에 2000명 ‘의대증원’ 자료 제출…내주 집행정지 여부 ‘촉각’

4정부도 日 라인야후 행정지도에 뿔났다…네이버는 지분매각 가능성 시사

5강남 ‘20억’ 로또 누가될까…반포 원베일리 딱 1가구 풀린다

6“유미야, 오랜만이야”…화면 속 이야기는 끝났지만 ‘현실 마침표’ 아직

7거래소, 밸류업 공시 담담자 의견 청취…이달 중 가이드라인 확정

8조재구 대구 남구청장, 공약이행 '최우수 등급' 획득

9홍준표 대구시장, 제22대 당선자와 오찬 간담회... "지역현안 공동 대응키로"

실시간 뉴스

1‘뉴진스님 디제잉’ 말레이 불교계는 질책…“입국 막아 달라”

2맥쿼리자산운용 이수진 전무, 해외 PEF 첫 한국인 여성대표로 승진

3정부, 법원에 2000명 ‘의대증원’ 자료 제출…내주 집행정지 여부 ‘촉각’

4정부도 日 라인야후 행정지도에 뿔났다…네이버는 지분매각 가능성 시사

5강남 ‘20억’ 로또 누가될까…반포 원베일리 딱 1가구 풀린다